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호의 時부렁調부렁 44】 AI가 대세라면서
AI가 대세라면서
김선호
장닭 두엇 번갈아서 조목조목 따지는디
어김없이 시간 맞춰 새벽을 깨우거늘 그깟 시계 안 차고도 틀린 적 한번 없거늘 툭하면 모자란다며 닭대가리라고 쥐어박소 허겁지겁 잡쉈으면 맛있다 미안하다 혼이라도 덜 서럽게 위로라도 한마디 하지 지나는 개가 다 웃을 오리발을 내민다요 하늘같이 받들던 꿩이 눈길을 거두자마자 그제야 몸이 달아 손길을 내밀면서도 어째서 시큰둥하니 엑스트라 취급이라요 아름다운 목소리는 꾀꼬리를 불러내고 손님 온다 기쁠 때는 까치를 모시면서 한없이 슬퍼 울 때는 닭똥이나 찾으신다요 꿩 먹고 알 먹는다며 반색하고 날뛰면서 날구장창 알을 낳아 조공하듯 받치는데도 우리가 소 쳐다보듯 무덤덤히 그러신다요 고뿔 걸린 철새 떼가 겨울마다 날아들어 우리는 다 죽어가는디 밥그릇만 챙기시니 참말로 닭 쫓던 개처럼 그리 되고 싶은 게요
대세가 AI라면서 우리는 안중에도 없소?

‘홰치다’는 ‘닭이나 새 따위가 날개를 벌리고 탁탁 치다’는 뜻을 갖는다. 흔히 닭의 홰치는 소리에 새벽 온 줄 안다고 했는데, 아마도 닭이 우는 소릴 듣고 시간을 가늠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 홰치는 소리가 그다지 크지는 않기 때문이다.
아무튼 어둠을 몰아내고 새벽을 깨우는 수탉을 비롯하여 닭은 속담이나 관용구에 많이 등장한다. 그만큼 생활과 밀접하기 때문일 터다.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밀거나, 꿩 대신 닭이거나,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거나, 소 닭 보듯 하거나,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거나 등등 많다. 쓰임새로 볼진대, 유용한 가축인데도 왠지 대접은 소홀해 보인다.
그런 닭이 겨울이면 통과의례처럼 몸살을 앓는다. 철새 떼가 가져오는 조류독감 때문이다. 올겨울 조류독감은 전파력이 특히 강해서 빠른 속도로 번진다. 발생지역을 중심으로 반경을 설정하여 광범위하게 소독하고 대량의 가금류 살처분이 반복된다. 경기, 충북, 충남, 전남 등에서 벌써 피해가 컸고, 아직도 진행 중이다.
조류독감을 AI(Avian Influenza)라 부른다. 감염된 철새의 배설물로 전파되는데, 사람에게도 감염되는 인수공통전염병으로 분류한다. 사람의 감염원은 주로 고병원성인 H5N1 바이러스지만, 2013년 중국에서 저병원성(H7N9) 감염 사례도 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인공지능 AI(Artificial Intelligence)로 떠들썩한 세상인데, 조류독감까지 비상이다. 닭들에게도 좀 더 우호적인 눈길을 보내야 할 요즘이다.
김선호 시인, 코리아아트뉴스 문학전문기자

조선일보 신춘문예(1996)에 당선하여 시조를 쓰고 있다. 시조를 알면서 우리 문화의 매력에 빠져 판소리도 공부하는 중이다. 직장에서 <우리 문화 사랑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으밀아밀』 『자유를 인수분해하다』등 다섯 권의 시조집을 냈다. 코리아아트뉴스 문학전문기자로 활동하며, 충청북도 지역 문화예술 분야를 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