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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아카데미] "단장시조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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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아카데미] "단장시조에 대하여"

시인 김강호 기자
입력

 

[김강호 시조 아카데미 7]

 

돌해태

 

콧등에 지는,

 

 

산복사꽃

 

몇 잎

 

 

 

박기섭 「적멸궁」

 

_______________

 

 

인간의

몸집에 숨긴

 

서늘한

신의

 

 

문무학 「얼」

 

적멸궁 [ 이미지: 류우강 기자]

 위 시조는 박기섭 시인의 「적멸궁」과 문무학 시인의 「얼」이다.

문무학 시인의 단장 시조집 <>은 제목이 모두 한 글자여서 독자들의 관심을 끌었으며 근래 보기 드문 단장 시조집으로 모두 108편이 실렸다.

 

단장 시조는 시조의 전통적인 형식인 3장 구성(초장, 중장, 종장)에서 벗어나, 초장과 중장을 생략한 뒤, 한 장()으로 이루어진 독립적 시조 형식을 말한다. 한국 문학사에서 단장시조의 등장은 전통과 현대의 교차점에서 새로운 실험으로 받아들여졌다.

 

현대의 단장시조는 디지털 시대의 압축적 표현 방식과 맞물리며 주목받고 있다. 특히 짧은 글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특성은 SNS와 같은 플랫폼에서 현대인의 관심을 끌기 쉬운 형식으로 발전 가능성을 보인다. 또한, 전통과 현대를 잇는 가교로서 한국 문학의 정체성을 세계에 알리는 도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단장시조의 발전을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있다. 첫째, 단순히 짧은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시조의 전통적 미학과 현대적 감각을 조화롭게 결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다양한 주제와 실험을 통해 단장 시조의 표현력을 확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독자와의 소통을 강화하며 현대인이 느낄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

 

박기섭 시인의 작품 제목인 「적멸궁」은 불교 용어로, 모든 번뇌가 사라진 궁극적 해탈의 경지를 뜻하며, 고전적 사유와 깊은 연관성을 지닌다.

시적 화자는 적멸궁이라는 상징을 통해 삶과 죽음, 존재와 무()의 경계를 탐구하며, 이러한 탐구는 한국 현대 시조가 나아가는 방향성을 보여주며 또한 불교의 공() 사상과 실존주의적 사유를 반영한다. 적멸궁은 존재의 집착과 번뇌를 초월한 상태를 상징하며, 시조 속 언어는 이 깨달음의 경지를 이미지화한다.

 

위 두 시인의 「적멸궁「얼」은 단장시조라는 전통적 형식 속에서 철학적 깊이를 담아냄으로 현대 시조의 지평을 넓혔으며 전통과 현대의 고전적 주제를 현대적 사유로 재해석함으로써 한국 문학이 지속적으로 전통과 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전통 시조 문학이 단순히 과거의 유산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이고 철학적인 깊이를 더해 지속적으로 재창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주에는 자작시조를 들고 올 예정이다.

 
시인 김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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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섭시인#적멸궁#문무학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