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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337] 서연정의 "홀로의 시대"외 2편

이승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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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의 시대 2

 

서연정

 

마음 둘 곳 둘러보니 모두 바쁜 타인들

창밖에는 뜬구름 서로 당겨 뭉치네

나 홀로 애증에 젖어 혼을 담아 혼밥 혼술

 

새로 사귄 벗

 

빅데이터 바다에 환상이 펼쳐진다

사람과 챗GPT 열렬히 사귀는 중

마침내 변심한다면 진정 누가 험할까

 

사이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하면 된다 꿈은 이루어진다 사람의 사람을 위한 사람에 의한 청사진

 

내 꿈을 돌봐주던 AI가 꿈을 꾼다 제 꿈에 심취하여 스스로를 돌본다 미래로 함께 가는 길 사이렌이 울린다 

―『부활의 방식』(시와사람, 2024)

홀로의 시대 _ 서연정 시인 [ 이미지 : 류우강 기자]

[해설

 

  AI가 인류를 구할까 망칠까

 

  21세기는 확실히 20세기와 다른 게 너무나 많다. 대가족제는 완전히 끝났고, 가족 간의 유대도 희박해졌다. 부모와 자식, 부부간, 형제간, 연인간의 관계가 끈끈한 정으로 이어지지 않고 이해관계인 경우가 부쩍 늘어났다. 결혼하지 않는 연인관계도 점점 늘고 있다. ‘가족 되기가 부담스러운 것이다. 일본의 음식점이나 술집에 가서 혼자 먹고 마실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 것을 보고 신기해했는데 지금은 우리나라에 그런 좌석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람 각자가 혼밥, 혼술을 할 때 스마트폰은 들고 있다. 사람들 모두 AIAI의 언어기능인 챗GPT를 사용하는 빈도가 늘고 있다. AI는 꽤 성실하고 친절하고 겸손하다. 사람은? 고집 세고 불친절하고 불성실하다. 디즈니+의 드라마 <외딴 곳의 살인 초대>를 보라. 사람은 믿을 수 없지만 AI는 믿을 수 있지 않은가. 사람은 사람을 위해 봉사하지 않지만 AI는 사람을 위해 헌신한다. 내 말을 알아듣는 AI에게 믿음이 가지 나를 파멸시킬지도 모르는 존재(사람)에게 내 마음을 보여줄 리 없다.

 

  “내 꿈을 돌봐주던 AI가 꿈을 꾼다 제 꿈에 심취하여 스스로를 돌본다 미래로 함께 가는 길 사이렌이 울린다는 구절을 보니 소름이 돋는다. 마침내 AI가 제 꿈에 심취해 스스로를 돌본다면 AIAI가 협력하는 세상이 온다는 얘기가 아닌가. “미래로 함께 가는 길함께는 사람과 AI일까 AIAI일까? 사람과 사람이 함께 가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사이렌은 경보음인데 누가 누구에게 울리는 경보음일까? 사람이 AI에게? AI가 사람에게?

 

  [서연정 시인]

 

  1997년 중앙일보 지상시조백일장 연말 장원, 199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으로 등단. 『먼 길』『문과 벽의 시간들』『무엇이 들어 있을까』『동행』『푸른 뒷모습』『광주에서 꿈꾸기』『인생』『투명하게 서글피』 등의 작품집을 냈다. 대산창작기금, 광주문학상, 국제PEN광주문학상, 한국시조시인협회상 본상, 한국문인협회 조연현문학상, 가람시조문학상 , 광주광역시 문화예술상 등을 받았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이승하 시인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윤동주-청춘의 별을 헤다』『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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