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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데이터의 가치가 다시 정의되고 있다

김종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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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의 시대에서 ‘가치 데이터’의 시대로 전환

21세기 초 디지털 전환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표현 가운데 하나가 “데이터는 새로운 석유(Data is the new oil)”였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SNS와 플랫폼 경제가 확산되면서 인간의 소비, 이동, 검색, 금융거래와 사회적 관계까지 데이터로 축적되기 시작했고, 이를 대규모로 수집하고 분석하는 ‘빅데이터(Big Data)’가 기업과 국가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2026년 이후 본격화되고 있는 인공지능 시대에는 데이터의 개념과 가치가 다시 정의될 필요가 있다. 이제 경쟁력의 핵심은 단순히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AI가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가’로 이동하고 있다.

빅데이터에서 ‘AI-Ready Data’로

과거 데이터의 핵심 기능은 ‘기록’이었다. 기업은 매출과 고객정보를 기록했고, 은행은 금융거래를, 병원은 환자의 진료정보를, 대학은 학생의 학습과 성적을 축적했다. 이러한 데이터는 대부분 과거에 무엇이 발생했는지를 설명하고 분석하기 위한 자료였다.

따라서 기존 빅데이터 시대의 경쟁력은 흔히 데이터의 규모(Volume), 속도(Velocity), 다양성(Variety)을 중심으로 설명되었다.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는가가 중요했다.

그러나 생성형 AI와 AI 에이전트가 확산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AI는 데이터를 단순히 검색하거나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데이터 사이의 패턴과 관계를 학습하여 새로운 텍스트와 이미지, 영상과 프로그램을 생성하고, 예측과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AI 에이전트는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인간을 대신해 일정 관리, 고객 응대, 구매, 연구, 행정 등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따라서 데이터의 가치사슬 역시 변화한다. Data → Context → Intelligence → Action

데이터가 맥락과 결합하여 지능이 되고, 그 지능이 실제 행동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데이터의 양보다 정확성, 신뢰성, 최신성, 맥락성 그리고 독점성이 중요해진다. 다시 말해 빅데이터보다 ‘AI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 즉 AI-Ready Data가 중요한 시대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데이터는 인간만 생산하지 않는다

두 번째 변화는 데이터의 생산 주체가 급격하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데이터의 대부분은 인간의 활동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인간뿐 아니라 자동차, 로봇, 공장, 도시의 센서와 IoT 기기가 끊임없이 데이터를 생산한다. 여기에 생성형 AI가 만드는 텍스트·사진·음악·영상과 시뮬레이션, 합성데이터(Synthetic Data)까지 가세한다.

미래의 데이터 생태계는 결국 Human Data + Machine Data + Sensor Data + AI-generated Data + Synthetic Data 가 결합되는 구조로 발전할 것이다. 문제는 데이터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수록 역설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원본 데이터’의 희소성과 가치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AI가 생성한 정보가 다시 인터넷에 축적되고, 그것을 또 다른 AI가 학습하는 순환구조가 확대될수록 “이 정보는 어디에서 왔는가”, “실제 인간과 현실에서 발생한 정보인가”, “검증된 자료인가”를 확인하는 데이터의 출처와 계보(Provenance)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래의 핵심 자산은 단순한 Big Data가 아니라 Trusted Data, Contextual Data, Real-time Data, Proprietary Data가 될 가능성이 높다.
 

데이터는 ‘석유’보다 ‘토양’에 가깝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데이터는 새로운 석유”라는 오래된 비유도 수정할 필요가 있다. 석유는 사용하면 소모된다. 그러나 데이터는 사용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활용할 수도 있으며, 서로 다른 데이터와 결합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그래서 AI시대의 데이터는 석유보다 오히려 ‘토양’에 가깝다. 좋은 토양에 좋은 씨앗을 심어야 좋은 열매를 얻을 수 있다. 아무리 우수한 종자를 가지고 있어도 토양이 오염되어 있다면 좋은 수확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를 AI에 적용하면 토양은 데이터이고, 씨앗은 AI 모델이며, 농부는 인간이고, 수확물은 AI가 만들어내는 지식과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결국 AI의 성능 경쟁은 모델의 경쟁인 동시에 그 모델이 학습하고 판단할 수 있는 데이터 토양의 경쟁이다.
 

