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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규 칼럼] 억강부약 대동세상을 향한 현실의 길, 기본소득에서 기본사회로

조선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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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양극화는 더 이상 정치적 수사나 체감 경기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자산 분배의 악화는 공식 통계로 확인되는 구조적 현상이다.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순자산 상위 10% 가구의 순자산 점유율은 46.1%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2년 이후 가장 높았다. 반면 하위 50% 가구가 보유한 순자산 비중은 9.1%에 그쳤고, 하위 10%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마이너스 771만 원이었다. 

대한민국의 빈곤을 단순히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대립으로만 설명해서도 안 된다. 고령층, 청년, 장애인, 한부모 가구, 비정규·특수고용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는 서로 다른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2025년 8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는 856만 8천 명으로 임금근로자의 38.2%를 차지했다. 고용 형태의 불안정성이 사회보험 가입과 소득 안정성의 격차로 이어지는 만큼, 양극화는 자산뿐 아니라 제도 접근성의 문제이기도 하

다만 이 수치를 해석할 때는 몇 가지 구분이 필요하다. 순자산은 조사 시점의 자산 가격과 부채 규모를 반영하므로, 상위 계층의 점유율 상승이 전적으로 소득 흐름의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수도권 주택가격과 금융자산 가격의 변동이 자산 격차를 확대했을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주택 보유 여부, 상속 가능성, 금융자산 접근성에 따라 경제적 출발점이 달라지는 현실은 분명하다.


핵심은 근로소득과 자산소득의 격차가 서로 결합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금은 매달 발생하지만 주택과 금융자산의 가격 상승은 보유 규모에 따라 누적된다. 부모 세대의 자산을 이전받을 수 있는 가구와 그렇지 못한 가구 사이에서는 같은 소득을 벌더라도 주거비, 교육비, 창업자금, 노후 준비에서 결과가 달라진다. 오늘의 불평등이 내일의 기회 불평등으로 전환되는 구조다.


그렇다고 대한민국의 빈곤을 단순히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대립으로만 설명해서도 안 된다. 고령층, 청년, 장애인, 한부모 가구, 비정규·특수고용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는 서로 다른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2025년 8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는 856만 8천 명으로 임금근로자의 38.2%를 차지했다. 고용 형태의 불안정성이 사회보험 가입과 소득 안정성의 격차로 이어지는 만큼, 양극화는 자산뿐 아니라 제도 접근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기본소득은 일정한 조건 없이 모든 구성원에게 정기적으로 동일한 현금을 지급하는 구상이다. 장점은 분명하다. 소득·재산 심사의 누락을 줄이고, 복지 수급에 따른 낙인을 완화하며, 기존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에게도 최소한의 현금 흐름을 제공할 수 있다. 특히 플랫폼 노동자나 소득 변동이 큰 프리랜서처럼 기존 행정체계가 안정적으로 포착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접근성이 높은 방식이다.


그러나 기본소득이 자동으로 빈부격차를 크게 줄인다는 주장은 정확하지 않다. 동일한 금액을 모든 사람에게 지급하면 저소득층도 받지만 고소득층도 받는다. 같은 재원을 사용할 때 저소득층에게 더 많이 지급하거나 조세와 급여를 연계하는 선별적 제도보다 단기적인 재분배 효과가 낮을 수 있다. 보편성은 행정과 권리 측면에서 강점이지만, 재분배의 집중도라는 측면에서는 비용을 수반한다.
 

재정 산술은 더욱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 전 국민 5,100만 명에게 월 50만 원을 지급하면 연간 약 306조 원이 필요하다. 이는 2026년 정부 총지출 예산안 728조 원의 약 42%에 해당하는 규모다. 2026년 예산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727조 9천억 원으로 확정됐으며, 총수입은 약 675조 원으로 전망됐다.


물론 306조 원이 모두 신규 재정 부담으로 추가되는 것은 아니다. 기존 현금성 복지와 조세지출을 통합하거나, 기본소득을 과세소득으로 처리해 고소득층의 순수혜를 줄이는 방식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경우 정책은 ‘모두에게 월 50만 원을 추가 지급하는 제도가 아니라, 기존 복지의 구조조정과 세제 개편을 결합한 새로운 소득보장체계가 된다. 따라서 기본소득의 정치적 구호와 실제 정책 설계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재원으로 자주 제시되는 국토보유세, 탄소세, 데이터세도 각각의 한계를 가진다. 토지보유세는 토지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환수한다는 점에서 자산 불평등에 대응할 수 있지만, 실제 납세자의 현금 흐름이 부족한 고령자와 영세 자영업자에게 부담이 집중될 수 있다. 탄소세는 환경오염 비용을 가격에 반영하는 교정수단이지만, 산업 경쟁력과 가계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보완하지 않으면 저소득층의 실질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데이터 관련 과세는 디지털 기업의 초과이익을 과세할 가능성을 열어두지만, 국제 조세협약과 과세권 배분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


세금의 목적과 재정의 지속성도 구분해야 한다. 탄소세처럼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세목은 과세가 성공할수록 세수가 줄어드는 특성이 있다. 이런 세원을 항구적인 현금급여의 주된 재원으로 삼으면 세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교정세는 외부비용을 줄이는 본래 목적에 충실하게 설계하고, 소득보장 재원은 소득세·소비세·사회보험료·자산과세를 조합해 안정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원칙이다.
 

