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임의 시조 읽기 16】이승은의 "다녀올게"

다녀올게
이승은
1.
그리 말해놓고 남편은 오지 못했다
수십 년간 뒷모습이 백업되곤 했다는데
금남로 골목 거기에 오월이면 그가 온다
2.
휴가를 바꾸느라 천안함에 오른 장병
출산 앞둔 아내 향해 듬직하게 속삭인 말
얼굴도 못 본 그 딸이 오늘로 열 살이다
3.
여행 가방 둘러메고 현관문을 나설 때
가슴에 박아놓은 아들의 웃음소리
세월호, 열일곱 살을 세월 안에 가뒀다
『꽃으로 못 올 우리』 (2025. 가히)
그날도 봄이었다.
꽃이 피고 햇살은 부드러웠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다시 오지 않는 계절이 돼버렸다.
이승은 시인의 「다녀올게」는 다른 세 개의 색이 하나의 기억으로 피어난다. 1980년 광주, 2010년 천안함, 2014년 세월호에서 생을 달리한 이들의 이야기다. 작가로써의 갖추어야 할 덕목인 시대의식과 역사의식, 인간에 대한 깊은 연민이 한 편의 시에 녹아든 작품이다.
그해 봄 광주의 거리는 꽃보다 붉었고 자유를 외치던 이들은 광주의 흙이 되었다. 죽음을 넘어서지 못한 사랑은 지금도 도시 곳곳에 내려앉아있다.
30년의 시간이 지난 또 다른 봄, 휴가를 바꿔 천안함에 탄 병장이 아내에게 속삭였던 목소리는, 딸이 열 살이 되도록 들을 수 없게 되었고, 여행의 설렘을 안고 세월호에 탄 이들은 이제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들은 누군가에겐 아들이고 딸이고 친구고 선생님이었다. 믿었던 국가라는 이름 아래 차가운 바다에서 잠들어야만 했던 이들이다.
우리는 일상적인 언어의 소중함을 너무 늦게 안다. 집을 나가면서 건넨 “다녀올게” 한 마디가 오랜 시간 가슴 한 쪽에 자리를 틀어 빼낼 수도, 삼킬 수도 없는 말이 돼버렸다.
이제 우리는 기억하는 사람으로 남는다. 돌아오지 못한 이들의 시간을 살아야 하고 꽃이 피면 그 꽃 하나하나에 이름을 불러주어야 한다. 광주의 민주, 백령도의 병장, 진도의 아이들 그들은 봄이고, 청춘이었다.
강영임 시인, 코리아아트뉴스 전문 기자

서귀포 강정에서 태어나 2022년 고산문학대상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시집 『한 생을 벗고도 오므린 꽃잎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