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247] 손택수의 "문제아"
문제아
손택수
학교에서도
학원에서도
집에서도
문제를 푼다
풀어도 풀어도
끝이 없다
문제만 푸는
문제아
정답만 찾는
내가 정말 싫다
답만 찾아가는 데도
왜 이렇게 답답하지?
답이 없다
―『한눈파는 아이』(창비, 2019)

[해설]
아이를 문제아로 만들다니
엄마 아빠가 사랑하여 내가 태어났는데 나는 엄마 아빠를 사랑할 틈이 없다. 아주 어릴 때부터 기초, 학습, 경쟁, 시험의 길로 내몰린다. 문제를 풀어야 한다. 국어는 적당히, 알아서 하는 것이고, 취학 이전부터 영어 교육이 시작된다. 학교에 들어가면 수학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 밤이나 낮이나, 학교에서나 학원에서나 문제를 풀어야 한다. 손택수 시인이 초등학교 시절에 영어와 수학을 잘했을까? 이건 오로지 짐작인데, 영어를 잘했으면 부모님은 법대로, 수학을 잘했으면 의대로 가라고 했을 것이다. 영어와 수학보다는 국어 공부를 잘하지 않았을까?
내가 대입 수험생이었던 시절에는 『성문종합영어』와 『수학의 정석』이 엄청나게 많이 팔렸다. 이 책을 안 갖고 있는 고등학생이 없었다. 『영어의 왕도』가 『성문종합영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가 무릎을 꿇었고 『해법수학』이 『수학의 정석』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가 역시 항복하고 말았다. 『성문종합영어』의 시대는 갔지만 『수학의 정석』은 아직도 건재하다고 한다. 강남 아이들은 중학교 3학년 때 『수학의 정석』을 풀기 시작한다는 말을 듣고 기절초풍을 했는데 시대가 그렇게 바뀐 모양이다.
이 동시의 화자인 문제아는 “정답만 찾는/ 내가 정말 싫다”고 말한다. 4지선택, 5지선택 문제를 풀면 자신의 생각이나 상상력을 제대로 펼칠 수 있을까? 4개나 5개는 이 나라 정당의 수 같다. 오지 하나만 옳고 나머지는 다 그르다는 생각을 십수 년 동안 계속해서 훈련받는다면?
손택수 시인은 이 나라 교육계를 향해 정문일침을 날린다. “답만 찾아가는 데도/ 왜 이렇게 답답하지?/ 답이 없다”고. 유럽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펼치는 논술 시험을 중시하는데 우리나라는 한동안 실시하다가 대다수 대학 입시에서 없앴다. 일본에서는 1,800자 한자를 공부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교과서에서 한자를 다 없앴다. 한자와 컴퓨터가 선택과목이 되었고 대다수 학생이 컴퓨터를 택한다.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에서 우리나라가 마침내 이탈하게 되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계속 문제를 풀고 있다. 수성사인펜으로 OMR 카드에 작대기를 긋고 있다.
[시인 손택수]
전남 담양에서 태어났다.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시)와 <국제신문> 신춘문예(동시)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호랑이 발자국』『목련 전차』『나무의 수사학』『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어떤 슬픔은 함께할 수 없다』『붉은빛이 여전합니까』『눈물이 움직인다』, 동시집 『한눈파는 아이』, 청소년시집 『나의 첫 소년』 등을 냈다. 고산문학대상 수상.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청춘의 별을 헤다-윤동주』『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