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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호의 時부렁調부렁 25】 만해와 난해 사이
문학/출판/인문
[김선호의 時부렁調부렁]

【김선호의 時부렁調부렁 25】 만해와 난해 사이

시인 김선호 기자
입력

 

만해와 난해 사이

김선호 

 

  대강 훑는 문학기행 마지막이 만해마을인디

 

  말이 좋아 기행이지 초장부터 술판이라 애시당초 시라는 기 가심으로 써야 하는디 가심을 떨게 하려믄 술만 한 기 없다카데 해괴망측한 궤변에도 질세라 들이부으니 너나없이 회까닥 돌아 이 말 저 말 난무하는디 뭔 말이 옳고 그른지 정신이 혼미한 기라 시인으로 운동가로 대선사로 로맨티시스트로 궤적 따라 곱씹으며 취기 점점 오르는디 한 선배 별렀다는 듯 취흥을 확 깨는 기라 시라고 내놓은 기 가심 한번 후벼팠드나 민족혼을 깨우고 심금을 울려 봤드나 그도 저도 그만두고 참사랑이라도 해봤드나 사이비종교 경전처럼 씻나락 까는 소리나 하니 한두 줄 읽다 말고 혀를 차며 덮지 않드나 선생의 알 수 없어요는 학생들도 휑하드만 속은 텅 비었는디 분칠로 속이지 말고 쉬우면서도 가볍지 않게 그래 써야 시인 기라 어려워야만 무겁다는 그 생각 좀 버리레이

 

  만해가 높이 계시니 난해라도 되고 싶드나

만해마을 전경
만해마을 전경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로 시작하는 한용운의 「알 수 없어요」, 학창 시절 참 많이도 읊조렸다. ‘▢▢은 누구의 ◌◌입니까형태로 반복적인 통사구조 질문을 던짐으로써 주제를 사유하게 만든다. 절대적 존재에 대한 동경과 구도 정신을 읽어야 한다고 배웠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라는 「님의 침묵」은 이별을 통해 성장해가는 내면을 엿볼 수 있어야 한다고도 들었다.

 

근대불교를 대표하는 만해 한용운은 시인으로, 독립운동가로, 불교개혁가로, 혁명가로, 사회운동가로서의 궤적이 선명하다. 절절한 사랑을 찾아 대처승이 되기도 했다. 투옥됐을 때, ‘변호사․사식․보석등을 요구하지 말라고 제시한 옥중생활 3원칙에서 가히 그의 기개를 가늠할 수 있다.

 

8·9월 만해마을은 만해 선양 사업들로 분주하다. 만해학회의 님의 침묵’, 동국대의 청년만해교실’, 만해연구소의 만해와 중도 사상’, 한국시인협회의 중도·조화로 함께’, 한국소설가협회의 인생과 소설등등의 이름을 붙인 학술 세미나가 열렸다. 한국시조시인협회가 주관한 만해축전도 지난 주말에 있었다. ‘신진 시조시인들의 작품에 나타난 신경향성 탐색을 주제로 만해 선생의 문학과 철학, 민족정신을 곱씹고 현대시조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했다.

 

언젠가 문학기행 종착역이 만해마을이었다. 시가 쉬우면 싱겁다는 주장과 어려우면 독자에게서 멀어진다는 반론이, 부딪히는 술잔처럼 큰소리를 냈다. 어정쩡히 중간에서 듣고만 있던 나는 민망하게도 연신 하품만 해댄다. 몇 군데를 돌아치며 파김치가 된 덕분이다. 쉬우면서도 가볍지 않은, 그래서 독자와 함께 호흡하는 그런 명품 시를 빚을 날이 내게도 오기는 할까?

 
시인 김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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