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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해설] 박해림의 "안부"
문학/출판/인문
[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

[동시 해설] 박해림의 "안부"

이승하 시인
입력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121]

 

안부

 

박해림

 

 

말 배우는 재영이가

 

혼자 오는 할머니를 보고

‘할아버지!’

하고

 

혼자 오는 할아버지 보고

‘할머니!’

해요

 

아, 재영이 눈을 보고 알았어요

 

할아버지를 보면 할머니가 궁금했던 거죠

 

할머니를 보면 할아버지가 궁금했던 거죠

 

ㅡ『간 큰 똥』(시와 소금, 2022)

 

천사의 목소리 [이미지: 류우강 기자] 

  [해설]

 

   천사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세상이 너무 살벌하여 이 세상살이가 그야말로 지옥에서의 나날이다. 정은이법 제정 이후에도 고통받는 아이들이 많다고 하니, 그 법의 제정이 무색해졌다. 친부모 자식 간에도, 부부지간에도 살상이 비일비재 일어나 보도되고 있다. 요즈음에는 또 동물 학대 뉴스가 하루가 멀다 하고 보도되고 있다. 저항하지 못하는 동물에게 끔찍한 고통을 주면서 쾌감을 얻는 인간의 심리는 도대체 어디서 연유한 것일까.

 

  매일 지옥도가 펼쳐지고 있는 세상살이에 지쳐버린 내게 청량제를 선물해준 시인이 있어서 소개한다. 시와 시조에서도 일가를 이룬 박해림 시인이 낸 동시집에서 발견한 이 동시에는 재영이라는 아이 천사가 나온다.

 

  늘 같이 다니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혼자 계시면 이상한 것이다. 할머니가 혼자 오시면 할아버지는 어디 계시냐고 묻고, 할아버지가 혼자 오시면 할머니가 어디 계시냐고 묻는다. 그것도 궁금증이 가득한 눈빛으로. 이제 겨우 말을 배우기 시작한 재영이가 ‘할머니!’ ‘할아버지!’ 하고 묻는 그 입 모양을 생각하면 이 지상이 완전히 지옥은 아니라는 생각에 새삼스레 용기를 내게 된다. 재영이를 덥석 안아서 높이 들어보고 싶다.

   

  [박해림 시인]

 

  고려대학교 한국어문학과(문학석사)와 아주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문학박사)하였다. 1996년 《시와시학》 신인상에 시로, 1999년 《월간문학》에 동시로도 등단하였다. 2001년 서울신문ㆍ부산일보 신춘문예에 시조가 당선되었으며 수주문학상, 김상옥시조문학상, 지용신인문학상, 청마문학상신인상을 수상했고, 아주대ㆍ경희대ㆍ호서대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시와 소금》의 부주간으로 있다.

  

  시집으로 『그대, 빈집이었으면 좋겠네』『바닥경전』『고요 혹은, 떨림』『실밥을 뜯으며』가 있고, 시조집으로 『못의 시학』『미간』『저물 무렵의 시』『눈 녹는 마른 숲에』와 시선집 『흔적』이 있다. 동시집으로 『간지럼 타는 배』『간 큰 똥』이 있으며, 연구서 『일제강점기 저항시의 주체 연구』『이용악 시 주체 연구―해방기를 중심으로』 등과 시 평론집 『한국 서정시의 깊이와 지평』과 시조평론집 『우리 시대의 시조 우리 시대의 서정』을 냈다. 홍익대학교 미술디자인교육원을 수료하여 제1회 천태예술공모대전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Show美회원전에 다수 참여하였고, 대한민국 민화 아트페어에 참여하였다. 그린 책으로 『무릎 편지 발자국 편지』『나무 일기』『하얀 징검돌』이 있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청춘의 별을 헤다-윤동주』『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시와시학상편운상가톨릭문학상유심작품상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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