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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81주년 기념 이머시브 연극 ‘모던보이’…관객이 직접 1937년 경성 속으로

임만택 전문 기자
입력
극단 KTA IN 신작, 개막과 동시에 연일 매진 행진 복면 쓴 ‘동지’가 된 관객들…배우와 함께 단서 찾고 사건에 직접 개입 안기현 연출 “관객이 그 시대를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살아내길 바랐다”

광복 81주년을 맞아 선보인 극단 KTA IN의 이머시브 연극 〈모던보이〉가 개막과 함께 연일 매진을 이어가며 대학로의 화제작으로 떠오르고 있다.

공연포스터

‘2026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참가작이기도 한 〈모던보이〉는 극단 KTA IN 대표이자 연출가인 안기현이 연출을 맡아 지난 8월 7일 개막했으며, 오는 8월 23일까지 대학로 스페이스 바이 파소에서 공연된다.

 

〈모던보이〉는 광복절을 기념해 기획된 특별 공연이지만, 독립운동의 과정과 투쟁을 직접적으로 재현하는 기존의 광복절 기념작들과는 다른 방향을 택한다. 작품이 주목하는 것은 역사적 사건 자체보다는 그 사건의 이면에서 개인들이 마주해야 했던 ‘유혹’과 ‘선택’이다.

 

안기현 연출은 “모든 시대에는 사건이 있었고, 그 사건 속에는 언제나 눈앞의 유혹을 이겨내고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문제의식에서 작품을 출발시켰다.

 

무대의 배경은 1937년 일제강점기 경성이다. 화려하게 변모하는 도시의 표면과 그 이면에 자리한 개인의 욕망, 안위, 신념이 교차한다. 관객은 화려한 ‘모던’의 유혹과 자신이 지켜야 할 신념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물들의 선택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목격한다.

 

관객이 ‘관람자’ 아닌 독립운동의 ‘동지’로

 

〈모던보이〉가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관객을 작품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관객 참여를 특정 장면에 한정하는 기존의 공연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관객의 존재와 행동 자체를 공연의 핵심적인 구성 요소로 삼았다.

이머시브 연극 〈모던보이〉 공연 장면
이머시브 연극 〈모던보이〉 공연 장면
이머시브 연극 〈모던보이〉 공연 장면

공연장에 들어선 관객들은 복면을 착용한 독립운동의 ‘동지’가 된다. 객석에 머물러 장면을 바라보는 관람자가 아니라 극중 인물로서 배우들과 같은 공간을 이동하고 소통하며 공연의 시작부터 끝까지 장면에 함께 참여한다. 

이머시브 연극 〈모던보이〉 공연 장면
이머시브 연극 〈모던보이〉 공연 장면

관객들은 배우와 함께 단서를 찾고 문제를 해결한다. 때로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직접 개입하기도 한다. 관객 참여가 일회성 체험이나 이벤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작품 전체의 서사와 진행 속에 긴밀하게 결합돼 있다는 것이 〈모던보이〉의 특징이다.

이머시브 연극 〈모던보이〉 공연 장면
이머시브 연극 〈모던보이〉 공연 장면
이머시브 연극 〈모던보이〉 공연 장면

공연 사진에서도 이러한 이머시브 방식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푸른빛과 붉은빛이 교차하는 무대에서 배우가 등불을 들고 관객들 사이를 이동하거나, 배우와 관객이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 마주하는 장면은 객석과 무대의 경계가 사라지는 공연의 특성을 보여준다. 관객은 배우를 멀리서 바라보는 대신 극 속 인물들과 같은 공간과 긴장을 공유한다.

 

‘보는 공연’을 넘어 직접 존재하고 행동하는 공연이라는 체험이 입소문을 타면서 〈모던보이〉는 개막 이후 연일 매진을 이어가고 있다.

 

창작 연구 프로젝트 ‘괄호 연구소’의 실험 집약

 

이번 작품에는 극단 KTA IN이 창작 연구 프로젝트 **‘괄호 연구소’**를 통해 축적해온 다양한 연극적 실험과 기법도 반영됐다.