기본사회는 기본소득보다 넓은 개념이다. 현금 지급뿐 아니라 주거·금융·교육·의료·돌봄에 대한 보편적 접근권을 보장하자는 구상이다. 이 관점에서는 모든 국민에게 동일한 현금을 주는 것보다, 누구나 기본적인 공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영역도 많다. 특히 의료와 교육은 현금보다 서비스의 질과 공급 체계가 결과를 좌우하며, 주거 역시 현금 지원만으로는 공급 부족과 지역 격차를 해결하기 어렵다.

문제는 기존 제도와의 관계다. 기본사회 정책이 기초생활보장, 주거급여, 긴급복지, 서민금융, 공공임대주택을 대체하는지, 아니면 그 위에 추가되는지가 명확해야 한다. 대체하면 극빈층의 급여가 줄어들 위험이 있고, 병립하면 재정 부담이 크게 증가한다. 기본사회의 핵심은 정책의 개수가 아니라 급여 간 역할 분담과 수급 기준을 명료하게 설계하는 데 있다.

억강부약은 응징이 아니라 지대 개혁이다. 억강부약의 취지는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고 과도한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자는 데 있다. 그러나 정책으로 구현될 때 강자를 억누르는 것’과 불공정한 지대를 환수하는 것’은 구분되어야 한다. 생산성과 혁신의 결과로 얻은 소득까지 일률적으로 제한하면 투자와 창업의 유인을 약화시킬 수 있다. 반대로 토지 독점, 시장지배력, 진입장벽, 정보 비대칭에서 발생하는 초과이익은 경쟁과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으므로 별도로 다뤄야 한다.
 

따라서 억강은 고소득자 일반에 대한 징벌적 과세가 아니라 지대와 독점이익에 대한 정밀한 과세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토지의 가치 상승분, 독점적 플랫폼 수수료, 경쟁 제한으로 발생한 초과이윤, 상속을 통한 경제력의 과도한 세습이 주요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과세 기준은 명확해야 하고, 정상적인 투자수익과 부당한 지대를 구분해야 한다. 조세가 불확실하고 예측 불가능하면 기업과 개인의 경제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
 

부약 역시 단순한 현금 이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생존을 위한 최소소득은 필요하지만, 정책의 목표는 빈곤 상태를 고정하는 것이 아니라 재도전의 가능성을 높이는 데 있어야 한다. 현금급여와 함께 직업훈련, 고용서비스, 정신건강 지원, 부채 조정, 보육과 돌봄, 창업 인프라가 연계되어야 한다. 특히 근로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급여가 소득 증가에 따라 급격히 줄어드는 ‘급여 절벽’을 완화해 추가 노동의 이익이 남도록 해야 한다.
 

기본소득 실험의 결과도 균형 있게 보아야 한다. 핀란드와 미국 등에서 실시된 일부 실험에서는 단기간에 노동공급이 크게 붕괴하지 않았고, 경제적 안정감이나 정신건강이 개선된 결과가 보고되었다. 그러나 실험은 대체로 기간과 대상이 제한되어 있었으며, 전 국민에게 항구적으로 지급하는 제도의 재정·조세·물가 효과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소규모 실험의 긍정적 결과를 전국 단위 제도의 장기적 결론으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또 하나의 제약은 고령화다. 한국의 65세 이상 상대적 빈곤율은 OECD 최고 수준으로, 2023년 기준 약 39.8%로 집계됐다. 이 사실은 보편적 복지 확대의 필요성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모든 계층에 동일한 현금을 지급하기 전에 노인빈곤과 연금 사각지대를 우선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회보장 재정도 장기적으로 빠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정부 재정 추계에 따르면 공공사회복지지출은 2024년 국내총생산의 15.5%에서 2065년 26.9%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8] 현재의 재정 여력이 무한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보편급여를 도입하려면 국민연금,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 기초생활보장과의 관계를 함께 재설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본사회는 현재 세대의 복지를 늘리는 대신 미래 세대의 보험료와 조세 부담을 키우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진정한 억강부약은 강자를 단순히 약화시키는 정책이 아니라, 시장의 혁신과 경쟁은 보호하되 독점과 지대의 사적 집중은 제한하는 제도다. 진정한 부약은 가난한 사람을 수동적인 수혜자로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생존과 재도전의 기반을 제공하는 정책이다

실행 가능한 기본사회를 위해 정부가 선택해야 할 방향은 기본사회와 선별복지를 대립시키는 것이 아니다. 모든 국민이 보편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와, 필요에 따라 더 두텁게 지원해야 할 급여를 구분하는 보편적 기반과 선택적 보강의 원칙이 현실적이다. 의료·교육·돌봄·고용안전망은 보편성을 넓히되, 현금급여는 빈곤 정도와 생애 위험에 따라 차등화하는 방식이다.


