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N: 무대르포 시리즈②] “혼자보다 함께할 때, 무대는 더 깊어졌어요” — 뮤지컬 《안사람 의병가》 주연 배우 주찬 인터뷰
“노래만 하던 내가, 연기를 하며 사람을 보게 됐어요”

뮤지컬 《안사람 의병가》에서 독립운동가 역을 맡은 주찬은 원래 가수였다. 실용음악을 전공하고, 노래 하나에 몰두하던 외골수. “저는 원래 관객을 안 쳐다봤어요. 내가 느끼는 걸 너희가 느끼면 좋고, 아니면 말고. 약간 그런 스타일이었죠.”
그랬던 그가 연기를 시작하게 된 건 우연한 인연 덕분이었다. 어머니와 친분이 있던 백마리 배우를 통해 정옥용 뮤지컬 감독을 만나고, 뮤지컬 무대에 서게 된 것이다. 첫 작품은 《내 하나의 사랑은 가고》. 그리고 이번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의병의 삶을 연기한다.

“윤성경, 백마리 배우와 함께여서 더 단단해졌어요”

이번 작품에서 주찬은 두 명의 주연 배우, 윤성경과 백마리와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다. 윤성경 배우는 그와 비슷한 연령대의 동료 배우로, 연습 과정에서 서로에게 큰 자극이 되었다고 한다.
“성경 씨는 감정의 결을 정말 섬세하게 다뤄요. 같은 장면을 반복해도 매번 새로운 감정으로 접근하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저도 ‘연기라는 게 이렇게 살아 있는 거구나’ 하고 많이 배웠어요.”
백마리 배우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백 선생님은 무대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분이에요. 저희가 감정에 휩쓸릴 때도, 그 흐름을 조율해주는 안정감이 있어요.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분이죠.”
세 사람은 서로 다른 배경과 세대지만, ‘윤희순’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감정의 결을 맞춰가고 있다. “혼자였다면 이렇게 깊이 들어가지 못했을 거예요. 같이 연습하면서 서로의 감정에 반응하고, 그게 무대 위에서 진짜 살아 있는 장면이 되더라고요.”

“나라를 위해 가족을 뒤로 한다는 것… 저는 못했을 거예요”
“이번 역할을 하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어요. 나라를 위해 가족보다 조국을 먼저 생각한다는 건… 저는 못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존경스러웠어요.”
주찬은 이번 작품을 통해 우리 시대의 아픔과 희생을 다시 마주하게 됐다고 말한다. 단지 연기가 아니라, 한 시대를 살아내는 일이었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나도 사회를 위해 작은 일부터 실천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연기는 노래를 더 깊게 만든다”
뮤지컬을 하며 그는 깨달았다. “연기는 노래에 감정을 입히는 일이고, 노래는 연기의 리듬을 만든다.”
처음엔 연기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었다. “노래는 진심이면 되지, 왜 꾸며야 해?” 하지만 무대 위에서 그는 달라졌다. “연기를 하면서, 관객을 처음으로 ‘봤어요’. 그들과 교감하는 법을 배운 거죠.”
“책을 읽고, 상상하고, 사람을 이해하는 일”
주찬은 평소 자서전, 심리학, 인문학 책을 즐겨 읽는다. “소설은 잘 안 읽지만, 요즘은 오히려 문학이 정신을 살찌운다는 걸 느껴요.”
그는 배역에 몰입할 때 상상력과 조사를 병행한다. “내가 이 사람이었다면, 어떤 감정이었을까? 그걸 상상하고, 시대적 배경도 공부해요.”
그는 예술을 이렇게 정의한다. “자기 경험 + 상상력 = 새로운 미래” “예술은 결국, 자기 삶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더해 새로운 감정과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일이에요.”
“결혼보다, 지금은 내가 해야 할 일이 많아요”
결혼에 대한 질문엔 이렇게 답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많아요. 굳이 함께하지 않아도, 지금은 나만의 길을 걷고 싶어요.”
그는 “요즘은 결혼이 인생의 필수 조건이 아니며, 혼자서도 충분히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시대”라고 말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요. 그게 지금의 나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죠.”
무대는 환상일까, 현실일까

뮤지컬 무대에서 관객과 얼마나 가까워야 할까? 그는 이렇게 말한다. “너무 가까워지면 환상이 깨질 수도 있어요. 무대는 신성한 공간이라는 인식도 필요하죠.”
그는 남진과 나훈아를 비교하며, “어떤 가수는 관객과 친근하게 소통하고, 어떤 가수는 신비로움을 유지한다. 둘 다 맞는 방식이고, 결국은 자기만의 색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뮤지컬 《안사람 의병가》는 단지 과거를 재현하는 무대가 아니다. 그 안엔 오늘을 살아가는 배우들의 고민과 성장이 함께 녹아 있다. 주찬은 그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사람에서 살아내는 사람으로 변해가고 있다.
“나는 잘 살아가고 싶은 사람이고, 그게 연기로 이어지는 거예요.”

뮤지컬 《안사람 의병가》는 7월 4일 제천문화회관에서 개막한다.. 윤희순의 삶을 통해, 우리가 잊고 있던 이름 없는 영웅들을 다시 만나는 시간. 그 무대 위에, 배우 주찬이 서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곁엔 윤성경, 백마리 배우가 함께 한다.
[편집자주 : 이 시리즈는 윤성경 배우 편에 이어지는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백마리 배우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