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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문 초대개인전 ‘기억 속 그녀에게’…유리에 새긴 향기와 기억의 시간

임만택 전문 기자
입력
8월 11일부터 9월 10일까지 뤄니갤러리 강남서초점 ‘향기로 남은 그녀, 그 시절의 우리’…9년 만에 다시 이어진 여인의 이미지 향수·기억·시간의 감각을 최경문 특유의 조형언어로 풀어내 8월 23일 오후 5시 VIP 오프닝

유리의 물성과 기억의 감각을 독창적인 회화 언어로 풀어온 최경문(Choi, Kyong-Moon) 작가의 초대개인전 《기억 속 그녀에게: 향기로 남은 그녀, 그 시절의 우리》가 오는 9월 10일까지 서울 서초구 뤄니갤러리 강남서초점에서 열린다. 전시는 지난 8월 11일 개막했다.

전시포스터 / 뤄니갤러리 제공

1968년생인 최경문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판화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했다. 판화와 회화를 아우르는 조형적 기반 위에서 매체의 물성과 이미지의 중첩, 기억과 감각의 관계를 탐구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여인과 향수, 유리, 시간의 흔적을 중심으로 오랜 시간 축적해 온 작가의 조형세계를 선보인다.

 

전시의 부제인 ‘향기로 남은 그녀, 그 시절의 우리’는 한 사람에 대한 기억과 그 사람을 기억하던 당시의 자신, 그리고 함께했던 시간을 ‘향기’라는 감각으로 되돌아보게 한다. 누군가를 떠올릴 때 얼굴이나 구체적인 장면보다 특정한 향기와 공기, 계절의 온도가 먼저 되살아나는 순간처럼, 이번 전시는 시간이 지나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기억의 잔상을 시각적으로 환기한다.

 

최경문 작가에게 유리는 단순한 시각적 소재가 아니다. 뜨거운 불 속에서 녹아 새로운 형태로 태어나는 유리는 투명하면서도 단단하고, 그 너머의 대상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굴절시키고 가린다. 작가는 이러한 유리의 속성을 시간과 기억의 성질에 겹쳐 놓는다.

 

“불 속에서 녹아내린 모래는 투명한 유리가 되고, 시간 속에서 흩어진 기억은 한 사람의 향기로 남는다.”

 

이 문장은 이번 전시의 핵심적인 정서를 압축한다. 쉽게 붙잡을 수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시간과 감정의 흔적을 유리라는 물성과 연결하며, 기억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로 변환되어 남는다는 점을 작품 속에 담아낸다.

 

특히 이번 전시는 최경문 작가가 약 9년 전 시도했던 여인의 신체와 감각을 다룬 작업을 현재의 시점에서 다시 불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당시의 시선과 반응 속에서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던 작업은 오랜 시간 멈춰 있었지만, 시간이 흐른 뒤 전혀 다른 맥락과 해석 가능성을 갖고 다시 현재로 돌아왔다.

 

뤄니갤러리 박선아 관장은 당시 작업에서 단순한 자극이나 관능성을 넘어 여성의 아름다움과 존재, 그리고 최경문 작가만의 독창적인 조형언어를 발견했다. 이를 계기로 한동안 멈춰 있던 작품들은 ‘향수’와 ‘기억’이라는 새로운 서사를 만나 이번 전시에서 다시 이어지게 됐다.

 

이번 전시는 과거 작품을 단순히 복원하거나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기존 작업 속 여인의 이미지를 기억 속 존재로 확장하고, 향수를 그 존재를 다시 불러오는 감각적 매개체로 제시한다.

 

화려하게 장식된 향수병과 그 안에 자리한 고전적 인물의 이미지, 투명한 유리처럼 갈라지고 중첩된 화면은 현실과 기억 사이의 경계를 흔든다. 한때 명확했던 장면은 시간이 흐를수록 파편화되고, 그 파편 사이로 특정한 인물과 감정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전시 제목인 《기억 속 그녀에게》 역시 지나간 시간 속 한 사람에게 건네는 조용한 인사와 같다. 동시에 오랜 시간 멈춰 있던 자신의 작품을 다시 마주하는 작가 자신에게 보내는 말이기도 하다. 약 9년이라는 시간의 간격을 지나 재개된 작업은 과거의 최경문과 현재의 최경문을 연결하며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낸다.

 

관람객에게 ‘그녀’는 특정한 한 사람으로만 남지 않는다. 작품을 바라보다 보면 한때 곁에 있었던 사람, 돌아갈 수 없는 시간, 그 시절의 공기와 자신까지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그렇게 전시 속 ‘그녀’는 각자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누군가로 확장된다.

 

박선아 관장은 “9년 전에는 미처 발견되지 못했던 작품의 아름다움이 지금의 시간 속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최경문 작가가 오랫동안 품고 있던 여인에 대한 조형적 시선이 ‘향수’와 ‘기억’이라는 새로운 언어를 만나 관람객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에서는 최경문의 조형세계를 보여주는 주요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최경문(ChoiKyongMoon)Title: Antifoetor161013Size: 130.3x97cmMedium: Oil on Canvas
(뤄니갤러리 제공)

‘Antifoetor161013’(130.3×97cm, Oil on Canvas)은 화려하고 장식적인 향수병을 중심에 두고 그 내부에 고전적인 남녀 인물을 배치한 작품이다. 장신구를 연상시키는 유려한 장식과 향수병 속 인물이 중첩되며, 향기가 품고 있는 기억과 시간의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Artist: 최경문(ChoiKyongMoon)Title: Glassscape260630
Size: 78x78cm (30)Medium: Oil on CanvasYear: 2026
(뤄니갤러리 제공)

2026년작 ‘Glassscape260630’(78×78cm, Oil on Canvas)에서는 유리의 균열처럼 화면 전체를 뒤덮은 선들과 그 너머로 드러나는 신체 이미지가 강한 긴장감을 만든다. 흰 화면을 가로지르는 균열은 기억의 파편처럼 보이며, 일부만 드러난 인물은 보이는 것과 감춰진 것, 기억하는 것과 잊혀진 것의 경계를 환기한다.

 

이처럼 최경문의 화면에서 유리는 투명함과 불투명함, 드러남과 가려짐, 온전함과 파편화를 동시에 품는 장치로 기능한다. 관람자는 작품 속 균열과 중첩된 이미지를 따라가면서 기억이 어떻게 희미해지고, 다시 불현듯 선명해지는지를 경험하게 된다.

 

최경문 작가 초대개인전 《기억 속 그녀에게: 향기로 남은 그녀, 그 시절의 우리》는 오는 9월 10일까지 뤄니갤러리 강남서초점에서 계속되며, VIP OPENING DAY는 8월 23일 일요일 오후 5시 진행된다.

 

전시 개요

  • 전시명: 최경문 작가 초대개인전 《기억 속 그녀에게: 향기로 남은 그녀, 그 시절의 우리》
  • 전시기간: 2026년 8월 11일 ~ 9월 10일
  • VIP OPENING DAY: 2026년 8월 23일 오후 5시
  • 장소: 뤄니갤러리 강남서초점
  • 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사임당로 66, 1층
  • 전시 관람 및 작품 구매 문의: 070-5223-0124
  • 인스타그램: @RUNNYGALLERY_SEOCHO
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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