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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안이 만난 작가] 조광기 — 자연과 인간 사이, 푸른 교감의 화가

류안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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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기 화가는 말이 적다. 조용한 자연을 닮은 사람이다. 그러나 그의 그림은 말이 많다. 아니, 시를 쓴다. 광기 어린 붓질로, 기운이 넘치는 화폭 안에 사람들을 웃게 한다. 나는 그를 몇 해 전 전시장에서 처음 만났다. 그때도 그는 말보다 그림으로 자신을 설명했다. 그리고 그림 속에 시조를 붙였다. 나 역시 사진에 시조를 붙이는 사람으로서, 우리는 그렇게 닮아 있었다. 

북한산 오리바위, 90x118cm, 돌가루와 안료,아크릴, 2025

그의 그림은 블루다. 가장 표현하기 어려운 색, 가장 많은 작가들이 도전하지만 쉽게 닿을 수 없는 색. 조광기 화가는 그 블루의 세계에서 이제 절정에 이르렀다. 수 년 전 내가 보았던 그의 블루는 깊었지만, 지금은 더 깊어졌다. 그 푸름은 단순한 색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 사이의 교감이며, 인성의 회복을 향한 염원이다.

 

인간성의 회복을 향한 예술

북한산 일출, 90x118cm, 돌가루와 안료,아크릴 2025
북한산 일출, 90x118cm, 돌가루와 안료,아크릴, 2025

“나의 작품 전반적인 화두는 인간성의 회복입니다.” 조광기 작가는 인터뷰 내내 ‘인성’이라는 단어를 반복했다. 그는 천부경의 “人中天地一(인중천지일)”을 인용하며, 사람 안에 하늘과 땅이 함께 존재한다고 말한다. 인간은 우주의 축소판이며, 그 자체로 완전한 생명체라는 것이다.
 

그는 현대 문명이 지나치게 물질과 현상에 집착하며 정신적 진화를 소홀히 해왔다고 지적한다. 산업화 이후 자본의 힘은 강자의 수탈과 약자의 희생을 정당화했고, 자연은 무분별하게 파괴되었다. 동양 역시 서구의 합리성에 물들며 인성의 가치를 잃어버렸다.

“지금은 분열과 파괴의 시대에서 균형과 조화의 세계로 나아가야 할 분기점입니다. 그 중심에는 인성의 회복이 있어야 합니다.”

폭포 25-5,  91cm x 65cm, 한지 위에 안료, 아크릴 2024

자연과 교감하는 인간
 

조광기 작가는 자연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되돌아본다. 꽃과 나비, 동물과 식물의 관계처럼, 자연은 상생과 교감으로 이루어진다. 그는 인간관계 역시 교감의 깊이에 따라 질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모든 사물은 음과 양의 팽창과 수축으로 생성되며, 인간 역시 양면성을 지닌 존재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양심’이라는 위대한 조절 장치가 있어 상생의 가능성이 크다고 믿는다.
 

“인간의 몸은 완벽한 우주입니다. 경쟁도 우두머리도 없이, 서로 다르면서도 전체의 이익을 위해 활동합니다.”


그는 인간이 태어나기 전 10개월 동안 생명 진화의 전 단계를 경험한다고 말한다. 원생동물에서 물고기, 원숭이를 거쳐 인간으로 진화하는 그 과정은, 인간이 얼마나 위대한 가능성을 지닌 존재인지를 보여준다.

폭포25-4, 41x31cm, 혼합재료, 2024

그림 속에 새겨진 철학


조광기 작가의 그림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다. 그것은 시이며, 철학이다. 그는 그림에 시조를 붙인다.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시로 풀어내며, 관람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최근 내가 감상한 한 작품은 그가 말한 교감의 본질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듯했다. 날카로운 산맥이 푸른 밤하늘 아래 솟아 있고, 달빛은 눈 덮인 봉우리를 은은하게 비춘다. 그림 속 산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세월을 견뎌낸 존재의 손금과 주름처럼 느껴졌다. 특히 기암괴석을 중심으로 그려낸 산의 골격은 당당하면서도 쓸쓸한 기품을 지니며, 자연의 얼굴을 닮았다.


그 푸른빛은 단순한 색채가 아니라, 존재의 깊이와 인간성 회복의 상징이었다. 작가는 말하지 않고, 색으로 말한다. 그 색은 푸르고, 깊고, 조용하다.

 조광기 작가는 홍익대학교 서양학과를 졸업하고 1992년 청남미술관에서 첫 개인전을 한 이후 39회의 개인전을 했으며 다양한 단체전과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전시 정보
 

전시명: 《자연에게 길을 묻다》 — 조광기 39회 개인전

  • 프리뷰: 2025년 10월 16일(목) 저녁 7시
  • 전시 기간: 2025년 10월 17일(금) ~ 10월 29일(수)
  • 관람 시간: 오전 11시 ~ 오후 7시 (토요일 휴관, 무료 관람)
  • 장소: 한국미술재단 갤러리 카프 (서울 서초중앙로 68 화선빌딩 2층 / 지하철 3호선 남부터미널역 1번 출구에서 도보 5분)
  • 문의: 02-6489-8608  
직탕폭포, 193.5x130cm ,돌가루와 안료,아크릴, 2025
직탕폭포, 193.5x130cm ,돌가루와 안료,아크릴, 2025

조광기 화가는 따뜻한 사람이다. 말은 아끼지만, 그림으로 세상을 향해 큰 소리로 시를 쓴다. 그 시는 푸르다. 그리고 깊다. 그의 화폭은 우리에게 조용히 묻는다. 

“당신은 지금, 어떤 길 위에 서 있습니까?” 

조광기/ 류안

 
조용한 산을 닮아 말없이 사는 사람,
광기 어린 그림으로 큰 소리로 시를 쓰네 
기운이 넘치는 푸른 화폭 안에 사람들이 웃고 있네


[좋은 그림 22 ] 조광기의 "북한산 일몰"
https://koreaartnews.com/post/wkrlTr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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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기작가#갤러리카프#자연에게길을묻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