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윤희수 한국화 작가, 고희 회고전을 열며 인생과 예술을 되돌아보다
한국화 작가 윤희수의 고희 회고전이 24K 갤러리에서 12월 4일부터 19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50여 년간 한국화와 맺어온 인연을 되돌아보는 자리로, 작가의 인생 여정과 예술 세계를 조망하는 뜻깊은 기획이다. 본지는 윤희수 작가를 만나 그의 예술 철학과 삶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번 전시는 인생의 추억 만들기입니다"
윤희수 작가는 이번 회고전을 단순한 작품 전시가 아닌, 인생의 여정을 되돌아보는 추억의 조각 맞추기라고 표현했다. 그는 "흐르는 세월 속에서 나의 생각, 철학적 사고, 그림 세계가 변해가는 것을 볼 수 있다"며, "세속적인 타협이 아닌 순수한 사고의 표현이 손해처럼 느껴지지만, 나이 들어 걷고 있는 방향이 보여서 좋고 참 편안하다"고 말했다.

한국화와의 인연, 그리고 사생의 철학
윤 작가는 경희대학교 미술교육과에서 한국화를 전공하며 이영모 교수의 권유로 한국화와 인연을 맺었다. 산수화의 이영찬, 화조화의 정은영, 인물화의 이철주 교수 등과 함께한 학창 시절은 그의 예술 세계에 큰 영향을 주었다.
첫 사생은 남설악 주전골에서 진행되었으며, 설악산의 기암괴석과 계곡물을 보며 한국화를 선택한 자부심을 느꼈다고 회고했다. 공주 갑사에서의 스케치 여행은 동양미술과 작가들의 사상을 접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는 지금까지도 그의 작품 기준이 되고 있다.
윤희수 작가님의 작품은 거의 실경을 사생한 작품들입니다.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까?
서양화의 풍경 그림 역시 현장에서 스케치를 합니다. 첫 번째 사생을 남설악 주전골에서 이영찬 교수님이 인솔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저는 처음 설악산의 기암과 기봉 들 옥수같이 흐르는 계곡물을 보면서 한국화를 선택한 것을 너무 잘했다는 자부심과 산수화에 더욱더 애착을 가졌었습니다. 공주 갑사 스케치 여행은 소규모로 여러 번 갔었는데 두 교수님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늘 재미있고 즐겁게 동양미술과 작가들의 사상에 대하여 말씀해 주셨는데 지금까지도 한국화를 그리는 기준이 되었습니다.
자연을 최고의 스승님이라고 하셨는데…. 사생을 하면서 자연의 스승님으로부터 배운 점이라던가, 재미있었던 이야기는…..
졸업작품을 위해 1982년 여름방학을 맞아 정형열, 김수천 선생과 함께 그 당시까지도 남아있었던 무전(無錢) 여행이라 할 정도로 빈약한 자금과 약간의 물품으로 보름 정도 국내 스케치 여행을 했었습니다.
경상도, 충청도, 강원도의 명산대천(名山大川)을 찾아 야간 완행열차 시골 완행버스 그의 대부분은 걸어 다니면서 자연 속에서 놀던 재미있고, 스릴 넘치고, 절대 잊지 못하는 기억 들... 너무 소중한 기억들입니다.
그때 나의 산수화 졸업작품 구담봉(龜潭峰) 추경(秋景)이 탄생되었으며, 구담봉이 수몰되기 이전의 작품으로는 유일할 것입니다. 이렇듯 나의 자연주의적 사고가 자연스럽게 스민 것 같습니다.
해외 스케치 여행도 많이 다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990년 중반에 이열모교수님을 비롯한 일명 사생화파(寫生畵派)화가들과 함께 중국 양자강(揚子江)이남 지역을 현장 스케치를 갔었습니다. 상해부터, 소주, 항주, 운남성에 위치한 곤명, 황산, 계림등 중국의 강남지역을 20여일 스케치를 다녀온 후부터는 전통 수묵담채의 기법으로 그림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저의 새로운 세계의 도전은 계속 되었습니다. 네팔과 인도의 배낭여행을 각각 20여 일을 다니면서 이곳에서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과 풍습 자연을 대하는 모습들을 보고 많이 느꼈습니다. 그들은 자연을 그저 자연스럽게 대하는 관조적(觀照的)인 자세에서 살아가고 있는 듯이 보였습니다.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삶을 영위하는 모습에서 많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또한 나의 창작적 표현 자세도 자연스럽게 변화되어 그림 세계도 변화를 보였습니다. 색채적이고, 장식적이지 않는 수묵적이고, 자유로운 운필의 표현이 주류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의 작품 중에 특이한 점은 우염(우린다)기법을 사용하시는데..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까?
산수화를 그리면서 먹물이나 채색을 화선지에 염색하듯이 깊이 물들이는 기법입니다. 스승님에게 배울 적에 ‘우리는’ 것은 그림을 화선지에 차분하기 가라앉히고 작가와 그림이 서로 다르지 않듯이 그림은 작가의 마음이며, 정신이기에 내 마음 깊이 새기는 작업이라고 여겨서 여러 번 차곡차곡 ‘우리는’ 것입니다.
점점 줄어드는 한국화 화가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수묵을 다루는 작업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우리 가슴 속에는 본래 자리하고있는 우리의 고유한 예술성이 있습니다. 지금은 현대사회의 물질주의 위주와 서구화된 장식적인 문화가 제도적으로 득세하는 세상이 되어, 전통적인 정신문화에 영향을 끼친 까닭에 수묵화의 발전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에 대해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따라서 나 하나라도 묵향을 즐기는 사람이 되어 후세에 이어나가기를 바랍니다.
앞으로의 길, 상선약수의 자세로
작가는 "칠십년 세월 사연도 많았지만 그래도 잘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며, "앞으로의 삶은 흐르는 물처럼, 상선약수(上善若水)의 태도로 인생과 그림의 세계를 가져가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다투지 아니하고 경쟁하지 아니하고 낮은 곳에 임하는 겸손(謙遜)의 자세는 내 작품세계가 속하는 자세" 라고 강조했다
그는 박경리 시인의 시 '옛날의 그 집'을 인용하며,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蘆洲 尹 希 洙 (YOON HEE SU)
慶北 醴泉生(1956)
경희대학교 미술대학 졸업(한국화 전공)
주요 경력
*1983년 ~ 2018년 덕성여자고등학교 교사
*겸재미술대전 운영위원 및 심사위원 역임
*대한민국현대미술대전 심사위원 역임
*경인미술대전 운영위원
*겸재전국사생대회 심사위원장 및 겸재겸재오름전 심사위원 역임
*한국미술협회 이사 역임
*강서미술협회 회장 역임
*회토회원
*겸재작가회 고문
*선유회 고문
*주요전시
1985년 ~ 2018년 회 토 전(인사아트센터,인사갤러리등)/ 앱설루트전 (인사갤러리)/삶과 미술의 동반전(코스모스갤러리)/정서표현전 (현대아트 갤러리)/서울교원전(세종문화회관.롯데미술관)/인간.자연전 (문화일보갤러리)/한국 시인협회전(육군본부)/겸재 화혼전. 겸재, 그리고 이후전(겸재미술관)/갤러리 콜럼비아프랑스 초대전/갤러리 마로니에 초대전/ 한국현대미술협회 초대전/초대전 및 회원전180여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