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호의 時부렁調부렁 11 ] 우리
[사설시조]
우리
김선호
엠알아이 찍는 통에 한 번쯤은 갇혀 봤제?
이 잡듯이 뒤져야 자시 보인다믄서 질고 둥근 통 속에다 시체처럼 뉘어 놓고 웅~하는 기계음 틀면 곡소리로 안 들리나 성깔머리 급한 놈은 고 잠깐을 못 참고서 사램 살려, 사램 살려 소리소리 지른다드만 갇히고 난 다음에야 아무 소용 없는 기라 알만 빼는 닭장이나 울음 슬픈 동물원도 삼팔선 철조망이나 트럼프 국경장벽도 모두 다 우리인 기라 소통 끊는 벽인 기라
우리에 한번 갇히믄 딴 시상을 모른데이 비 오는지 해 뜨는지 나가 봐야 알 거인디 꼼짝도 못 하는 판에 바깥일을 우찌 알겠노 우물 안 개구리도 버둥대는 기 안됐다만 사램 사는 우리는 창살보다 무섭데이 끼리끼리 편 맹글어 우리 우리 하지 않드나 제 우리를 벗어나믄 적보다도 못하니라 죽이삐리야 살아남는 전쟁판도 아닌디 저렇기 패를 가르고 쌍심지를 케지 않드나
우리에 갇힌 우리가 참말로 큰일인 기라

그때는… 하면, 아웃사이더고 나 때는… 하면, 꼰대다.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하고 과거에 매달리는 낙오자다. ‘요즘 문화가 뭐 이래?’라는 훈계질은 반역에 버금간다. 티 내지 않으면 중간엔 드니 입 꾹 닫는다. 아날로그에 물든 꼰대가 살아남는, 슬프디슬픈 비책이다.
꼰대라는 손가락질을 감수하고라도, 그리운 그때를 소환한다.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 우리 사는 세상 더욱 살기 좋도록…’88서울올림픽은 우리에게 희망을 불어넣었다. 주제곡 가사처럼 우리는 벽을 허물었다. 너나없이 손에 손잡은 덕에 국격이 훌쩍 뛰었다.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거리가 온통 붉은 티셔츠 물결로 일렁이던 2002 월드컵은 환상적이다. 어깨와 어깨를 잡고 똘똘 뭉친 저력은 축구에서 4강 신화를 이뤄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 실루엣이 눈앞에 삼삼하다. 올림픽도 월드컵도 모두 하나같이‘우리’였기에 이뤄낸 성과다.
그런 우리건만, 지금 우리는 우리에 갇히고 말았다. 우리끼리의 결속만을 다지다가 다른 우리를 보지 못한다. 아예 보려 들지 않는다. 오월을 달궜던 대선도 끝났다. 이념을 떠나 인재를 등용하는 포용이 있으려나? 아니, 서로의 이념을 존중하면서 함께 손잡는 우리로 거듭날 수 있을까? 마음속에 둘러친 창살을 걷어야 한다. 우리를 탈출할 마지막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