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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의 그림 이야기 2 ] 에드가 드가 - 행진
미술/음악

[토마스의 그림 이야기 2 ] 에드가 드가 - 행진

이용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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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진, 에드가 드가, 1868년, 46 x 61cm
행진, 에드가 드가, 1868년, 46 x 61cm

경마(Horse racing)은 기수와 말이 일정한 구간을 달려 순위를 겨루는 스포츠이다. 승마와 경마를 구분하자면 승마는 생명이 있는 말과 일체가 되어야 하는 특수한 성격을 지닌 운동으로 신체를 단련하고 기사도 정신을 함양하여 호연지기를 기르는 운동이며, 동물 애호 정신이 깃든 마술적 쾌감을 얻는 스포츠이다.

 

19세기 경마는 영국과 프랑스, 미국 등에서 특히나 인기 있는 스포츠였다. 산업혁명으로 절대적인 빈곤이 사라지고, 시민혁명 등으로 신분제가 무너지면서 여가 활동이 보편화되면서 한때 상류계층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경마가 사회의 모든 계층이 참가할 수 있는 행사로 발전했다.

화가들에게 경마는 스포츠 경기 그 자체와 사회적 현상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특히 인상주의 화가들 중 드가, 마네 등은 경마를 그림의 주제로 적극 도입하게 되었다. 특히나 드가는 경마 그림을 통해 움직임과 속도감에 대한 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았다.

에드가 드가는 1862년 롱샹 경마장에 자주 들리며 말들과 기수들의 말 타는 모습, 멋지게 차려입은 관중들의 모습 등을 화폭에 담기 시작했다. 스냅 사진처럼 순간을 포착한 스케치와 드가의 붓질로 그는 경마장의 역동적인 장면을 말의 빠른 움직임과 함께 감각적으로 표현했다. 사진과 일본 목판화에 영향을 받은 드가는 정통적인 회화와는 다른 인물의 배치로 공간을 바꾸고 사진을 찍는 방식으로 단절과 원근법을 이용하여 순간적인 광경을 표현했다.

드가는 일련의 경마장 그림을 통해 간과하기 쉬운 인간과 동물의 움직임이 가진 잠재력을 드러냈고, 역사상 처음으로 동물 모델과 인간 모델을 똑같이 냉정한 눈으로 바라보며 그림을 그렸다.

이 그림은 '행진'이라는 제목의 그림이다. 시합을 하기 직전 기수들은 말을 타고 관중 앞을 행진한다. 이 장면을 드가는 기존 전통 회화 방식을 초월하여 공간과 구도의 자유를 추구했다. 경마 시작 직전의 흥분된 서성거림을 정돈 없이 화폭에 담았고, 그림의 중앙은 마치 필드를 가득 채운 그림자가 주인공인 것처럼 비워져 있다. 또한 잘린 듯한 말, 이러한 일본 우키요에의 영향은 경마를 시작하기 전 기수들의 긴장된 모습과 가만히 걷거나 뛰는 말들의 모습을 아주 자연스럽게 만든다.

이용범 칼럼니스트

 전자공학과 경영학을 전공한 과학기술 기반의 기업가이자 예술·문화 융합 전문가

이용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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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가드가#행진#토마스의 그림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