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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의 ‘ㅎ’에서 태어난 도깨비…안상수 《한글도깨비》 경주서 개최

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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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5일부터 8월 27일까지 플레이스씨 회화·그래픽·드로잉·3D 홀로그램으로 만나는 한글의 생명력 관람객이 직접 도깨비를 만드는 참여형 프로그램도 운영

한글의 자모가 낯설고도 신비로운 생명체로 다시 태어난다.

 

시각예술가이자 타이포그래픽 아티스트 안상수의 개인전 《한글도깨비》가 7월 25일부터 8월 27일까지 경북 경주시 플레이스씨에서 열린다.

개인전 포스터

이번 전시는 안상수가 수십 년간 탐구해 온 한글의 조형 언어를 바탕으로, 문자가 하나의 형상이 되고 생명체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작가에게 한글은 단순히 의미를 읽고 전달하는 기호가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형되는 독립적인 시각 언어다.

 

전시의 출발점은 한글 자모 ‘ㅎ’이다. 안상수는 ‘ㅎ’의 구조를 해체하고 결합해 우리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존재인 ‘도깨비’를 만들어 낸다. 두 개의 가로획과 원형의 요소를 지닌 글자는 작가의 상상력을 거쳐 얼굴과 몸을 갖춘 존재로 변모한다.

 

이를 통해 관람객은 평소 말하고 쓰던 한글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게 된다. 문자는 의미를 전달하는 평면적 기호를 넘어 회화와 조각, 움직이는 이미지이자 상상의 생명체로 확장된다.

안상수, 《홀려라》, Acrylic on canvas, 259×194cm, 2026

읽는 문자에서 보고 경험하는 예술로

 

안상수는 1985년 정방형의 네모틀을 벗어난 탈네모꼴 글꼴 ‘안상수체’를 발표하며 한국 타이포그래피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한 작가다.

 

그는 『훈민정음 해례본』에 담긴 제자 원리와 한글의 음운 체계를 바탕으로 문자의 구조와 질서를 지속해서 탐구해 왔다. 이러한 실험을 통해 한글을 정보 전달의 수단에서 벗어나 보고,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예술 언어로 확장했다.

 

그의 작업에서 글자는 회화가 되고 조각이 되며, 때로는 사람과 동물, 자연과 정령을 연상시키는 생명체로 모습을 드러낸다. 이번 《한글도깨비》는 그동안 이어져 온 안상수의 문자 실험과 조형적 상상력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안상수, 《한글도깨비》, Mixed pigment of graphite on canvas, 259×194cm, 2025

전시는 크게 ‘한글도깨비’, ‘날개’, ‘홀리다’ 등 세 개의 흐름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섹션 ‘한글도깨비’에서는 ‘ㅎ’에서 탄생한 도깨비 연작과 드로잉, 회화를 소개한다. 글자의 구조와 작가의 자유로운 상상이 결합해 하나의 존재가 탄생하는 순간을 만날 수 있다.

 

두 번째 섹션 ‘날개’에서는 「알파에서 ㅎ까지」, 「문자추상도」, 「물맑은담」, 「생명평화무늬」 등 주요 작품을 통해 안상수가 구축해 온 문자 조형의 세계를 조망한다.

 

마지막 섹션 ‘홀리다’는 관람객이 작품 제작 과정에 참여하는 공간이다. 관람객은 ‘ㅎ’ 스탬프와 압인기를 활용해 자신만의 한글도깨비 이미지를 만들며 문자와 예술의 경계를 직접 경험하게 된다.

 

천년고도 경주에서 다시 태어나는 한글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와 그래픽, 드로잉, 문자추상 작업을 비롯해 3D 홀로그램으로 구현한 「천년경주 한글도깨비」가 함께 공개된다.

 

평면에 머물던 글자가 입체와 영상, 공간으로 확장되면서 전시장은 한글도깨비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상상의 세계로 변한다. 관람객은 익숙했던 한글을 새로운 존재로 마주하고, 그 안에 담긴 무한한 조형성과 예술적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 신라 천년의 역사와 문화가 축적된 경주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전통 문자와 동시대 예술이 만나는 자리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오랜 시간 축적된 도시의 기억 위에서 한글이 새로운 생명과 형상으로 다시 태어나는 장면을 제시한다.

 

플레이스씨 최유진 대표는 “한글은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문자이지만, 안상수 작가의 손을 거치면 한 번도 본 적 없는 낯선 형상으로 되살아난다”며 “이번 전시는 작품을 눈으로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작가의 퍼포먼스를 지켜보고, 관람객이 직접 한글도깨비를 만들어 보는 경험으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이어 “천년의 문자와 형상이 켜켜이 쌓인 경주에서 한글이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는 순간을 만나는 일은 각별할 것”이라며 “지역에서도 동시대 예술의 가장 앞선 흐름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전시가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상수 작가 퍼포먼스와 아티스트 토크 마련

 

개막일인 7월 25일 오후 3시에는 안상수 작가의 퍼포먼스 드로잉과 아티스트 토크가 진행된다.

 

‘날개, 한글, 도깨비–경계를 넘다’를 주제로 열리는 아티스트 토크에는 안상수 작가와 미학자 최정우가 참여해 한글의 조형성, 문자와 이미지의 관계, 한글도깨비의 탄생 과정 등을 이야기한다.

 

전시 기간에는 정기 도슨트 프로그램과 어린이·가족 관람객을 위한 워크숍 《도깨비 놀이터》도 운영된다.

 

도슨트 프로그램은 개막일을 제외한 7월 26일부터 8월 27일까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2시와 4시에 진행된다. 《도깨비 놀이터》는 7월 31일과 8월 3일·7일·10일 오후 2시에 운영되며, 회차별 선착순 20명이 참여할 수 있다.

 

관람객이 ‘ㅎ’ 스탬프와 압인기로 자신만의 도깨비를 제작하는 상설 체험 프로그램은 전시 기간 내내 세 번째 섹션 ‘홀리다’에서 진행된다.

 

세계에 한글의 조형 가능성을 알린 작가

 

안상수는 1952년생으로 호는 ‘날개’다.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모교 교수로 재직했다.

 

2002년 서울 로댕갤러리에서 초대 개인전 《한.글.상.상》을 개최했으며, 2007년에는 독일 라이프치히시가 수여하는 구텐베르크상을 받았다. 2013년에는 실험적 디자인 교육기관인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PaTI)을 설립했다.

 

이후 서울시립미술관 《날개.파티》, 타이베이 슈에슈에미술관 초대전, 신세계갤러리 《날개.이상》을 비롯해 도쿄비엔날레 등 국내외 주요 전시에 참여하며 한글의 조형적·예술적 가능성을 세계에 알려 왔다. 현재 베이징 중앙미술학원 명예교수이자 국제그래픽연맹 AGI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글도깨비》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6 지역전시 활성화 사업’ 지원을 받아 마련됐다. 플레이스씨가 주최하고 옵스큐라가 주관한다.

 

이번 전시는 한글을 읽는 문자에서 살아 움직이는 형상으로 전환하며, 문자와 회화, 디자인과 현대미술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관람객에게는 가장 익숙한 한글을 가장 낯선 눈으로 다시 바라보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시 개요

 

전시명: 안상수 《한글도깨비》
전시 기간: 2026년 7월 25일(토)~8월 27일(목)
전시 장소: 플레이스씨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국당2길 2
관람 시간: 오전 10시 30분~오후 6시
휴관일: 연중무휴
주최: 플레이스씨
주관: 옵스큐라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예술경영지원센터, 지역전시활성화

개막 행사

일시: 2026년 7월 25일 오후 3시

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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