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조] 아화兒化
【김선호의 時부렁調부렁 12】
아화兒化
김선호
나이 들면 아 된다더이 그 말이 딱 맞데이
욱신욱신 쑤시는 다리 질질 끄는 할망구나 뒤집고는 깔깔대다 엉금엉금 기는 손녀나 방바닥 닦는 솜씨가 도낀개낀 아니드나 흘린 밥알 민망해서 쩔쩔매는 할매나 오방난장 제 식탁을 휘휘 젓는 손녀딸이나 손이 가 성가시기는 그 또한 매한가지라 갓난아 적 기저귀를 다시 찰 줄 우찌 알았노 아래가 축축하니 기분도 눅눅하고 먼저 간 영감탱이가 여간 밉지 않은 기라
들락거리는 정신머리는 그야말로 큰일이레이 들어도 그때뿐이고 머릿속이 뿌연 기라 그 좋던 총기는 말캉 다 어데로 갔단 말이가 엊그제 왔다는디 몇 달 만에 본 듯하고 저들은 잘한다는디 서운한 맴만 자꾸 들고 전생에 무슨 죄 있나 하늘도 참 야속하데이 눅어야 할 고집은 또 쇠심줄보다 세다드만 성깔 좀 죽이라고 자식들은 노랠 하는디 언제 또 썽을 냈는지 도통 생각이 안 나니께
놀 빛이 참 곱기도 하데이 따라가믄 좀 안 되겄나

지난해 말,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에 입성(?)했다.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20% 넘는 조건을 충족한 것이다. 고령인구가 14% 이상인 고령사회에서 7년 만에 승격(?)했다. 프랑스가 39년, 일본이 11년 만인 점을 보더라도 고령화 속도가 쏜살같다. 출산율 저하도 영향이 크지만, 수명 연장은 과속에 불을 지폈다. 오래 산다니 좋은 현상이다.
문제는 어떻게 건강을 유지하며 오래도록 사느냐다. 웰빙보다 웰다잉이 값지다는 얘길 흔히 한다.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요양원이나 호스피스 병동에는 숨만 쉬는 환자들이 넘쳐난다. 쪽방에서 발견되는 주검 소식도 심심찮다. 시설조차 갈 수 없다는 사연에 눈시울이 붉어진다.
생로병사는 거부할 수 없다. 인생에서 마주하는 자연스러운 섭리요, 여정이다. 안타깝게도 노화는 아화兒化를 수반한다. 대부분 어릴 적 모습을 재현하면서 이승을 떠난다. 아기처럼 밥도 흘리고 소·대변도 지리고 누워서 버둥대기도 한다.
흘리거나 오줌 싸거나 말썽 피워도 흐뭇하게 보듬었던 아들딸처럼, 아이가 된 노인들도 그렇게 받들어야 한다. 자식들 다 키워낸 바로 그 주인공이니 말이다. 아화兒化 과정에 흘리는 밥알은 차라리 아화兒花다. 한생 마감하며 환히 피우는 꽃, 반색하며 맞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