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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만화로 읽는 시조 11] 신익수의 "어느 미술가의 하루"

류우강 기자
입력
어느 미술가의 하루 [시조: 신익수 ㅣ 만화: 류우강 기자]

어느 미술가의 하루 

 

신익수 

밤 새워 그림그려 

외상으로 액자 만들어 

그 환한 갤러리에
작품을 걸었더니 


아무도 
작품가격은 묻지 않고 

그림만 좋다 한다  
 

 - 『친구에게 들려주는 시조』( 도서출판 문학공원,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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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만 좋다 한다, 그게 다였다” 

 - 류안 시인 
 

신익수 작가의 시조 「어느 미술가의 하루」는 예술가의 삶을 살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슴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특히 갤러리라는 공간에서 작품을 걸어본 화가라면, 이 시조의 마지막 행에서 묵직한 자조감을 느낄 것이다.


“밤 새워 그림 그려 / 외상으로 액자 만들어” — 이 두 줄은 예술가의 창작 과정이 얼마나 고독하고 고단한지를 보여준다. 밤을 새우며 몰입한 창작의 시간, 그리고 그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 외상으로 액자를 맞추는 장면은, 예술이 고귀하다는 말과는 달리 현실은 늘 빠듯하고 불안정하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 환한 갤러리에 / 작품을 걸었더니” — 이 부분은 기대와 설렘이 담긴 순간이다. 조명이 환하게 켜진 갤러리, 그 속에 자신의 작품이 걸리는 순간은 예술가에게 있어 하나의 성취다. 하지만 그 뒤를 잇는 구절이 이 시조의 핵심이다.


“아무도 / 작품 가격은 묻지 않고 / 그림만 좋다 한다” — 이 대목은 예술가만이 겪는 씁쓸한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다. 관람객들은 그림을 보고 감탄하지만, 그 감탄은 작품의 생계적 가치에는 닿지 않는다. 감상은 넘치지만, 구매는 없다. 예술가의 삶은 감동을 주지만, 그 감동은 예술가의 생존을 보장하지 않는다.


이 시조를 읽는 화가들은 아마도 “그래, 나도 그랬지” 하고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림을 걸어놓고 뒤에서 조용히 관람객들의 반응을 지켜보는 순간, 그들이 “정말 멋지다”라고 말할 때, 그 말이 기쁘면서도 어딘가 허전했던 그 감정. 그것이 바로 이 시조가 말하는 예술가의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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