첫째, 전 국민 사회보험을 기본사회 구현의 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플랫폼 노동자, 특수고용직, 프리랜서, 영세 자영업자의 소득을 실시간 또는 준실시간으로 파악하고, 고용보험·산재보험·국민연금의 가입과 보험료 부과를 소득에 연동해야 한다. 보험료를 납부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에는 국가가 일부를 지원하되, 가입 이력을 축적해 실업·질병·노령 위험에 대응하도록 해야 한다. 현금급여를 새로 만드는 것보다 기존 사회보험의 적용 범위를 넓히는 것이 지속 가능한 안전망 구축에 더 직접적일 수 있다.


둘째, 범주형 기본소득이나 지역 기반 기본소득은 전국 확대보다 실증을 먼저 해야 한다. 청년, 농어민, 돌봄 제공자, 예술인 등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단순히 지급액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 고용률, 근로시간, 소득 변동, 부채, 주거 안정, 정신건강, 출산·이주 여부, 다른 복지 이용 변화까지 사전 등록된 지표로 측정해야 한다. 비교집단을 두고 충분한 기간 동안 분석한 뒤 확대 여부를 결정해야 정책의 정치적 논쟁을 실증적 판단으로 전환할 수 있다.


셋째, 자산 불평등을 완화하는 세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주택 보유세는 시장 상황과 납세 능력을 함께 고려하고, 고령자와 현금소득이 낮은 가구에는 납부 유예나 분할납부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 상속·증여 과세는 편법 이전을 줄이면서도 기업 승계와 생산적 투자를 과도하게 위축시키지 않도록 자산 유형과 과세 시점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부동산 과세 강화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금융소득, 법인 과세, 조세지출, 임대소득 과세의 형평성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


넷째, 기본주택과 기본금융은 공급의 질과 위험 관리가 핵심이다. 장기 공공임대주택은 단순한 물량 확대보다 직주근접성, 교통, 교육, 의료, 돌봄을 포함한 생활권 단위로 공급되어야 한다. 청년 대상 저리 금융은 대출 규모만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상환능력 심사, 소득연동 상환, 채무조정 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 저리 대출이 자산 형성의 사다리가 될 수도 있지만, 주택가격 상승기에 과도한 부채를 유발하는 통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모든 기본사회 정책에는 재정준칙과 일몰·재평가 조항을 포함해야 한다. 제도의 도입 목적, 수혜 대상, 연간 비용, 세입 전망, 기존 복지와의 관계, 세대별 부담을 공개해야 한다. 경제성장률과 물가, 출생률, 고령인구 비중이 달라질 경우 급여 수준과 대상을 어떻게 조정할지도 사전에 정해야 한다. 복지정책은 한번 도입되면 축소하기 어렵기 때문에, 처음부터 재정의 하방 위험을 관리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대동세상은 포기할 이상이 아니다. 다만 그 이상을 실현하는 방법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일 필요는 없다. 필요한 사람에게 충분한 소득을 보장하고, 모든 사람에게 기본적인 의료·교육·돌봄·주거 기회를 제공하며, 자산과 지대에서 발생한 초과이익을 공정하게 환수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기본사회에 가깝다.


진정한 억강부약은 강자를 단순히 약화시키는 정책이 아니라, 시장의 혁신과 경쟁은 보호하되 독점과 지대의 사적 집중은 제한하는 제도다. 진정한 부약은 가난한 사람을 수동적인 수혜자로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생존과 재도전의 기반을 제공하는 정책이다. 기본사회는 선언의 크기가 아니라 급여의 우선순위, 세원의 지속성, 정책 효과의 검증, 세대 간 부담의 공정성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감당할 수 있는 재정 위에서 지속되는 복지, 그리고 자산 불평등의 원인을직접 겨냥하는 개혁이 억강부약의 현실적 출발점이다.
 

조선규 칼럼니스트


조선규 | 칼럼니스트  

 

35여 년간 교육과 기업 경영, 그리고 지역 사회 발전의 현장에서 사람과 함께 성장해왔다. “삶의 문제는 결국 사람의 문제”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교육을 통해 변화를 만들고, 기업을 통해 길을 열었으며, 현재는 사회 곳곳의 다양한 문제를 함께 풀어가며 더 따뜻하고 공정한 미래를 그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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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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