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규의 칼럼] “정책이 선도하고 시장이 응답하다: 부동산 정상화의 조건”
정책의 신뢰가 시장을 움직이는 시대
최근 한국 자산 시장에서 목격되고 있는 현상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2026년 1월, 코스닥 지수가 하루 만에 7%가 넘는 폭등세를 기록하며 사이드카가 발동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반등이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음을 보여주는 신호였습니다.
이러한 폭등의 배경에는 정부와 여당이 발표한 '밸류업 프로그램' 강화 방안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주목할 점은 정책이 구체적으로 집행되기도 전에 시장이 먼저 반응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투자자들이 정부의 정책 의지를 신뢰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합니다.

경제학에서 '정책 신뢰성은 시장 안정화의 핵심 요소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루카스는 정책 효과가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에 의해 좌우된다는 '루카스 비판'을 통해 이를 입증한 바 있습니다. 한국 주식 시장이 보여준 즉각적인 반응은 바로 이러한 정책 신뢰의 회복을 보여주는 실증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정책 신뢰가 부동산 시장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두 시장에서 정책이 어떻게 다르게 작동해왔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주식과 부동산, 정책 대응의 비대칭성
자산 시장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심리와 기대, 그리고 집단적 학습에 의해 움직입니다. 행동경제학의 선구자 대니얼 카너먼이 밝힌 바와 같이, 시장 참여자들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책의 신뢰성을 평가하고 미래를 예측합니다.
주식 시장에서 최근 확인된 정책의 성공은 두 가지 핵심 요소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선제성'입니다. 정부는 시장이 침체되기 시작하는 초기 단계에서부터 구조적 개혁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단순히 단기 부양책이 아니라, 기업의 주주환원율 제고와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목표로 했습니다.
둘째는 '예상치 못한 단호함'입니다. 과거 정부들이 재벌 개혁이나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언급할 때마다 실행력 부족으로 시장의 냉소를 샀던 것과 달리, 이번 정부는 구체적인 세제 인센티브와 규제 완화 방안을 동시에 제시하며 실행 의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반면, 부동산 시장에서의 정책 대응은 오랫동안 정반대의 패턴을 보여왔습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서울 아파트 가격은 약 60% 상승했지만, 정부의 대응은 항상 가격 상승 이후에 이루어졌습니다. 대출 규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등 30여 차례의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지만, 시장은 이를 '사후 약방문'으로 인식했습니다.
2022년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부동산 정책 발표 후 3개월 이내 서울 아파트 가격은 오히려 평균 2.3% 상승하는 역설적인 현상이 관찰되었습니다. 이는 시장 참여자들이 "정부가 규제를 강화한다는 것은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반증"이라고 학습한 결과였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책의 일관성 부족이었습니다. 집권 세력이 바뀔 때마다 부동산 정책의 방향이 180도 전환되었고, 이는 시장 참여자들에게 "버티면 이긴다"는 확신을 심어주었습니다. 2017년 도입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2022년 일시 유예되었다가 2024년 다시 강화되는 등 정책의 연속성이 무너졌습니다.
시장은 정부가 가격을 쫓아가는지, 아니면 시장을 이끌고 가는지 본능적으로 감지합니다. 부동산 시장에서 정책 신뢰가 낮았던 근본 원인은 정부가 항상 시장의 뒤를 쫓으며 반응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026년 초, 이재명 대통령이 보여주는 일련의 행보는 이러한 비대칭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려는 강력한 의지로 읽힙니다.

금기를 깨는 파격, 부동산 패러다임의 대전환
이번 정책 전환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한국 사회의 오랜 성역이었던 '1주택자 보호'라는 프레임에 균열이 생겼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단순한 세제 조정이 아니라, 부동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근본적 전환을 의미합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의 종료
2026년 5월 9일로 예정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면제 조치가 종료됩니다. 과거 같았으면 정치권에서 "시장 충격을 고려해 연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을 것입니다. 실제로 2022년과 2024년에는 선거를 앞두고 유사한 유예 조치가 반복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은 2026년 1월 SNS를 통해 명확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비정상적인 불공정 혜택은 힘들더라도 반드시 없애야 합니다. 이번에는 연장을 고려하지 않겠습니다." 이 선언은 시장에 거대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다주택자가 보유한 주택은 전국적으로 약 187만 호에 달하며, 이 중 서울 소재 주택은 약 35만 호입니다. 양도세 중과가 재개되면 기본세율 45%에 추가로 20~30%포인트가 가산되어 최고 75%의 세율이 적용됩니다.
