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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검열 논란, 대구 봉산문화회관에서 확산

류우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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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풍자 작품 철거에 전국 예술가들 1인 시위로 맞서

2025년 9월 말, 대구 중구 봉산문화회관에서 열린 특별기획전 ‘내일을 여는 미술, 대구 미술, 시대정신에 대답하라’가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며 예술 검열 논쟁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홍성담 작가의 작품 세 점—윤석열 전 대통령을 풍자한 ‘동학의국’, ‘똥광’, ‘팔광’—이 전시되면서 시작됐다. 해당 작품들은 윤 전 대통령과 이승만 전 대통령을 화투패에 그려 넣거나, 의정 갈등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그림으로, 대구 중구청은 이를 “정치적 목적의 홍보”로 판단해 전시 첫날 철거를 요구했다. 이에 대경미술연구원은 거부 의사를 밝혔고, 류규하 중구청장은 전시실 폐쇄를 지시했다.

홍성담 작가의 "동학의국"

이후 전시실 일부가 닫히고, 작가들의 자진 철거와 보이콧이 이어지면서 2·3전시실은 사실상 폐쇄되었다. 현재는 일부 작품만 1전시실에 남아 있으며, 빈 벽에는 철거된 작품을 설명하는 안내문만 덩그러니 붙어 있다. 

[사진: 페이스북]

이 사건은 단순한 행정 조치에 그치지 않았다. 전국의 예술가들이 분노하며 봉산문화회관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였고, SNS를 통한 온라인 시위도 확산되었다. “예술 검열은 범죄다”, “중구청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는가”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든 작가들이 서울, 부산, 광주, 제주 등지에서 동참했다. 

예술 검열을 비판하는 1인 시위 [사진 : 페이스북]

광주에서 온 OO작가는 “정치인 풍자화를 그렸다고 작품이 내려가고, 전시실이 폐쇄되는 곳은 아마 대구밖에 없을 것”이라며 “시대역행이며,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독작가 OO은 “예술은 시대를 표현하는 언어이며, 표현의 자유는 헌법적 가치”라며 중구청의 조치를 강하게 비판했다. 

사람 2명 및 텍스트의 이미지일 수 있음
[사진 : 페이스북]

이번 사태는 단지 한 지역의 행정 논란을 넘어, 예술 표현의 자유와 공공기관의 검열 권한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발시키고 있다. (사)부산민예총은 성명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대구 중구청의 위헌적 행정조치를 강력 규탄한다”며 문화체육관광부에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을 촉구했다.


전시는 10월 2일까지 이어졌지만, 예술가들의 저항은 그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예술계는 류규하 중구청장의 사과와 봉산문화회관 운영 규정의 개선, 그리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예술이 단순한 창작을 넘어 시대를 비추는 거울임을 다시금 일깨우며, 예술의 자율성과 표현의 자유가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지를 묻는 중요한 사회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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