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대한민국연극제 서울대회 선정작 연극 '만무방(萬無方)' 1994년 영화의 귀환 — 32년 만에 무대로
32년 만에 무대로 돌아온 ‘만무방’… 2026 대한민국연극제 서울대회서 관객 만난다
1994년 한국 영화사에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 **〈만무방(萬無方)〉**이 32년 만에 연극으로 재탄생해 관객 앞에 선다. ‘생이 아름다운 극단’이 제작하고 ㈜21세기 스테이지가 기획한 이번 작품은 2026 대한민국연극제 서울대회 선정작으로, 오는 4월 10일부터 12일까지 서울씨어터 202에서 공연된다.

연극 〈만무방〉은 한국전쟁 말기인 1953년 겨울을 배경으로 한다. 눈 덮인 산속 외딴 초가집에서 남편과 아들을 잃고 홀로 살아가는 한 여인이 낮에는 태극기를, 밤에는 인공기를 바꿔 달며 가까스로 생존을 이어간다. 여기에 다리를 다친 노인, 젊고 건장한 남자, 가족을 잃은 새댁이 차례로 합류하면서 작은 초가집은 생존과 욕망, 불신과 권력이 충돌하는 또 하나의 전쟁터가 된다. 작품은 극한의 상황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집요하게 응시하며, 전쟁이 인간성에 남긴 깊은 상처를 무대 위에 펼쳐낸다.


특히 이번 무대화는 원작 영화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바탕으로 더욱 주목된다. 원작 영화 〈만무방〉은 제32회 대종상 6관왕, 춘사국제영화제 3관왕을 비롯해 국내외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으며, 뉴욕타임즈 선정 세계 베스트 영화 10선 3위에 오르는 등 한국 영화사의 대표적 성취로 평가받아 왔다. 이번 연극에는 원작의 총감독 변정욱 감독이 참여해 디지털 복원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작품의 역사적 무게와 예술적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연출을 맡은 김정한은 무대 중앙의 화덕을 권력의 축으로 설정했다. 화덕에 가까운 인물이 힘을 갖고, 멀어질수록 소외되는 구조를 통해 공간 자체가 인간관계의 위계를 드러내도록 설계했다. 또한 대사보다 먼저 흐르는 침묵, 인물들이 주고받는 시선의 방향을 통해 관객이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라 그 폐쇄된 공간 속에 함께 갇힌 듯한 긴장감을 체감하도록 구성했다. 여인이 반복적으로 깃발을 바꿔 다는 행위는 이념의 선택이 아닌 생존의 의례로 읽히며, 마지막 장면은 “우리가 끝내 지켜야 할 것은 깃발인가,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날카롭게 던진다.


이번 작품의 작가 박수경은 “총성은 멎어도 인간 사이의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전쟁의 상흔을 단순한 시대 재현이 아닌 오늘의 질문으로 무대 위에 소환했다. 이는 〈만무방〉이 과거의 비극을 되짚는 데 그치지 않고, 지금 우리 사회가 여전히 마주하고 있는 불안과 갈등, 인간성의 문제를 환기하는 동시대적 작품임을 보여준다.

출연진 역시 기대를 모은다. 대학로에서 오랜 시간 탄탄한 연기 내공을 쌓아온 김대환을 비롯해, 방송인에서 배우로 활동 영역을 넓혀온 김경란, 감정 밀도 높은 연기를 보여주는 정시윤, 그리고 대학로에서 주목받는 젊은 배우 김서휘가 무대에 올라 강렬한 앙상블을 선보일 예정이다. 서로 다른 세대와 결을 지닌 배우들이 만들어낼 긴장감과 에너지는 작품의 인간적 비극을 더욱 입체적으로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연극 〈만무방〉은 4월 10일 금요일 오후 7시 30분, 11일과 12일은 오후 4시 서울씨어터 202에서 공연된다. 러닝타임은 약 100분이며, 14세 이상 관람가, 전석 2만원이다. 예매는 플레이티켓을 통해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