경제학적으로 이는 '매몰비용 오류'를 깨는 정책입니다. 다주택자들은 "집값이 조금만 더 오르면 팔겠다"며 버티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제는 "5월 이전에 팔지 않으면 세금으로 수익이 모두 증발한다"는 명확한 데드라인이 주어진 것입니다.
실제로 2026년 1월 둘째 주부터 서울 강남권 아파트 매물이 전주 대비 23% 증가했다는 부동산 중개업소 자료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시장은 정부의 의지를 믿기 시작했고, "버티면 이긴다"는 학습 효과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비거주 1주택'에 대한 냉철한 재정의
한국의 부동산 세제는 오랫동안 '주택 수'를 기준으로 설계되었습니다. 1주택자는 양도세 비과세와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 등 광범위한 혜택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중요한 맹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바로 '실거주 여부'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국토교통부의 2025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1주택자 중 약 18%는 해당 주택에 실제로 거주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은 전월세를 주거나 빈집으로 두면서도 1주택자 지위를 유지해 세제 혜택을 누렸습니다. 특히 서울 강남권과 용산구 등 재건축 예정 지역에서 이러한 '비거주 1주택' 비율은 30%를 초과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SNS를 통해 이 문제를 직접 지적했습니다.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입니다. 실제로 거주하지 않으면서 1주택 혜택을 받는 것은 실질적으로 투기적 보유와 다름없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1주택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한 조건으로 '2년 이상 실거주'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이는 OECD 주요국들의 일반적인 기준과도 부합합니다. 미국은 주 거주지로 인정받기 위해 최소 2년 거주를 요구하며, 캐나다와 호주도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정책은 부동산의 본질을 '투자 수단'에서 '주거 공간'으로 되돌리려는 패러다임의 전환입니다.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는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려면 인센티브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실거주 의무화는 바로 이러한 인센티브 재설계의 핵심입니다.
정밀 타격형 보유세 도입 제안
가장 파격적인 제안은 초고가 주택에 대한 보유세 강화입니다. 정부는 서울 아파트 중 시가 50억 원 이상 주택에 대해 종합부동산세율을 현행 최고 6%에서 8~10%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통계적으로 서울 전체 아파트 약 160만 호 중 50억 원 이상 초고가 주택은 약 1만 4천 호로, 전체의 0.9%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이들 주택의 총 자산 가치는 약 85조 원으로, 서울 전체 아파트 자산 가치의 약 8%를 차지합니다.
이 정책의 경제학적 논리는 명확합니다. 부동산 시장은 '상징적 가격'에 의해 움직입니다. 2021년 서울 아파트 폭등기에 가장 먼저 오른 것은 강남 한남동, 서초동의 초고가 아파트였고, 이 가격 상승이 주변 지역으로 파급되었습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쉴러는 부동산 버블이 "소수의 상징적 자산이 만들어낸 심리적 전염 효과"에 의해 확대된다고 분석했습니다. 따라서 초고가 주택 시장을 냉각시키는 것은 전체 시장의 하향 안정화를 유도하는 전략적 접근입니다.
중요한 점은 이 정책이 일반 서민이나 실수요자에게는 전혀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약 12억 원이며, 50억 원 이상 주택은 상위 1% 안에 드는 초고가 자산입니다. 이는 정치적 반발을 최소화하면서도 자산 양극화의 정점을 타격하는 정밀한 설계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5년 한국 경제 보고서에서 "부동산 자산 집중도가 사회적 갈등과 경제 성장 둔화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초고가 주택 보유세 강화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상식의 정부가 나아갈 방향과 기대 효과
우리는 지금 '상식적인 시장'을 기대할 수 있는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주식 시장에서 확인된 정책 신뢰가 부동산 시장으로 전이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일관된 집행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정책 신뢰 구축의 3대 원칙
첫째, 정책의 일관성입니다. 과거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 방향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부동산 안정이 민생 안정의 핵심"이라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유지해왔습니다. 이러한 일관성은 시장의 기대를 안정화시키는 핵심 요소입니다.