두 농부의 창고가 주는 교훈

이를 설명하는 간단한 우화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두 농부가 있었다. 첫 번째 농부는 매년 수확한 씨앗을 거대한 창고에 쌓아두었다. 그의 창고에는 마을에서 가장 많은 씨앗이 있었지만, 어느 밭에서 언제 생산됐는지, 어떤 기후에서 잘 자라는지는 기록하지 않았다. 두 번째 농부의 창고는 작았다. 그러나 그는 씨앗마다 생산지역, 기후, 수확량, 병충해와 가뭄에 대한 특성을 기록해 두었다. 몇 년 뒤 극심한 가뭄이 찾아왔다.

첫 번째 농부는 수많은 씨앗을 가지고 있었지만 어떤 씨앗을 선택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반면 두 번째 농부는 자신의 기록에서 가뭄에 강했던 씨앗을 찾아냈고, 결국 수확에 성공했다.

사람들이 그에게 미래를 어떻게 예측했느냐고 묻자 농부는 말했다. “나는 미래를 예측한 것이 아니라, 과거의 기록을 미래에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했을 뿐이다.” 이 이야기가 바로 AI시대 데이터 전략의 본질이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쌓아두었느냐가 아니다. 미래의 AI가 사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얼마나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정제했느냐가 중요하다.


‘데이터 자본’을 축적이 중요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기업과 대학, 정부는 지금부터 조직 내부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단순한 업무 부산물이 아니라 ‘데이터 자본(Data Capital)’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첫째, 조직의 경험과 지식을 체계적으로 데이터화해야 한다. 교육, 연구, 고객, 생산, 행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보를 축적하되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떤 목적으로 만들었는지 맥락까지 기록해야 한다.

둘째, 데이터 품질과 거버넌스를 강화해야 한다. 잘못된 데이터와 중복된 데이터, 출처를 알 수 없는 데이터를 그대로 AI에 공급한다면 AI는 오류를 더욱 빠르게 확대할 수 있다.

셋째, 자신만의 독자적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누구나 인터넷에서 얻을 수 있는 공개데이터만으로는 지속적인 차별화를 만들기 어렵다. 기업의 고객 경험, 대학의 교육·연구 경험, 개인의 전문성과 지식처럼 장기간 축적된 고유 데이터가 중요한 경쟁자산이 될 수 있다.

넷째, 개인정보와 저작권, 데이터 소유권과 이용권에 대한 원칙도 동시에 구축해야 한다. 데이터는 관리될 때 자산이지만 관리되지 않을 때는 법적·윤리적 위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AI시대의 진정한 경쟁력

20세기의 핵심 자산이 토지·노동·자본이었다면 디지털 경제에서는 플랫폼과 네트워크가 새로운 자산으로 등장했다. 그리고 AI시대에는 여기에 데이터 자본과 지능 자본(Intelligence Capital)이 추가될 것이다. 결국 미래 경쟁력은 다음의 순환구조를 누가 먼저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Data → Context → Intelligence → Action → New Data

좋은 데이터가 더 나은 AI의 판단을 만들고, 그 판단이 행동으로 이어지며, 그 행동에서 다시 새로운 데이터가 축적되는 선순환 구조다. 
따라서 AI시대를 준비한다는 것은 새로운 AI 프로그램 하나를 더 배우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더 근본적인 준비는 오늘 우리가 만들어내는 경험과 지식, 관계와 활동을 미래의 AI가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자산으로 축적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데이터를 많이 가진 사람이 강했다. 앞으로는 데이터를 지식으로 바꾸는 사람이 강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강한 사람과 조직은 데이터를 지능으로 바꾸고, 그 지능을 다시 행동과 새로운 데이터로 순환시키는 시스템을 가진 사람과 조직일 것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예언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AI가 배울 수 있는 좋은 데이터를 오늘부터 만드는 것이다.

김종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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