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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항아리에서 어머니를 보고, 인생과 우주를 그리다

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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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선 작가, 한국적 미와 정서의 깊이를 화폭에 담아내다

처음 마주한 어떤 대상이 한 사람의 삶을 오래 흔들어 놓는 경우가 있다.
 

신인선 작가에게 그 대상은 달항아리였다.

 

거대하고 둥근 백자, 달을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 처음에는 그 단순한 형태가 주는 경이로움에 마음이 머물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작가를 더 깊이 사로잡은 것은 표면의 고요함 너머에 숨어 있는 것이었다. 가마 속에서 얻어진 티, 세월 속에서 묻어난 얼룩, 완벽하지 않기에 더욱 깊어진 백색의 숨결. 작가는 그 안에서 단순한 도자기를 본 것이 아니라, 어머니를 보았고, 인생을 보았고, 우주를 보았다.

신인선 作

그 만남은 결국 그림이 되었다.

 

신인선 작가는 달항아리의 깊고 그윽한 백색을 표현하기 위해 한지를 사용했고, 여기에 한국적 미감을 더하고자 했다. 여기에 더해 꽃문살의 이미지를 화면에 접목했다. 작가의 기억 속 꽃문살은 어느 가을 해질녘 바라보았던 통도사 대웅전의 퇴색된 문살에서 비롯된 것이다. 오래된 시간의 결이 남아 있는 문양, 사라지지 않고 정서 속에 머무는 아름다움, 그리고 한국적인 장식미가 달항아리와 만나면서 그의 작업은 단순한 정물화를 넘어 하나의 내면 풍경으로 확장됐다.

신인선 作

신인선 작가의 작품을 바라보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절제된 백색이다.
 

그러나 그 백색은 비어 있지 않다. 화면 속 달항아리는 맑고 단아하지만 동시에 세월의 흔적과 감정의 결을 품고 있다. 희고 둥근 형태 안에는 담백한 고요가 흐르고, 그 위를 감싸는 꽃문살은 은은한 색채로 번지며 한국적 정서의 깊이를 더한다. 그것은 장식이라기보다 기억의 무늬에 가깝고, 전통의 인용이라기보다 작가 자신의 마음속에 오래 남은 아름다움의 흔적처럼 다가온다.

 

작가에게 달항아리는 단순한 소재가 아니다.
 

그것은 삶을 비추는 상징이며, 시간을 견뎌낸 존재의 형상이다. 둥글고 넉넉한 품은 어머니를 닮았고, 티와 얼룩은 삶의 흔적을 닮았으며, 텅 빈 듯 가득한 내부는 우주를 닮아 있다. 그래서 신인선 작가의 달항아리는 그저 아름다운 백자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품고 시간을 통과한 존재로 읽힌다.

 

이번 작품들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화려함보다 은은함을 택한 태도다.
 

꽃문살의 색채는 밝지만 과장되지 않고, 화면 전체는 부드러운 긴장 속에서 고요를 유지한다. 연한 분홍, 하늘빛, 노랑, 연두의 미세한 색감이 한지 위에 스며들며, 백자의 깊은 흰빛과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이 때문에 작품은 강하게 주장하지 않으면서도 오래 바라보게 하는 힘을 지닌다. 마치 조용히 말을 건네는 듯한 그 분위기 속에서 관람자는 저마다의 기억과 감정을 떠올리게 된다.

신인선 작가

신인선 작가는 최근 몇 년 사이 개인전과 단체전, 아트페어를 통해 꾸준히 작품세계를 확장해 왔다.
 

2021년 S.MARO Gallery를 시작으로 운경갤러리, Gallery 나무, Gallery the Blue, 대백프라자갤러리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구미국제아트페어, 대구국제아트페어, 부산국제아트페어, PLAS, BAMA, 서울아트쇼 등 다양한 무대에 참여하며 관객과 만나왔다. 또한 대한민국나비대전 한국예총대상, 대한민국예술인미술대전 최우수상, APEC 정상회의 기념 국회·경주 아트전 아시아국제미술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신인선 작가의 회화가 특별한 이유는 이력의 화려함보다 작업이 품고 있는 진정성에 있다. 그는 눈에 보이는 형태를 그리기보다, 그 형태를 통해 자신이 느낀 감정과 시간을 그린다. 달항아리를 처음 만났던 순간의 경이, 세월의 흔적에서 느낀 울림, 그리고 한국의 미를 오늘의 감성으로 다시 길어 올리고자 하는 마음이 그의 화면에 차분히 스며 있다.

신인선 作

그래서 신인선 작가의 작품 앞에서는 ‘보다’라는 행위가 점차 ‘머물다’라는 감각으로 바뀐다. 흰 항아리의 둥근 침묵 앞에서 우리는 어느새 어머니의 품 같은 따뜻함을 떠올리고, 오래된 시간의 아름다움을 생각하며, 완벽하지 않기에 더 깊어지는 존재의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신인선 작가는 달항아리를 통해 말한다.
 

한국의 아름다움은 거창한 상징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오래된 백자에 남은 작은 얼룩과, 퇴색한 문살에 남은 한 줄기 빛,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한 사람의 진심 속에도 살아 있다고...

 

그의 달항아리는 오늘도 조용히 빛난다.
어머니처럼, 인생처럼, 그리고 우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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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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