 

‘괄호 연구소’는 연극이 지닌 다양한 언어와 표현방식을 연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공연 형식과 무대 문법을 실험하는 프로젝트다. 극단은 앞서 인터랙티브 롤플레잉 추리극 〈THE PRESS〉 등을 통해 관객 참여형 연극을 꾸준히 시도해왔다.

 

이번 〈모던보이〉에는 그 과정에서 연구한 관객 참여 방식과 공간 활용, 배우와 관객의 상호작용 기법을 적극적으로 적용했다.

 

이에 따라 관객 참여는 단순한 체험 요소가 아닌 작품의 메시지와 서사를 전달하는 하나의 연출 언어로 확장된다. 배우의 연기뿐 아니라 관객의 이동과 선택, 반응까지 작품의 일부가 되는 셈이다.

 

안기현 연출은 “관객이 그 시대를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살아내도록’ 만들고 싶었다”며 “화려함 뒤에 숨은 유혹과 갈등, 그럼에도 대의를 선택했던 사람들의 무게를 관객이 가장 가까운 곳에서 온몸으로 경험하길 바랐다”고 밝혔다.

 

정휘욱·선민규 등 9명 배우, 관객 반응 따라 즉각 호흡

 

출연진 역시 관객과 즉각적으로 호흡해야 하는 이머시브 공연의 특성을 살리는 데 힘을 보탠다.

 

연극과 뮤지컬 무대를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는 정휘욱을 비롯해 안기현 연출과 여러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선민규, 그리고 강다윤, 박서연, 변예원, 유태영, 정소해, 최은수, 한지한 등 총 9명의 배우가 출연한다.

 

이머시브 공연에서는 미리 정해진 대사와 동선만 수행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매회 달라지는 관객의 행동과 반응에 배우들이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대 경험과 순발력을 갖춘 배우들의 밀도 높은 연기와 상호작용은 관객을 1937년 경성이라는 극적 세계 안으로 더욱 깊숙이 끌어들이며 작품의 몰입도를 높인다.

이머시브 연극 〈모던보이〉 공연 장면
이머시브 연극 〈모던보이〉 공연 장면
이머시브 연극 〈모던보이〉 공연 장면

공연 사진에는 등불을 든 인물의 독백과 대치 장면, 권총을 겨누는 긴박한 순간, 남성 인물 사이의 격렬한 갈등, 무대 중앙에서 노래하는 인물 등 작품의 다양한 장면들이 담겨 있다. 붉은색과 푸른색, 보랏빛을 적극 활용한 조명은 1930년대 경성의 화려함과 그 이면의 불안, 긴장을 극적으로 부각한다.

 

제작진에는 박혜근 작가와 안기현 연출을 중심으로 무대감독 이준영, 기획 노윤지, 조명감독 유보민, 안무감독 한광희, 조연출 박하늘이 참여했다. 특히 유보민 조명감독은 최근 ‘제13회 대한민국 신진연출가전’에서 무대예술상을 수상한 바 있다.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 것인가”

 

광복 81주년을 맞은 〈모던보이〉가 무대 위에 불러낸 것은 단순히 ‘1937년 경성’이라는 역사적 배경만은 아니다.

 

작품은 화려함과 개인의 안위라는 유혹 앞에서 자신의 신념과 대의를 지켜야 했던 사람들의 선택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관객에게도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안기현 연출 역시 전통적인 연극 문법에 머무르지 않고 장르와 형식, 공간을 넘나드는 실험적인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2026 대한민국 한류문화산업대상’ 사회공헌대상을 수상하며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2026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참가작이자 대학로의 새로운 화제작으로 자리 잡고 있는 이머시브 연극 〈모던보이〉는  8월 23일까지 대학로 스페이스 바이 파소에서 공연된다. 티켓은 네이버 예매를 통해 구매할 수 있으며, 공연 정보와 잔여석도 예매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연 개요

공연명 : 광복 81주년 특별기념 이머시브 연극 〈모던보이〉
기간 : 2026년 8월 7일 ~ 8월 23일
장소 : 대학로 스페이스 바이 파소
주최·주관 : 극단 KTA IN
작 : 박혜근
연출 : 안기현
출연 : 정휘욱, 선민규, 강다윤, 박서연, 변예원, 유태영, 정소해, 최은수, 한지한
 문의 : [email protected]

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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