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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수의 세상보기 : 시 ] 인간적이지 않다 / 홍영수

시인 홍영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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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이지 않다 

 

홍영수

 

분리수거함 한쪽, 폐지가 쌓여있다.

찢기고 구겨진 다양한 책들과 수험서들이

쓰임에서 쓰임을 잃은 채 널브러져 누워있다.

그림책의 소꿉놀이는 어린이의 입학을 축하하고

펄펄 끓는 요리책의 냄비는 식탁의 입맛이 궁금하다.

학기가 바뀐 참고서는 성적을 걱정하면서

답안지를 훑으며 정답을 체크한다.

급수에 따라 다른 난이도의 수험서들은

합격의 소식을 기다리면서

밑줄의 상처를 책갈피에 끼고 기도하고 있다.

비바람에 젖은 시집은 죽은 은유를 껴안고

바람서리에 동화책 속 어린이는 독감으로 기침한다.

철학은 주민의 발걸음에 짓밟힌 지혜를 아파하고

냉대와 홀대를 오가는 지식과 교양들이

칼날에 찢길 미래를 안고 있다.

, 너무 인간적이지 않다.

, 인간적이지 않은 인간을 넘어서려고

지우지 않는 연민과 관심으로

허리 구부려 버려진 활자를 다문다문 줍는다

인간적이지 않다_ 홍영수 시인

[시작 노트]

 

버려진 활자들 속에서 인간성을 줍는, 폐지함.

 

종종, 아파트 경비실 옆 분리수거함이 놓인 장소에 갈 때가 있다. 그곳에는 말 그대로 쓰임을 다하고 쓰임에 맞게 분리되는 곳이다. 그곳에서 유난히 시선이 멈추는 곳은 폐지함이다. 찢기고, 바래고, 구겨진 폐지들, 그리고 버려진 다양한 종류의 책들이 눈에 띄어서이다. 누군가의 어린 시절을 축하해 주던 그림책, 가족의 식탁을 위한 요리책, 합격을 위한 수험서와 깊은 밤 사색에 잠겨 보았을 철학과 사상의 도서 등등.

 

이토록 한때는 소중히 간직하고 유심히 통독했을 책들의 쓰임과 버려짐의 역설에서 난, 인간성의 부재에 탄식하기도 했다. 그래서, 폐지함에 흩어지고 널브러져 비바람과 눈보라에 젖어가며 생명을 다해가는 활자들을 한 글자, 한 단어, 한 문장, 한 권의 책을 줍기도 했다.

 

그것은 버려진 폐지함의 구석에서 잊히고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연민과 관심, 그리고 잃어버린 인간성을 다시 일으켜 세우려는 작디작은 하나의 몸짓언어였는지도 모른다.

 

홍영수 시인,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홍영수 시인

-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                  
- 코스미안상 대상(칼럼)
- 한탄강문학상 대상
- 아산문학상 금상
- 시집
『흔적의 꽃』, 시산맥사, 2017 
『지구의 유언장』, 자연과 인문, 2025
 

시인 홍영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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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수시인#폐지함#시해설#인간적이지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