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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당연한 안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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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당연한 안전은 없다

이민호 칼럼니스트
입력
보이지 않는 노동, 조용한 안전

일상 뒤에 선 사람들

승강기와 함께 움직이는 사람들의 이야기


도시의 하루는 익숙하게 흘러간다. 병원의 전력 설비, 교통관제 시스템, 빌딩의 화재 감지 센서, 공공 승강기(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까지. 이 모든 장치가 무탈하게 작동할 때 비로소 일상은 이어진다. 

 

이 글은 그중에서도 공공 승강기를 통해, 작동을 유지하는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을 들여다본다.

 

공공 승강기는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구조물이지만, 그 점검과 관리는 드러나지 않는다. 하루가 무사히 지나려면, 기술자는 작은 이상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현장을 살핀다. 멈추지 않게 하려고 누군가는 먼저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공공기관이나 교통시설에 설치된 승강기는 거동이 불편한 시민이 자주 이용하는 만큼, 언제든지 안전하게 작동해야 한다. 비상 상황에서는 멈출 수 있기 때문에, 평소의 관리와 점검은 더욱 중요하다.

 

멈추지 않는 시스템 뒤엔, 멈추지 않는 사람이 있다. 보이지 않는 노력이 쌓일 때, 안전은 비로소 조용히 작동한다.

익숙한 작동 뒤의 사람들
승강기와 함께 움직이는 사람들

지켜내는 기술

일상을 지탱하는 공공 안전 노동


공공 승강기의 유지·점검은 멈추지 않는 일상에 필요한 기술적 기반이다. 정기 점검 항목은 수십 가지. 진동과 소음을 감지하고, 문 속도와 수직 정렬을 조정하며, 야간 구조 요청에도 즉시 대응한다.

 

멈추지 않는다는 건, 매 순간 정밀함을 유지하는 일이다. 고장을 막고, 사고를 예방하는 일은 숙련된 기술과 집중력, 빠른 판단이 만들어낸 결과다.

일상을 지탱하는 공공 안전 노동
안전과 작동을 지키는 사람들

 

엘리베이터 결함으로 사고를 당했을 때, 사람들은 그 작동이 누군가의 손끝 위에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실제로 소방청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전국에서 승강기 사고로 인한 구조 출동은 총 12만 8,828건에 달한다. 그만큼 위험은 가까이에 있으며, 이를 줄이기 위한 점검과 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분명해진다.

 

국제노동기구(IL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감시와 점검, 안전 유지처럼 ‘문제가 없을수록 더 잘 지워지는 노동’의 특성을 지적한다. 국내에서도 강릉 펜션 사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이태원 참사 등을 계기로 보이지 않는 예방 인력과 관리 시스템의 중요성이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법 개정과 인력 확충, 교육 예산 확대 등이 추진되어 왔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24시간 대기자’와 같은 유지 인력이 수당이나 휴식, 안전장비 등과 관련해 제도적 보호를 온전히 체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숨은 노고의 사회적 자리

공공 안전 노동이 사회 인프라가 되기까지


공공 승강기의 안전과 작동을 지키는 사람들을 위한 사회적 구조는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들이 사각지대에 머물지 않기 위해, 세 가지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


첫째, 대기·출동 인력의 근무 여건은 제도적으로 더 안정적으로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당연한 안전은 없다
사고가 없었다는 건, 누군가 제 몫을 다했다는 뜻이다.

현재는 수당이나 휴식 기준이 기관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경우가 있어, 보다 일관된 기준 마련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집중력과 주의력을 오랜 시간 유지할 수 있는 근무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
정기적인 교육과 훈련, 피로 누적을 줄이는 프로그램 등을 통해 현장의 긴장감이 과도하게 지속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다.

 

셋째, 인력 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재검토의 여지가 있다.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점검 업무의 지나친 외주화보다는, 상시 고용과 안전 책임이 보다 긴밀하게 연결되는 구조를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사고가 없었다는 건, 누군가 제 몫을 다했다는 뜻이다. 

 

이들의 숙련된 대응과 집중력은 병원 전기, 도시 승강기, 철도 시스템, 화재 감지망 등 주요 기반 시설이 멈추지 않도록 유지하는 가장 선제적인 조건이다.

 

안전은 기술에 더해, 지속적인 집중력과 그 집중을 뒷받침하는 구조가 함께할 때 완성된다. 2호선 구의역 사고는 말해준다. 보이지 않는 노동은 종종, 사고가 난 뒤에야 주목받는다는 사실을.

보이지 않는 노동을 기억하고 존중하는 사회, 그곳에 진짜 공동체가 있다.

 

일상은 그렇게, 누군가의 책임감 위에 이어진다. 

OO엘리베이터 최연석 팀장은 말한다. 당연한 안전은 없다고.

 

멈추지 않는 일상 뒤에는, 멈추지 않는 노력이 있다. 오늘도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공공의 안전을 지켜내는 모든 노동자에게 깊은 존경과 감사를 보낸다.

보이지 않는 노동을 기억하고 존중하는 사회, 그곳에 진짜 공동체가 있다
보이지 않는 노동을 기억하고 존중하는 사회, 그곳에 진짜 공동체가 있다

 

ㅡ민가, 『완성의 단위

당신의 손이 움직인다

바늘이 그어낸 자리마다

기술이 스며든다

단추는 견고하게 끼워졌다

안쪽에서 두 번 묶인

당신의 공들인 균형

고요

그것만이 진짜인 이음으로

드러나지 않는 완성의 단위
 


이민호 칼럼니스트
이민호 칼럼니스트

민가(民歌)

시인, 칼럼니스트, IT AI 연구원 , KAN 전문기자   

문학과 기술, 사람의 이야기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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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안전은없다#이민호칼럼#코리아아트뉴스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