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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회 서울국제시네미디어페스티벌 21일 개막… 켄 제이콥스 7시간 대작으로 문 연다

임만택 전문 기자
입력
‘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에서 ‘서울국제시네미디어페스티벌’로 새 출발 42개국 90여 편 상영·전시… ‘지능기계 수행성의 전환’ 주제로 시네마와 미디어의 경계 확장

상영과 전시의 경계를 넘나드는 시네미디어 영화제 ‘제26회 서울국제시네미디어페스티벌(NeMAF 2026, 이하 네마프2026)’이 오는 8월 21일부터 26일까지 6일간 서울 메가박스 홍대점과 KT&G 상상마당 홍대 갤러리 일대에서 열린다.

공식포스터_네마프 2026

올해 네마프는 26년간 이어온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의 명칭을 ‘서울국제시네미디어페스티벌’로 변경하고 관객과 만나는 첫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시네미디어’는 시네마(Cinema)와 미디어(Media)의 합성어로, 단방향 스크린 상영에 머무르지 않고 전시까지 아우르는 동시대 영상예술의 확장성을 담아낸 개념이다.

켄제이콥스_소멸하는별빛_스틸컷

올해 개막작에는 미국 아방가르드 영화의 거장 켄 제이콥스(Ken Jacobs)의 대표작 ‘소멸하는 별빛(Star Spangled to Death)’이 선정됐다. 작품은 1957년 촬영을 시작해 2004년에 완성되기까지 무려 47년이 걸린 435분, 약 7시간 분량의 대작이다. 지난해 10월 92세로 세상을 떠난 켄 제이콥스를 기리는 국내 첫 추모 상영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켄제이콥스_소멸하는별빛_스틸컷

‘소멸하는 별빛’은 여행영화와 만화영화, 뉴스릴, 선거 홍보물, 정치 연설 등 방대한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에 즉흥적인 퍼포먼스를 결합한 작품이다. 특히 잭 스미스(Jack Smith)와 제리 심스(Jerry Sims)의 퍼포먼스를 비롯해 리처드 닉슨의 연설 등 20세기 미국 사회를 상징하는 이미지들이 연속적으로 충돌하며 미국 사회의 인종주의, 종교, 부의 독점, 시민의 우민화, 전쟁 중독 등을 비판적으로 드러낸다.

 

47년에 걸쳐 축적된 이미지와 시대의 흔적을 통해 완성된 이 작품은 뉴욕 언더그라운드 영화와 20세기 미국 대중문화의 풍경을 가로지르는 장대한 콜라주이자 미국 아방가르드 영화사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평가된다. 영화와 미술의 경계를 지워온 켄 제이콥스의 작업 세계가 네마프가 지향하는 ‘시네미디어’의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개막작 선정의 의미를 더한다.

 

켄 제이콥스는 1933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나 추상표현주의 화가 한스 호프만에게 회화를 배운 뒤 1955년부터 영화 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영화를 단순히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체가 아니라 빛과 시간, 운동과 지각으로 이루어진 조형적 물질로 바라봤으며, ‘블론드 코브라’와 ‘톰, 톰, 피리 부는 사람의 아들’ 등을 통해 파운드 푸티지를 급진적으로 재구성하는 독자적인 영화 언어를 구축했다.

 

극장 상영을 넘어선 실험도 이어갔다. 오랜 동반자이자 공동 작업자인 플로 제이콥스와 함께 ‘신경시스템(Nervous System)’과 ‘신경 환등기(Nervoscope)’로 불리는 영사 퍼포먼스를 발전시키며 두 대의 영사기와 회전 셔터를 실시간 조작하는 방식으로 입체감과 진동을 구현했다. 이 같은 시도는 완성된 필름을 재생하는 전통적 상영 개념을 넘어 매 순간 새롭게 생성되는 라이브 퍼포먼스와 설치작업의 영역으로 영화를 확장했다.

 

올해 네마프의 핵심 주제는 ‘지능기계 수행성의 전환’이다. 인공지능과 지능 기계가 일상화되는 시대를 맞아 ‘예술에서 창작의 주체는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기계의 작동 방식을 예술적으로 굴절시키거나 전환하는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공식 포스터에도 이 같은 문제의식이 반영됐다. 기성 자료를 해체하고 재조합해 권력 구조를 질문하는 노영미 작가의 2021년 작품 ‘1021’을 활용해 올해의 주제 의식을 시각화했다. 포스터는 흑백의 강렬한 도트 이미지와 기계적 형상을 통해 인간과 기술, 이미지와 권력 사이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영화제 기간에는 42개국에서 초청된 90여 편의 작품이 상영·전시된다. 프로그램은 ‘주제전: 활화로서의 아카이브’, ‘장르전: 익숙보다 낯선’, ‘켄 제이콥스 특별상영’ 등을 비롯해 AI·VR·AR 등 동시대 기술 변화에 주목하는 버추얼리얼리티아트기획전과 온라인 큐레이팅 스크리닝 등으로 구성된다.

 

또한 올해부터 ‘우수비평가상’과 ‘우수시네미디어큐레이터상’을 신설해 현장 아티스트뿐 아니라 독창적인 기획자와 평론가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영화제로서의 기능도 확대한다. 대안영상예술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창작자·큐레이터·비평가가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김장연호 네마프 집행위원장은 “26년간 이어온 ‘대안’의 정신을 계승하되, 이제는 스크린의 경계를 넘어 시네마와 미디어가 만나는 접점에서 미래 영화의 비전을 제시하고자 한다”며 “서울국제시네미디어페스티벌은 창작자와 큐레이터, 비평가, 관객이 함께 담론을 만들어가는 가장 역동적인 미디어 아트 플랫폼이자 아티스트 시네마 영화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개막일인 8월 21일에는 오후 1시 KT&G 상상마당 홍대 갤러리에서 오프닝 심포지엄과 오프닝 전시가 열리며, 개막작 ‘소멸하는 별빛’은 같은 날 오후 2시 30분 메가박스 홍대점 3관에서 상영된다.

 

영화제 기간에는 개·폐막식과 아티스트 토크, 라이브 시네마 공연, 마스터 클래스, ‘지능기계 수행성의 전환’ 특별강연 및 워크숍, 주제 심화 심포지엄, 대안영상예술이론학교 등 학술·부대행사도 함께 진행된다.

 

제26회 서울국제시네미디어페스티벌은 올해 명칭 변경을 계기로 기존 ‘대안영상’의 역사와 실험정신을 계승하면서도 영화, 미디어아트, 인공지능, 퍼포먼스, 설치 등 동시대 시각예술을 아우르는 새로운 플랫폼으로의 확장을 예고하고 있다.

 

행사 개요

행사명 제26회 서울국제시네미디어페스티벌(NeMAF 2026)
기간 2026년 8월 21일~26일
장소 메가박스 홍대점, KT&G 상상마당 홍대 갤러리 4~5층 등
주제 지능기계 수행성의 전환
상영·전시작 42개국 90여 편
개막작 켄 제이콥스 ‘소멸하는 별빛’
개막작 상영 8월 21일 오후 2시 30분, 메가박스 홍대점 3관
주최 제26회 서울국제시네미디어페스티벌 집행위원회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서울시,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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