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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341] 김진환의 "Por Una Cabeza"

이승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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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 Una Cabeza

 

김진환

 

경주마들이 직선주로를 내달린다

결승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아

있는 힘을 다해 질주하고 있다.

 

앞으로 치고 나가는 말

간발의 차로 따라붙는 말

힘찬 말발굽에 트랙은 사정없이 패인다.

 

헉헉대며 바람을 가르다가 마침내

결승선을 통과하는 경주마들

머리 하나 차이로 선두는 엇갈리고

 

환호하는 사람들

얼굴을 감싸 쥐고 주저앉는 사람들

온몸을 비틀며 기수에게 고함을 토해내고

 

영화에서 보았던 아리따운 여인의 탱고처럼

저마다의 삶을 풀어내고 있다.

 

뽀르 우나 카베사.

 

―『건너가는 사람』(청색종이, 2025) 

Por Una Cabeza _ 김진환 시인 [이미지:류우강 기자]

 [해설]

 

  간발의 차로 승부가 갈린다

 

  이 시의 제목 ‘Por Una Cabeza’는 카를로스 가르델이 1935년에 작곡한 아르헨티나의 민속춤인 탱고의 배경 음악이다. 스페인어로 머리 하나(間髮)의 차이라는 뜻을 담아 사랑의 미묘한 승부를 경마에 빗댄 곡이다. <여인의 향기>(1992)라는 영화를 보면 알 파치노가 여인과 탱고를 추는 유명한 장면이 나오는데 이때 나오는 곡은 아스토르 피아졸라가 편곡한 버전이다. 경마에서 근소한 차이로 패배한 경주마를 인용하여 사랑의 밀고 당기기에서 미미한 차이로 진, 그렇지만 경마를 끊지 못하듯 여자를 잊지 못하는 남자의 심경이 그려져 있다. 실제로 카를로스 가르델은 여덟 마리의 말까지 소유하고 있었을 정도로 대단한 경마광이었다고 한다.

 

  김진환 시인은 과천경마장의 풍경을 실감나게 그리고 있다. 1등 말과 2등 말의 차이는 정말 간발의 차이다. 그런데 거기에 돈을 건 사람들이 있어서 희비가 엇갈린다. 돈을 딴 소수의 사람은 희희낙락하고 돈을 잃은 다수의 사람은 낙심천만이다. 일요일에 지하철을 타고 과천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과천으로 가다 보면 경마공원역을 지나치는데 사람들이 우르르 탈 때가 있고 우르르 내릴 때가 있다. 우르르 탈 때 사람들 표정을 보면 1명이 밝고 9명이 어둡다. 경마가 우리 인생의 축소판은 아닐 것이다. 승리자 1명이 웃고 패배자 9명이 운다면 사는 게 너무 비정하지 않은가. <여인의 향기>, 어언 34년 전 영화다. 영화에서 보았던 아리따운 여인의 탱고처럼/ 저마다의 삶을 풀어내고있으면 좋겠다. 알 파치노는 그때 춤을 잘 추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바로 며칠 전인 129일에 경마장을 경기도 다른 곳으로 옮기고 농림축산식품부 소관의 과천 경마장(115만㎡)과 국방부 소관의 국군방첩사령부(28만㎡) 부지를 통합하여 신규 공공택지로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150만㎡의 엄청난 부지에 아파트 주택단지를 건설할 거라는 얘기다. 그럼으로써 과천경마장의 35년 역사가 이제 접히게 되었다. 그렇다면 말들은 좀 쉴 수 있으려나?

 

  [김진환 시인]

 

  1956년 서울 종로구에서 태어났다. 계간 《문학과 창작》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1976년 원불교 공모전에서 동화가 당선되었다. 시집으로 『어리연꽃 피어나다』 『건너가는 사람』이 있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이승하 시인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윤동주-청춘의 별을 헤다』『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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