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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탐방] 이휘연 작가, 운명의 실을 따라 그려낸 ‘순리’의 세계

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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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 한쪽, 이휘연 작가는 붓끝을 세우고 화면 속 존재의 결을 따라가고 있었다. 검은 장지 위로 금빛 선이 흐르고, 자개처럼 빛나는 나무와 동물의 형상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그의 작업은 단순히 대상을 그리는 일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운명, 삶의 선택, 순리와 저항 사이에서 흔들리는 존재의 시간을 화면 위에 옮기는 과정이다.

이휘연 작가

이휘연 작가는 추계예술대학교 동양화과와 백석예술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했으며, 2026년 개인전 《다중적 존재, 하나의 시간 Many Lives, One Time》, 2025년 《끝이 없는 영원 Timeless Eternity》, 《순리의 길, 발자국을 남기다》 등을 통해 자신만의 회화 세계를 구축해 왔다. 또한 서울아트쇼, 아트광주, 뱅크아트페어, CADIC 고양이 기획전 등 국내외 전시에 참여하며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순리 자개나무 Flow. 2026.  장지에 분채. 53.0x45.5 cm
왕의남자_외줄타기 Tightrope. 2024. 장지에 분채. 27.3x22.0 cm
왕의남자_외줄타기 Tightrope. 2024. 장지에 분채. 27.3x22.0 cm

작가의 작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실’이다. 그것은 장식적 선이 아니라 삶을 이끄는 운명의 흔적이다. 이휘연은 “세상의 모든 생명은 저마다의 운명을 지니고 태어나며, 삶의 과정 속에서 수많은 선택의 순간을 지난다”고 말한다. 그의 작업은 보이지 않는 운명의 실이 삶을 어떻게 엮고 풀어내는지를 시각화하는 데서 출발한다.

순리 자개나무 Flow. 2024. 장지에 분채. 53.0x45.5 cm
순리 자개나무 Flow. 2024. 장지에 분채. 53.0x45.5 cm
순리 자개나무 Flow, 2024. 장지에 분채. 53.0x45.5 cm

특히 ‘순리 자개나무 Flow’ 시리즈는 작가의 세계관을 잘 보여준다. 자개로 만들어진 듯한 나무 위에 고양이들이 서 있다. 야생에서 태어난 고양이가 자연의 위험 속에서 살아야 하는지, 인간과 함께 안락한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곧 인간의 삶에 대한 은유로 확장된다. 각자가 처한 환경 속에서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는 결국 스스로의 몫이라는 메시지가 작품 안에 담긴다.

중 Yellow Dragon 2026. 장지에 분채. 116.8x80.3 cm

이휘연의 또 다른 중심축은 동아시아 전통 상징이다. 2026년 선보인 ‘The Forming Center’ 시리즈는 오방신과 황룡을 통해 삶의 중심이 하나의 고정된 점이 아니라 선택이 축적되며 형성되는 것임을 표현한다. 청룡, 백호, 주작, 현무, 황룡은 화면 속에서 서로 다른 방향을 지키면서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다.

 

작품 앞에 선 작가는 조용하지만 단단했다. 화려한 색채와 섬세한 선묘 뒤에는 삶과 죽음, 탄생과 소멸, 선택과 운명에 대한 긴 사유가 놓여 있다. 그는 전통 동양화의 재료인 장지와 분채를 바탕으로 현대적 감각의 화면을 만들어낸다. 고양이, 말, 용, 호랑이, 거북, 새와 같은 존재들은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각자의 삶을 건너는 상징적 주인공이 된다.

 

이휘연의 작품은 관람자에게 묻는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는 순리인가, 선택인가. 얽히고 풀리는 실들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가. 작가는 답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화면 속 존재들이 지나온 흔적을 통해, 관람자가 자신의 지난 선택과 앞으로의 가능성을 조용히 마주하도록 이끈다.

 

이휘연 작가의 회화는 젊은 감각과 전통적 상징, 섬세한 장식성과 철학적 사유가 공존하는 세계다. 그의 붓끝에서 운명의 실은 다시 살아 움직이고, 그 실을 따라 관람자는 각자의 삶이 남긴 발자국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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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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