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357] 이승하의 "아픔을 바라보는 법"
아픔을 바라보는 법
이승하
그의 아슬한 길이 막힐 때 기가 막힌다
―서울지하철 9호선 승강장에서
전동 휠체어를 탄 장애인 승객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다가
굴러떨어지며 숨졌다
그날 4월 7일 낮 12시 55분께
식자들이 살았던 동네인 양천향교역
참 많이 아팠을 텐데 그 아픔 철커덩 끝이 났고
저 구겨진 몸 어디에 가서 펴질 것인지
앞이 막힐 때 앞길이 캄캄하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눈이 안 보이면 인도견의 눈을 빌리련만
발이 없으니 어딜 가려면 업히거나
전동 휠체어에 몸을 실어야 하는데
몸은 빛이 아니다
바람이 있어야 펄럭이는 깃발처럼
넋은 창이 아니다
비출 수도 없고 비치지도 않는
죽어야 살아나는 법의 나라
꼬박꼬박 지키고 살았건만
살아야 죽는 밥의 나라
꼬박꼬박 먹지 못하고 살았건만
길이 막힐 때 그대 벌러덩 뒤집힌다

[해설]
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사회를
간혹 장애인의 시위가 언론에 보도될 때, 장애가 없는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출근길에 방해가 되고, 생업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에서이다. 장애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지 않는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장애인을 만나게 되면 경계심을 갖고서 뒷걸음질을 치곤 했다. 그런데 아주 가까운 일가가 충격적인 일을 몇 번 겪더니 정신신경과 병원에 입원하였다. 입원한 지 40년이 넘었다. 면회를 다니면서 교통사고 등 큰 사고를 당한 이후에도 정신장애인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내가 다니는 학교의 5층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것이 건물이 세워진 지 40년 만의 일이었다. 장장 40년 동안 지체장애가 있는 학생들이 누군가에게 업혀서 강의실에 가야만 했다. 휠체어는 다른 학생이 들고 그들의 뒤를 따라 계단을 올라갔다. 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있을까? 특별히 동정심을 갖고 대하는 것은 장애인들도 좋아하지 않는다. 함께, 더불어 살아갈 방도를 강구하는 것이 좋다. 장애인이 적어도 마음의 불편함은 느끼지 않고 살아가게끔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사회의 모습일 것이다.
2019년에 아는 교수들과 ‘문학과장애학회’를 만들었다. 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문학인이 장애인과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까, 문학 속에 장애인 차별은 없는 것일까, 장애인의 창작문학은 어떤 내용일까, 드라마와 영화 속에 장애인 차별은 없는 것일까, 장애인이 사회에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뭐 이런 것들을 연구하는 단체의 역사가 올해로 7년째로 접어든다.
최근에 어느 작곡가가 중증장애인들을 매주 만나 오랜 기간에 걸쳐 노래를 같이 작사하고 작곡하는 언론 보도를 보고 저런 자원봉사도 가능하구나, 감탄한 적이 있었다. 그 작곡가는 학교 강의를 그만두고 장애인 야학인 ‘노들노래공장’에 매주 가서 지적 장애를 가진 10여명의 수강생들과 함께 작업을 한단다. 오늘 넷플릭스에서 개봉하는 영화 <파반느>의 음악을 맡았다고 한다. 영화의 내용처럼 이해, 화해, 배려, 용서가 행해지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작년에 용인에 있는 가온누리평생학교에 가서 특강을 두 번 했다. 시각장애인인 공다원 대표는 이런 얘기를 했다. 학생들은 공휴일이나 명절을 싫어한다고. 학교에 가야지 그래도 사람을 만날 수 있는데 달력에 빨간 표시가 되어 있는 날은 종일 집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무척 심심해한다고. 태권도반, 연극반, 기초한자, 기초영어, 체험농장, 사진반, 에어로빅반, 서예반, 노래교실, 풍물반, 종이접기, 나도가수다 반 등이 있어 배움의 기회를 갖는데 성교육시간도 있었다. 작년 9월에는 모두예술극장에서 ‘장애인문학 은유 속 장애 해석하기’ 문학세미나가 행해졌다. 나는 《녹색평론》에 21회나 시를 발표한 장애인 시인 최종진에 대해 쓴 평론을 발표했다. 그는 출근길에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덤프트럭에 받쳐 전신마비가 되었고 결국 척수장애인이 되었다. 몸이 불편해 바깥출입도 쉽지 않은 이들이 이 세상에는 참 많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윤동주-청춘의 별을 헤다』『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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