[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267] 곽희옥의 "위대한 태권도" 외 2편
위대한 태권도
곽희옥
옆차기 앞뒤차기 뛰어차기 돌려차기
두 바퀴 반 회전 돌려 가슴 탑 타 오른다
화려한
기술과 묘기
위력 격파 한 방이다

골맛
축구시합 어둠 속에 터진 황금 헤딩골
쌓인 근심 탄산수 터지듯 한순간 사라지고
아! 그 밤 승리 한 모금 쏟아지는 별똥별

얼음꽃 두 별
―피겨스케이팅
빙판 위 하얀 날개 펼쳐 날카로운 칼날이 그리는 꿈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수없이 반복하며 음악에 몸을 맡긴 채 화려한 날갯짓처럼 빙글빙글 돌아 어지러운 세상을 잊게 한다 온갖 찬란함을 압도하는 빛나는 태극기 물결이여
얼음 위 맑은 몸짓에 온 세상 벅차오른다
—『치약 같은 인생』(고요아침, 2025)

[해설]
스포츠 관람의 기쁨
직접 시합에 나가 우승을 하거나 금메달을 따면 선수는 기분이 정말 좋을 것이다. 올림픽 같은 큰 경기에서 시상대에 올라가는 이들의 기쁨이 어떨지, 겪어본 적이 없으므로 상상도 할 수가 없다. 세계 최고의 선수, 혹은 세계 최고의 팀이 되었으니 그 기분을 한자로 표현하면 환호작약(歡呼雀躍)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경기를 보는 이도 즐겁다. 손흥민이 골을 넣었을 때, 이정후나 김하성이 홈런을 쳤을 때 한국인치고 기분 안 좋은 이가 없을 것이다. 태권도는 사람의 몸이 얼마나 역동적인지 알 수 있게 한다. 옆차기 앞뒤차기 뛰어차기 돌려차기는 시범을 봐도 멋진데 시합에서 그런 기술을 구사함으로써 우리 선수가 승리하면 만세를 부르고 싶다. 두 바퀴 반 회전 돌려 가슴 탑을 타고 오르는 것은 마술인지 기술인지. 사람인지 귀신인지.
축구시합에서 거의 마지막에 이르러 터진 헤딩골이 결승골이 되었는데 그 골의 주인공이 우리나라 국적의 선수라면 흥분되어 잠이 잘 오지 않을 것이다. 곽희옥 시인은 스포츠의 매력이 어디에 있는지 잘 알고 있다. ‘골맛’을 와르르 쏟아지는 별똥별을 보고서 하는 환호와 작약으로 표현하였다. 2002년 월드컵 때 안정환의 헤딩골이 바로 그랬다. 그때 중계 아나운서는 “아아 대한민국 만세입니다.”라고 외쳤다. 그 골로 우리는 이탈리아를 누르고 8강에 진출하였다.
피겨스케이팅의 아름다움은 또 어떤가. 우리는 김연아라는 세계적인 선수의 묘기를 보면서 행복해 했었다. 얼음꽃 두 별이라 함은 스케이트 두 날이라는 뜻인지 남과 여가 함께 추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중장을 길게 써 엇시조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훈련시의 힘겨움이 영광의 태극기 물결로 바뀌는 것으로 보아 김연아 선수인 것 같다. 그 무렵 몇 해 동안 얼음 위 맑은 몸짓에 온 세상이 벅차올랐었다. 운동선수들 승리의 기쁨 뒤에는 얼마나 치열하고 처절한 연습의 시간이 있었는지 관중은 잘 모른다. 우리는 그들의 승리에만 기뻐하지 말고 고된 훈련에도 큰 박수를 보내야 할 것이다.
[곽희옥 시조시인]
경기대학교 독서지도학과, 시조창작전공 석사 졸업. 2012년 《화백문학》 시 부문, 2018년 《시조시학》 시조부문 신인상 등단. 동시집 『유치원에 간 청개구리』. 경기시조시인협회 작품상 수상. 현재 화백문학 사무국장, 여성시조 이사, 열린시학회 운영이사, 한국시조시인협회 운영위원, 경기시조시인협회 사무차장, 사회복지사, 한국어 강사, 언어논술 학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윤동주-청춘의 별을 헤다』『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