둘째, 정책의 투명성입니다. 정부는 정책 목표와 수단, 예상 효과를 명확히 밝혀야 합니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시장 안정화 로드맵'은 분기별 목표와 모니터링 지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했습니다. 이는 시장 참여자들에게 예측 가능성을 제공합니다.
셋째, 정책의 형평성입니다. 부동산 정책이 실수요자를 보호하면서도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균형을 유지해야 합니다. 비거주 1주택 재정의와 초고가 주택 보유세 강화는 바로 이러한 형평성 원칙을 구현한 정책입니다.
경제적 파급 효과
부동산 시장 안정화는 단순히 집값을 낮추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우리 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과정입니다.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2020~2023년 사이 한국 가계 자산의 약 78%가 부동산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이는 미국(35%), 일본(42%), 독일(51%)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입니다. 자산이 부동산에 과도하게 집중되면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첫째, 생산적 투자가 위축됩니다. 부동산에 묶인 자본은 기업 투자나 혁신 활동으로 흐르지 못합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2025년 보고서는 "부동산 자산 비중이 10%포인트 감소하면 벤처투자는 약 15% 증가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둘째, 청년층의 자산 형성 기회가 박탈됩니다. 부동산 가격 폭등은 청년들이 주식이나 펀드를 통해 점진적으로 자산을 축적하는 경로를 차단합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30대 청년층의 순자산 중앙값은 2020년 8,500만 원에서 2024년 6,200만 원으로 오히려 감소했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면 이 고인 물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국민연금연구원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부동산 가격이 10% 하락하고 주식 시장이 15% 상승하는 '자산 재배분 시나리오'에서 가계 전체의 자산 수익률은 오히려 3.2%포인트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부동산 가격 안정은 단순히 수치를 낮추는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사회의 자본이 부동산이라는 고인 물에서 벗어나 주식 시장, 벤처 투자, 스타트업 등 생산적인 곳으로 흘러가게 하는 경제 체질 개선의 핵심입니다."
정치적 도전과 극복 과제
물론 이 과정은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다주택자와 초고가 주택 보유자들의 저항이 예상되며, 일부 지역구 의원들은 지역 부동산 시장 침체를 우려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는 명확한 교훈을 줍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버블을 방치한 스페인과 아일랜드는 장기 침체에 빠졌지만, 선제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한 캐나다와 독일은 안정적 성장을 이어갔습니다.
정부가 기득권의 저항과 정치공학적 계산을 넘어 지금의 단호함을 유지한다면, 진보와 보수를 떠나 '민생을 안정시킨 유능한 정부'라는 역사적 평가를 받게 될 것입니다.
새로운 정상화의 시작
부동산이 더 이상 고통의 근원이 아닌, 보편적 주거 복지의 터전이 되는 세상. 집이 투기의 대상이 아닌 삶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는 사회. 청년들이 집값 걱정 없이 자신의 꿈을 키울 수 있는 나라.
이것은 단순한 이상이 아닙니다. 정책의 신뢰를 바탕으로 충분히 실현 가능한 목표입니다. 주식 시장에서 이미 확인되었듯이, 정부가 선제적이고 단호하며 일관된 정책을 펼칠 때 시장은 반드시 응답합니다.
그 시작은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이 강력한 정책적 결단에 달려 있습니다. 2026년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는 단순한 세제 변화가 아니라, 한국 부동산 시장이 정상화로 가는 출발선이 될 것입니다.
정책의 신뢰가 시장을 움직이고, 시장의 변화가 사회를 바꿉니다. 우리는 지금 그 역사적 전환의 순간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조선규 | 칼럼니스트

35여 년간 교육과 기업 경영, 그리고 지역 사회 발전의 현장에서 사람과 함께 성장해왔다. “삶의 문제는 결국 사람의 문제”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교육을 통해 변화를 만들고, 기업을 통해 길을 열었으며, 현재는 사회 곳곳의 다양한 문제를 함께 풀어가며 더 따뜻하고 공정한 미래를 그려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