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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194] 김태경의 "이덕삼'
문학/출판/인문
[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194] 김태경의 "이덕삼'

이승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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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삼

 

김태경

 

스물한 살의 꽃다운 나이

당신의 쓸쓸한 무덤

상하이 만국공묘 풀밭에 누워 있어라

가시덤불 같은 세월

피 묻은 태극기 가슴에 품고

깃봉에 휘날리는 날까지

당신은 맨발로 우리의 언 겨울을 사셨어라

살아도 죽어도 외로운 혼백이여

무성하게 풀이 자라듯이

당신의 가슴에 품은 독립은 뜨거웠는데

아직도 먼 그리움으로

뒤척이는 슬픔에 비가 내립니다

이제라도 함께 싸운 동지들

분향으로 되살아나는 묵념의 자리

그 곁에 누워 당신의 삶도

피눈물 흘린 날보다 눈부셔야 합니다

이젠 우리가 모셔 와야 하리라

상하이 만국공묘에서

그토록 사무치게 사랑한 나라로

한없이 펄럭이는 태극기를 바라보시며

평온하게 잠들 수 있도록

 

*이덕삼: 독립운동가, 국가유공자. 상하이 장안사 내 만국공묘에 안장됨.

 

—『사는 것이 외로워도』(예서, 2025)

   

이덕삼 독립운동가 

  [해설

 

   사라진 독립운동가

 

  이덕삼이란 이름을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대개 모를 것이다. 시에 나와 있는 그대로, 일찍 죽어(21년을 살았으니 스물두 살 때 죽었다) 중국 상해 정안사 내에 있는 외국인 묘지(만국공원묘지)에 묻혀 있다. 시인은 상하이 여행을 하는 과정에서 이곳에 갔었나 보다. 우리는 독립운동가 하면 안중근, 이봉창, 윤봉길 3명을 금방 떠올리는데 사실 아주 많은 사람이 이역의 하늘 아래 숨을 거뒀다. 시인은 이덕삼의 유해를 우리가 모셔 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죽어서도 외롭게 외국인 공원묘지에 묻혀 있으니, 우리가 후손 된 도리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덕삼은 평안북도 철산 출신으로 1516세 때 선천의 중학교에 다니면서 이미 임시정부 교통부의 전체사역(傳遞使役)에 임명되어 임시정부의 기밀문서, 독립신문 등을 전달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20세 때 군자금을 모집해 상해로 망명하려 했으나 국경에서 체포되어 18개월 옥고를 치렀다. 출옥 후 상업에 종사하며 때를 기다리던 중 일본 형사를 처단하고 북만주로 망명했으나 1926년 봄 하얼빈에서 다시 일본경찰에 체포되었다. 본국으로 호송되다 탈출하여 상해에 도착하였고 바로 병인의용대(丙寅義勇隊)에 가입하였다.

 

  가입 후 상해 일본영사관에 체포된 최병선과 장영환 두 동지의 구출계획을 추진했으나 일본경찰에 발각되어 뜻을 이루지 못했다. 1926416일에는 상해의 중심가에서 일본경찰과 총격전을 벌여 그중 여러 명을 사살해 병인의용대의 의용을 떨쳤다. 이때 한 달 남짓 병상에 있을 정도로 다리에 심한 부상을 입었다.

 

  1926년 순종이 승하하자 병인의용대에서는 인산일을 기회로 전국적인 만세운동 계획을 세웠다. 61일 제2대장 김엄해의 인솔 아래 국내로 잠입하기 위해 중국 기선 순천호에 올랐다. 기선이 양수포구(楊樹浦口)를 통과할 즈음 상해의 경찰에게 발각되어 영국 관리에 양도되었고, 다시 일본영사관에 넘겨졌다. 심문받다 심한 고문으로 인해 67일에 숨을 거뒀다.

 

  상해 여행을 했을 때 임시정부 청사에는 가보았는데 만국공묘에 가서 이덕삼 의사의 묘소를 찾아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다시 상해에 가게 된다면 꼭 가서 참배하고 와야겠다. 김태경 시인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김태경 시인]

 

  1962년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에서 태어났다. 20095월 《모던포엠》 5월호에 「세탁소」 등 3편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별을 안은 사랑』『비밀의 숫자를 누른다』를 출간했다. 강동문학상, 박재삼문학상을 받았다. 현재 연당국어논술교육원에서 국어와 논술을 강의하고 있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이승하 시인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청춘의 별을 헤다-윤동주』『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시와시학상편운상가톨릭문학상유심작품상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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