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호의 時부렁調부렁 52】 성해(聖海)
성해(聖海)
김선호
왜목마을 일몰 시각 낯빛마저 벌게져서
저기 저 노을 봐라 꼭 우리네 닮았데이 동쪽에서 불끈 솟아 하루 종일 작열하고 제 할 일 끝냈다는 듯 저리 고이 가지 않드나 바다도 회도 좋은데 저걸 보니 좀 짠하다 다리 힘도 주는 판에 사양길이 더 섧데이 해는 왜 분수도 없이 서쪽으로만 진다드나 니는 마 그걸 모르나 자전이라 안카드나 지구가 스스로 돌며 낮과 밤이 생겨나고 태양을 한 바퀴 돌며 사계절이 바뀌는 기라 서쪽에서 해가 뜨랴 이런 말 들어봤제? 하늘이 두 쪽 나도 일어나지 않거나 가망이 아예 없을 때 그래 쓰지 않드나 그나저나 그런 말도 이제는 싱겁데이 엄연한 우리 바다 제집처럼 넘나들며 그노무 불법조업이 고기 씨를 말린다드만 초계함 격침하고 마을에다 대포 쏘고 꽃다운 목숨 바꿔 지켜낸 바다거늘 아직도 기막힌 일로 서해가 앓는데이
성해(聖海)라 이름 바꾸면 도적들도 주춤하겠나?

‘조기를 담뿍 잡아 기폭을 올리고 온다던 그 배는 어이하여 아니 오나…’로 시작하는 「눈물의 연평도」를 불러 최숙자는 심금을 울렸다. 60여 년이나 지난 노래지만, 주현미도 부르고 최근에는 길려원도 나섰다. 기상관측 이래 최대 피해를 냈던, 1959년 태풍 ‘사라호’에 희생된 어부들이 노래의 모티프가 됐다.
그런 아픔을 간직한 연평도건만 서해는 아직도 몸살 중이다. 1999년 6월 제1연평해전을 비롯하여 2002년 6월 제2연평해전, 2010년 3월 천안함피격사건,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전까지 일어났다. 마을마저 공격하여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고, 정부 대응을 놓고도 정치적 논란이 들끓었다.
그뿐만 아니라 불법조업도 판친다. 저인망으로 싹쓸이를 하는 바람에 자원이 고갈되고 있다. 단속 해경들은 흉기까지 들고 저항하는 도적들에게 신변의 위협을 느낀다. 성어기든 비수기든 중국어선들이 제집처럼 넘나든다. 조기잡이 배가 몰려 파시(波市)를 이루던 연평도는 이제 빛바랜 사진으로만 남았다.
정부는 2016년부터 매년 3월 넷째 금요일을 ‘서해수호의날’로 정하여 기념한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장병들을 기리고 안보 의식을 높이기 위함이다. 그렇게 수많은 젊은이의 목숨으로 지켜낸 서해건만 아직도 약탈 전운은 진행형이다. 호시탐탐 노리는 서해의 서에 이응(O) 하나 붙여 성해(聖海)로 부르면, 행여 성역으로 알고 도적들이 좀 움찔하려나? 오늘이 서해수호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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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부렁調부렁」을 연재한 지 꼭 1년이 되었습니다. 이번 호를 끝으로 여러분께 고별인사를 드립니다. 그간 애독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또한 앞으로도 시조를 더욱 사랑해주시길 감히 청합니다. 감사합니다.
김선호 시인, 코리아아트뉴스 문학전문기자

조선일보 신춘문예(1996)에 당선하여 시조를 쓰고 있다. 시조를 알면서 우리 문화의 매력에 빠져 판소리도 공부하는 중이다. 직장에서 <우리 문화 사랑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으밀아밀』 『자유를 인수분해하다』등 다섯 권의 시조집을 냈다. 코리아아트뉴스 문학전문기자로 활동하며, 충청북도 지역 문화예술 분야를 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