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을 밝힌 한국의 미술 보물, ‘이건희 컬렉션'
미국 워싱턴 DC의 밤이 한국 미술의 정수로 물들었다. 지난 28일(현지 시각), 스미스소니언 예술산업관에서 열린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갈라 만찬은 문화와 외교, 비즈니스가 교차하는 상징적 장면을 연출했다.

글로벌 리더들, K미술 앞에 모이다
이날 갈라에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을 비롯해 트럼프 행정부 주요 인사, 글로벌 기업 CEO, 문화계 인사 등 250여 명이 참석했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은 환영사에서 “전쟁과 고난 속에서도 한국 문화유산을 지키려 했던 선대의 의지를 되새긴다”며, 고(故) 이건희 회장과 홍라희 명예관장의 수집 철학을 소개했다.
특히 삼성의 주요 생산 기지가 위치한 텍사스와 사우스캐롤라이나 지역구의 상원의원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코닝의 웬델 윅스 회장은 “삼성 일가의 창조적 열정이 전 세계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1500년 한국 미술의 정수, 북미를 사로잡다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은 지난해 11월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개막해 2월 1일 폐막을 앞두고 누적 관람객 6만5000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북미에서 40여 년 만에 최대 규모의 한국 미술 전시로, 1980년대 ‘한국미술 오천년전’ 이후 가장 폭넓은 기획이다.

전시에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비롯해 국보 7건, 보물 15건 등 총 330점이 출품됐다. 삼국시대 금동불상부터 박수근, 김환기, 이응노 등 근현대 거장들의 작품까지, 1500년 한국 미술의 흐름을 아우른다.
관람객들은 “이 모든 작품이 한 사람의 수집품이라는 사실에 놀랍다”며 감탄을 표했고, 박물관 관계자는 “삼성이 단순히 기술 기업이 아닌, K컬처의 뿌리를 지킨 문화 후원자라는 점에 감동받았다”고 전했다.

기업의 문화적 책임, 세계로 확장되다
국내에서도 2021년 첫 기증품 소개전을 시작으로 10개 도시 순회 전시를 통해 누적 관람객 262만 명을 기록한 이건희 컬렉션은, 이제 국경을 넘어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이수연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이건희 컬렉션은 국가적 보물을 해외로 흩어지지 않게 지키겠다는 뜻에서 출발했다”며, “기업이 문화 자산을 지키고 넓히는 데까지 역할을 확장한 보기 드문 사례”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