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해설] 장승진의 "녹색의 비명'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97]
녹색의 비명
장승진
제주 신양섭지해수욕장 해변이 사라졌다
녹색 갈파래 이상 번식으로 뒤덮인 채 썩어가고
바닷속은 온통 부영양화 물질로 숨막힌다
튀르키예 마르마라해 지중해 해변은
플랑크톤 점액질로 뒤덮여 질식해 죽어간다
아름다운 휴양지가 공포의 해변으로 변했다
칠레에서 중국에서 전 세계 해변에서
산소 부족으로 떼죽음하는 물고기들
강과 바다에 산처럼 솟아오른 물고기 공동묘지
육지의 오염물질 바다로 흘러 쌓이고
병든 바다는 죽음의 파도로 밀려든다
비료와 퇴비 유입으로 생긴 낙동강의 녹조 오염이
치명적 독성물질 마이크로 시스틴을 만들고
농축산물로 들어가 결국 사람들 먹거리가 된다
정자 수가 감소하고 병들어 죽고
이젠 인간 멸종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사막이 된 바다 늘어가는 데드존*
강과 바다가 지르는 녹색의 비명
인간 멸종을 향해 돌아가는
째깍째깍 경고의 초침 소리 들리는가
* 데드 존(Dead Zone):바닷속 용존산소가 부영양화로 사라져 결과적으로 생명이 살 수 없게 된 지역, 1960년대 세계적으로 45곳에 불과했지만 심화되는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으로 현재 700여 곳을 넘어섰다.
—『인간 멸종』(도서출판 북인, 2023)

[해설] 인간의 멸종이 믿어지지 않지만.
1972년 6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엔인간환경회의’에서 국제사회가 지구환경 보전을 위해 공동노력을 다짐하며 제정한 날로 매년 6월 5일, 바로 오늘이 ‘환경의 날’이다.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과 함께 세계 환경의 날 공식 기념행사로 오늘 제주 서귀포시에 있는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자연기반해법 국제 학술토론회’를 연다고 밝혔다. 자연기반해법은 생태계를 보호ㆍ보전ㆍ복원하거나 지속 가능하게 이용하고 관리해 기후변화나 재해ㆍ재난 등 환경ㆍ사회ㆍ경제문제를 해결하면서 사람에게 편익도 제공하는 접근법을 말한다.
장승진 시인은 시집 통째로 ‘장승진 환경 시집’이라고 부제를 붙였다. 자신이 강원녹색환경 지원센터 행정협의회 회원으로 일한 경험도 있어 환경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한 권의 시집을 냈다.
이 시는 독창적인 상상력을 발휘하지 않고 언론에 보도도 됐을 법한 끔찍한 ‘사실’들을 설명하고 있다. 바다는 부영양화 물질로 숨막히고, 휴양지는 공포의 해변으로 변하였고, 산소 부족으로 물고기들이 떼죽음하고 있다.
인간이 각종 공해물질을 자연에 내버리는데, 가장 큰 피해자가 인간 자신이다. 물고기가 살 수 없는 데드 존이 현재 700군데가 넘었다는데 1,000곳이 넘으면 지구가 멸망하고 인간은 멸종할 것이다. 그것이 아무리 명약관화한 일일지라도 인간이 소비하고 개발하고 건설하는 일을 멈출까?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을 알기에 시인은 절망스럽다. 강과 바다, 산과 숲의 녹색은 비명을 지르고 인간은 멸종의 순간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고 시인은 경고한다.
미국의 대통령 트럼프는 취임한 바로 그날 '파리기후변화협정을 탈퇴한다'고 서명했다. 미국은 대다수 지역에서 분리수거를 하지 않고 한꺼번에 몽땅 태운다. 1인당 에너지 소비 지수가 다른 나라의 3배가 넘는 미국이 전 세계에 재앙을 가져오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
[장승진 시인]
강원도 홍천 출생으로 영어교육학과 영문학을 공부했다. 중등교육 현장에서 외국어교육과 국제교육 교류를 위해 일하면서 강원대 겸임교수, 강원녹색환경지원센터 행정협의회 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심상』 신인상, 『시문학』 우수작품상으로 등단했고 시집으로 『한계령 정상까지 난 바다를 끌고 갈 수 없다』『환한 사람』『빈 교실』『천상의 화원』과 전자시집 『그 겨울 상사화』『미세플라스틱 커피 한 잔』을 냈다. 디카시 춘천회 회장, 춘천문인협회 회장, 강원도문인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하였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청춘의 별을 헤다-윤동주』『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