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350] 부영우의 "오래오래 살겠습니다"
오래오래 살겠습니다
부영우
나는 오래 살려고 열심입니다
위험한 일은 결코 하지 않습니다
부딪치면 재빨리 사과부터 하고
담배 냄새나면 돌아가고
신호등 깜빡일 땐 건너지 않고
채소 수프나 카레를 주로 먹고
주에 사흘은 수영 나흘은 산책합니다
철인 같은 것도 이젠 안 할 겁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백 이십 살까지 살 것 같습니다
그러다 객사하면 친구들이
쟤 봐라
오래 살려고 지랄하더니 첫 빠따로 갔잖아
그러니깐 살겠다고 발버둥치지 말라고 추잡하게
말하면서
반면교사로 웃으며 추억할 겁니다
이 얼마나 유익한 광경입니까
이래저래 생각해 봐도
나는 오래오래 살겠습니다
―『양재』(시인의일요일, 2026)

[해설]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한다
제목도 그렇지만 시의 본문도 문장 하나하나가 역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상하게도 요절한 문인을 높이 평가한다. 그래서 우대식 시인과 함께 10여년 전에 도서출판 새미를 통해 ‘요절시인 시전집 시리즈’ 10권을 낸 적도 있었다. 그런데 부영우 시인은 첫 시집을 내면서 당당하게 발언한다. “나는 오래 살려고 열심입니다”라고. 맞는 말이다. 건강하게, 열심히, 악착같이, 끈질기게, 평균수명 이상으로 살아야 한다. 시인이라면 나이를 먹어도 좋은 시를 써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더욱 이상한 것은 노인을 비하하는 말이 많다는 것이다. 노탐, 노욕, 노망, 노추 등등. 성실하게 살고, 건강하게 노후를 보내다가 죽는 것이 욕먹을 일이 아닌데 말이다. 요즈음에는 장유유서를 말했다가는 뼈도 못 추린다.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이다.
제1연의 내용은 오래 살기 위한 방법론이다. 스트레스 안 받기, 식물성 위주의 유기농 식생활, 적당한 운동이 가장 중요한 세 가지일 것이다. 철인은 鐵人인 것 같다. 철인3종경기는 신체를 너무 혹사하는 것이다. 육체노동이든 정신노동이든 무리하지 않겠다는 뜻인 듯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백이십 살까지 살 것 같다고 수명의 기대치를 한껏 늘여 놓았는데, 웬걸!
제3연과 4연은 배를 잡게 한다. 친구의 비명횡사를 접하고 그렇게까지 잔인하게 얘기하진 않겠지만 한두 마디 놀리긴 할 것이다. 어쨌거나 화자는 누가 뭐라 하든 상관하지 않고 나의 길을 가겠다고 생각하고, 말하고, 실천할 것이다. 젊다고 무조건 다 좋은 건 아니리라. 자신의 젊음을 잘 가꿀 줄 알아야 한다. 젊은 시인이 당당하게 오래오래 살겠다고 말하니 신뢰가 간다. 병약한 것보다 튼튼한 것이 백배 낫다. 부영우 시인이여! 시인으로서도 결코 일찍 사라지지 말고 장수하기를 기원한다.
[부영우 시인]
200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대중문화평론 부문에 「거세된 인간과 진화한 뱀파이어의 생존조건―〈렛미인〉 분석」이 당선되었다. 2024년 웹진 《님Nim》으로 시단에 나와서 올해 1월 20일에 첫 시집을 냈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윤동주-청춘의 별을 헤다』『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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