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출판/인문
[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329] 고원의 "L.A. 애가"

이승하 시인
입력
수정

L.A. 애가

 

고원

 

3. 하늘이 울어

 

넘실거리는 불길 복판이었을까

429 난리에 맨손으로

부리부리 빛나는 눈으로

코리아타운을 지키다가

에드워드 이재성이 총에 맞았다

 

L.A.의 아들

미국 시민 대학생이

한국말은 제대로 못 해도

한국말만 하는 어머니 품에서

한국의 얼로 18년 자라서

한국의 한으로 뼈가 굵어져서

 

어머니, , 2,

코리안ㆍ아메리칸인데

코리아타운이 몽땅 죽게

가만둘 수 없어요.”

주먹만 쥐고 뛰어나갔다가

에드워드 한국의 얼이

어머니도 못 부르고 총알에 뚫렸다

 

그래서 또 새 일이 터졌다

, 우리 아들 죽었대서

아드모어 공원에 순식간에

3만인가 5만 명이 모여서

이재성의 성을 쌓고

 

죽음의 도시 L.A.를 코리아가

큰 이름 코리아가 행진한다

꽹과리 치고 북 치고 장구 치고

이재성이 살아나서 같이

평화, 정의, 북 치고 징 치고

코리아가 미국을 누빈다

 

에드워드 맑은 눈이

이젠 흑인도 남미 사람도 불러들여

태평양 바람 새바람으로

낡은 미국의 재를 날려 보내고

여기 지금 천사들의 날개가 간다

 

백만으로 늘어난 에드워드 리

이재성의 새 목소리가 박자를 맞춰

쑥대밭을 만들고 있다 

 ㅡ《4ㆍ29 LA 폭동 30주년 작품집》(미주한국문인협회, 2022)

4.29폭동 때 한인타운 지키다 사망…이재성군 흉상 갈 곳은 어디
LA 폭동 당시 희생된 이재성 군의 흉상  

 [해설]

 

  1992년에 429일부터 시작된 LA 폭동은 대다수 우리 교민들의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아갔다. 비극을 넘어 참극이었다. 199133LA에서 몇 명의 백인 교통경찰관이 과속으로 질주하는 흑인 운전자 로드니 킹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무자비하게 구타했다. 81초 동안 무려 56번의 몽둥이질을 했고 발길질도 서슴지 않았다. 로드니 킹은 얼굴만 20바늘 넘게 꿰매고 온몸의 11군데가 골절되었고, 뇌 손상에 청각장애까지 입게 되었다.

 

  그 영상이 뉴스에 방영되자 흑인들은 분노했지만 참고 기다렸다. 재판 결과가 나오기를. 1992429일에 열린 재판에서 관련 경찰관 4명이 몽땅 무죄 판결을 받는 것이 아닌가. 이때가 1992429일 오후 3시였고 평결이 내려지는 것을 실시간으로 시청하던 LA 남부지역의 흑인들이 거리를 뛰쳐나와 때마침 노르만디와 플로렌스 교차로를 지나가는 백인 트럭 운전자를 끌어내려 구타하기 시작했다.

 

  생중계하는 TV를 통해 구타 장면을 본 흑인들이 신호를 받은 양 일제히 주변의 주유소와 가게를 약탈하기 시작, 순식간에 LA 한인타운이 폭도들에게 약탈당하고 불타는 폭동이 일어났고, 폭동은 54일에 가서 진정되었다.

 

  당시 사망자는 58, 부상자가 약 3천 명이었다. 경찰의 총격에 의한 흑인 사망자가 대다수였지만 고원 시인은 한국인 사망자 이재성 군을 애도하는 시를 썼다. 19세 이재성 군 사망은 한인들끼리의 오인 사격에 의한 어처구니없는 사망이었다. 총격전 속에 서로를 폭도로 착각해 사격하다 희생자가 나왔던 것이다. 그 당시 LA가 얼마나 살벌한 무법천지였는지 알 수 있다. 고원은 LA 폭동에 대해 시를 쓰면서 이재성 군의 죽음이 궁극적으로는 한인사회의 화합과 단결을 가져왔으니 헛된 죽음이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다.

 

  장장 34년 전에 일어난 사건을 다룬 이 시를 고른 것은 우리 교민들의 미국에서의 삶이 팍팍하여 역이민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보도를 접했기 때문이다. 미주 한인 거주자는 47,406명인데 2023년 국적 재취득 4,203건 중 미주 출신이 60% 이상이었다고 한다. 미국이 언제쯤 사해동포사상에 의한 선린외교정책을 펼지, 참으로 답답한 나날이다.

 

  [고원 시인]

 

  재미교포시인 고원은 2008120일 미국에서 타계했다. 200910월에 뉴욕 Mid-Manhattan Library 주최로 그를 추모하는 문학제가 19일부터 25일까지 일주일간 열렸으며 20117월에는 LA에서 미국 시인들과 한국 문인들이 함께 참여해 고원을 추모하는 문학제를 벌였다. 미주 내 한인 동포사회에서도 고원기념사업회를 결성, 그가 발행하던 《문학세계》를 복간했으며 그의 이름을 딴 고원문학상을 제정, 우수한 작품집을 출판한 문인들에게 매년 상금을 주고 있다. 필자는 몇 해 전 마종기 시인과 함께 이 상의 심사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작년 탄생 100주년 행사 때 양문규 영동문학관장은 고원의 시는 한국문학인 동시에 미주 한인문학으로서의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625전쟁이나 419혁명과 관련된 시대적 상처를 드러내는 시를 창작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1964년 미국 이민 이후에는 미주 한인으로서 디아스포라 의식과 관련된 시편과 순수서정시나 실험시 등의 시편을 발표했다. 국내외의 정치적 사회적 사건에 대한 516쿠데타, 518 광주민주화운동이나 1990년대 초 LA 폭동과 관련된 시편들도 다수 발표하면서 한국시의 세계화에 기여했다.”고 밝히면서 고원 시인 탄생 100주년 기념 문학제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이승하 시인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윤동주-청춘의 별을 헤다』『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email protected]

share-band
밴드
URL복사
#고원시인#la애가#이승하시해설#이승하시인#하루에시햔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