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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 “노래방은 끝났다?” 아니, 지금이 전성기다: Z세대가 다시 쓰는 노래방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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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 “노래방은 끝났다?” 아니, 지금이 전성기다: Z세대가 다시 쓰는 노래방 문화

배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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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주, AR 조명, SNS 업로드까지—노래방은 더 이상 그냥 노래 부르는 곳이 아니다”

“노래방, 무대가 되고 카메라가 되고 친구가 되는 곳”


[서울 = 코리아아트뉴스 배영준 기자] 금요일 저녁 8시, 서울 강남의 한 코인노래방 앞.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입구를 지나자, 좁은 복도 양옆으로 작은 방들이 줄지어 있다. 각 방에서는 K-pop의 고음이 새어나오고, 문틈 사이로 춤추는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이곳은 단순한 노래방이 아니다. Z세대가 만든 새로운 문화의 무대다.


“요즘은 노래방이 콘텐츠 제작소예요. 친구들이랑 춤추고 노래하고 영상 찍어서 틱톡에 올리는 게 일상이죠.” 20대 대학생 김수진 씨는 스마트폰 삼각대를 설치하며 말했다. 그녀는 매주 ‘코노리얼리티’ 콘텐츠를 제작한다. 코인노래방에서의 일상을 브이로그로 담아내는 Z세대의 새로운 놀이 방식이다.

코노리얼리티의 탄생


‘혼코노(혼자 코인노래방)’는 이제 기본이다. 하지만 Z세대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AR 조명, AI 음정 보정, 실시간 녹화 기능까지 갖춘 최신 코노에서는 마치 콘서트 무대에 선 듯한 경험이 가능하다. 일부 노래방은 유튜브 채널과 연동해 실시간 스트리밍도 지원한다.


“노래방에서 부른 노래를 바로 녹음해서 업로드할 수 있어요. 팬들이 댓글로 피드백도 주고요.” 강남에서 활동 중인 틱톡커는 노래방을 ‘팬과 소통하는 창작 공간’이라 표현했다. 

지금은 방송중 

취향 존중의 시대, 노래방도 변신 중


서울  대치동의 한 프리미엄 노래방에서는 장르별 테마룸이 인기다. 힙합 전용 방에는 턴테이블과 그래피티 벽이, 발라드 방에는 따뜻한 조명과 빈티지 마이크가 설치돼 있다. Lo-fi 감성 방에서는 잔잔한 배경음과 함께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다.


“요즘 손님들은 ‘내 취향에 맞는 방’을 찾으세요. 그냥 노래 부르는 게 아니라 분위기까지 중요해요.” 노래방 점주 박현우 씨는 ‘공간의 감성화’가 새로운 경쟁력이라고 말한다.

SNS와 연결된 오프라인 경험


노래방은 더 이상 오프라인에 머물지 않는다. 방 안에서 찍은 영상은 필터와 함께 SNS에 업로드되고, ‘#코노챌린지’ 해시태그는 수만 개의 조회수를 기록한다. 일부 노래방은 ‘SNS 인기곡’ 순위를 실시간으로 반영해 선곡 리스트를 업데이트한다.


“노래방에서 찍은 영상이 바이럴 되면, 그 노래방이 핫플이 돼요.” 20대 직장인 이지훈 씨는 ‘노래방 마케팅은 이제 SNS가 좌우한다’고 말한다.


노래방은 감정의 해방구


Z세대에게 노래방은 단순한 오락 공간이 아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자아를 표현하며, 친구들과 교감하는 감정의 플랫폼이다. 과거 회식 문화의 연장선이었던 노래방은 이제 개인 중심의 창작 공간으로 진화했다.


“노래방에서 부르면 마음이 풀려요. 누구에게도 말 못한 감정을 노래로 표현할 수 있거든요.” 혼자 노래방을 찾은 20대 취준생 박지윤(가명) 씨는 ‘노래방은 나만의 심리치료실’이라고 말했다.

 

노래방은 끝났다고? 아니, 지금이야말로 전성기다. 

Z세대는 노래방을 다시 쓰고 있다. 그들은 노래방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콘텐츠를 만들며, 새로운 문화를 창조한다. 그리고 그 무대는, 서울 강남의 작은 코인노래방에서 시작되고 있다.

배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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