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탐구] “런던에서 온 여섯 개의 시선, 서울을 물들이다” -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The Way We Live Now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9월 10일 개막한 기획전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The Way We Live Now》는 영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여섯 명의 작가들이 참여해 도시의 일상과 그 속의 침묵을 예술로 풀어낸다. 전시의 부제 “City of Dreams: Fragments of Reality”는 도시라는 공간이 품고 있는 꿈과 현실의 경계를 탐색하며,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안한다.

도시는 결코 멈추지 않는다. 스마트폰 알림음, 후진하는 자동차의 경고음, 늦은 밤의 바와 이른 아침의 카페, 배달 오토바이의 굉음, 종이컵에 담긴 커피 한 잔까지—이 모든 풍경은 작가들의 시선을 통해 새로운 의미로 재구성된다. 이들은 화려한 장면을 따라가기보다, 일상 속에 숨어 있는 본질에 집중하며, 그림자와 질감, 색조를 통해 흔히 지나칠 수 있는 순간들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전시를 공동 기획한 이안 로버트슨 홍익대학교 교수는 개막식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작가들은 시적이고 회화적인 내면 성찰을 공유된 언어로 삼으며, 관찰과 기억을 통해 일상의 파편을 계시로 전환합니다"

그에 따르면 이번 전시는 도시의 장관을 보여주기보다, 일상의 파편 속에서 존재와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하는 행위이며, 가장 심오한 진실은 ‘말해지는 것’이 아니라 ‘침묵 속에 머무는 것’ 이라는 것을 일깨워 준다.
참여 작가들의 면면도 눈길을 끈다. 파토 보시치는 신화적 상징과 회화 전통을 융합한 초현실적 도시 풍경을 선보이며, 런던의 거리와 건축을 꿈결처럼 재구성한다. 토마스 캐머런은 절제된 색채와 기하학적 구도를 통해 도시 속 고립과 연대의 긴장감을 탐구한다. 세바스티안 에스페호는 모란디를 연상시키는 고요한 정물과 풍경을 통해 빛과 정적의 미학을 보여준다.

탐신 모스는 고전 신화와 사회적 이슈를 결합한 서사 중심의 회화를 통해 젠더와 권력 구조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로자 호로위츠는 유대적 정체성과 자연의 마법을 회화로 풀어내며,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든다. 최지원은 기억의 왜곡과 단절된 장면을 통해 관람객의 내면을 포착하고, 예술이 지닌 개입의 힘을 강조한다.

전시 개막일에는 기획자 이안 로버트슨과 클레어 맥캐슬린 브라운, 작가 파토 보시치와 최지원이 참여한 질의응답 시간이 마련되어 관람객과의 깊은 교감을 나누었다. 이들은 각자의 작업 세계와 도시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라는 주제가 단순한 삶의 묘사가 아닌, 존재의 본질을 향한 질문임을 강조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비추는 동시에, 관람객에게 잠시 멈춰 서서 성찰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빠르게 흘러가는 도시의 소음 속에서 이번 전시는 “다르게 보는 눈”을 제안하며, 우리가 잊고 지나쳤던 일상의 순간들이 얼마나 깊고 아름다운 의미를 지니는 지를 보여준다.
전시 정보
• 전시명: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The Way We Live Now
• 부제: City of Dreams: Fragments of Reality
• 기간: 2025년 9월 10일(수) ~ 10월 21일(화)
• 장소: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5길 8, 선화랑 1-2층
• 참여 작가: Pato Bosich, Thomas Cameron, Sebastián Espejo, Tamsin Morse, Roza Horowitz, 최지원
• 기획: 이안 로버트슨, 클레어 맥캐슬린 브라운
• 작품 수량: 총 37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