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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개인전 《평평한 지구를 접는 방법》 개최...금속 조각으로 드러낸 ‘완전한 세계’의 균열

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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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개인전 《평평한 지구를 접는 방법》이 3월 21일부터 5월 2일까지 서울 금천구 아트센터 예술의시간 4층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아트센터 예술의시간이 운영하는 신진작가 공모 프로그램 ‘아티스트 프롤로그’ 선정작가 개인전으로 마련됐으며, 조각과 설치 총 6점을 선보인다. 

전시포스터

이번 전시에서 박소연은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여 온 ‘평평하고 매끈한 세계’의 감각에 질문을 던진다. 도시와 디지털 문명이 감추고 있는 균열, 그리고 완전해 보이는 표면 아래 잠재한 오류와 불안정성을 조각의 언어로 드러내는 작업이다. 전시는 알루미늄판과 모래를 주요 재료로 삼아, 문명이 구축한 표면의 질서 뒤편에서 발생하는 흔들림을 물질적 형상으로 가시화한다.

박소연, 〈Flat Hunter〉, 2026,  Aluminium Sheet, 105x240x160cm ⓒ2026. ACAM and Park So Yeon. All rights reserved.

박소연은 알루미늄을 주재료로 대형 조각 작업을 이어온 작가다. 실제 대상이나 공간 위에 알루미늄판을 놓고 이를 두드리는 방식으로 작업하며, 그 결과물은 어떤 대상을 정교하게 재현하기보다 찢기고 긁힌 흔적이 켜켜이 남은 표면의 덩어리로 나타난다. 이 과정은 단순한 조형 실험을 넘어, 우리가 서 있는 세계의 구조와 감각을 다시 묻는 태도로 이어진다.

박소연, 〈Flat Hunter〉, 2026,  Aluminium Sheet, 85x310x95cm ⓒ2026. ACAM and Park So Yeon. All rights reserved.

작가의 관심은 오래전부터 도시의 감춰진 장소들, 이를테면 공사를 위해 파헤쳐진 배수구와 배관, 방치된 지하공간 같은 곳을 향해 있었다. 이번 전시에서 그 시선은 디지털 세계로 확장된다. 인공지능, 로봇, 빅데이터로 상징되는 오늘의 문명은 매끈하고 완전한 표면을 약속하는 듯 보이지만, 작가는 דווקא 그 표면 위에서 일어나는 오류의 순간을 붙잡아 조각으로 전환한다.

박소연, (디테일)〈Flat Hunter〉, 2026,  Aluminium Sheet, 140x190x110cm ⓒ2026. ACAM and Park So Yeon. All rights reserved.

전시의 핵심에는 신작 〈Flat Hunter〉가 있다. 대형 알루미늄 조각 3점으로 구성된 이 작업은 공사 현장의 흙더미 위에 대형 알루미늄판을 놓고, 땅이 평평해질 때까지 굴삭기로 내리치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작품 표면에는 접힌 자국과 찢김, 긁힘과 스크래치가 그대로 남아 있다. 이는 단순한 조형적 효과가 아니라, 문명을 세우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결함과 충돌의 흔적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다. 보도자료 5~6쪽의 전시 전경 이미지에서도 반짝이는 금속 표면이 매끈함보다는 충격과 변형의 기록으로 읽히며, 공간 전체에 낯선 긴장감을 형성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박소연, (디테일)〈Flat Hunter〉, 2026,  Aluminium Sheet, 105x240x160cm ⓒ2026. ACAM and Park So Yeon. All rights reserved.

또한 바닥에 설치된 〈Sand Screen〉과 〈Check Input Signal〉은 푸른 모래와 알루미늄판을 통해 화면과 입자, 데이터와 물질의 관계를 환기한다. 작가는 디지털 오류를 상징하는 푸른색 입자를 전시장에 길게 펼쳐놓음으로써, 우리가 보지 못한 채 지나쳐 온 불안정성과 균열을 드러낸다. 매끄러운 화면 아래 숨겨진 오류가 푸른 모래의 물질성으로 바뀌는 순간, 전시는 익숙한 디지털 감각의 질서를 낯설게 뒤집는다.

박소연 개인전, 《평평한 지구를 접는 방법》, 2026, 전시전경, 아트센터예술의시간 4층 ⓒ2026. ACAM and Park So Yeon. All rights reserved.  (3)

전시 제목 《평평한 지구를 접는 방법》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을 압축한다. 과거 인간이 눈앞의 평평한 땅을 보고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었던 것처럼, 오늘의 우리는 디지털 시스템이 반복적으로 제공하는 감각 속에서 ‘평평한 세계’를 너무 쉽게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는 것이다. 박소연의 금속 조각은 익숙함이 관습이 되고, 관습이 신념으로 굳어지는 순간을 경계하며 지금 우리가 믿고 있는 표면의 질서가 과연 얼마나 견고한지 질문한다.

 

박소연은 성신여자대학교 조소과에서 학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동 대학원 조소과에 재학 중이다. 그는 《가난한 자들》(뮤지엄헤드, 서울, 2025), 《WITNESS X》(Kulturpalast Wedding International, 베를린, 2025), 《집(ZIP)》(아르코미술관, 서울, 2024) 등 그룹전에 참여해 왔다. 이번 개인전은 그러한 작업 세계를 한층 응축된 방식으로 보여주는 자리이기도 하다.

 

결국 이번 전시는 조각을 통해 하나의 질문을 남긴다. 우리가 평평하다고 믿어 온 세계는 정말 평평한가. 반짝이는 금속의 표면과 푸른 모래의 흔적 사이에서 박소연은 완전함의 신화를 접고, 그 안에 감춰진 오류와 균열의 형상을 우리 앞에 꺼내 놓는다. 익숙한 문명의 표면을 낯설게 바라보게 하는 전시, 그것이 바로《평평한 지구를 접는 방법》*이 던지는 가장 선명한 감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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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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