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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조 아카데미 ]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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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조 아카데미 ] "발"

시인 김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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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호의 시조 아카데미 12]


김강호 

 

너를 가만 들여다보면 산 있고 계곡 있고

숨 가쁘게 내달리던 원시의 소리 있고

긴 어둠 강을 건너던 부르튼 뗏목 있다

 

험한 길 걷는 동안 못 박히고 뒤틀렸지만

속울음을 삼키며 순종해온 너를 향해

무수히 많은 길들이 걸어오는 걸 보았다

 

새벽녘 경쾌하게 내딛는 너에게서

빌딩 숲 울려나가는 청포도 빛 실로폰 소리

절망도 가볍게 넘을 날개 돋는 소리가 난다

 

“삶의 궤적을 비추는 발”: 나뭇잎 위에 얹힌 발자국, 시간의 흐름을 암시하는 시계와 연결된 발

'발'의 이미지를 여러 층위로 분화시키는 방식으로 쓰기 위해 구도를 잡았다.
 

'발'은 작지만 기능은 섬세하게 집중하면서인간의 삶과 존재를 투영하는 확장적 상상력과 은유를 결합하려고 노력했다평범한 소재를 통해 삶의 본질에 다가가는 시적 전략을 구사하여독자에게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깊은 사유를 환기하는데 전력했다.
 

'발'은 일상의 대상을 통로 삼아 존재의 궤적과 정서의 풍경을 동시에 비추는 은유적 거울로 기능한다고 생각하면서...

 

발은 늘 앞을 향해 움직이고 멈추면 퇴화하거나 사라진다는 점에서 생의 지속과 미래의 지향성을 내포한다.
 

발이 어디로 가야 할 지를 아는 본능적 의지를 가진 존재로 비유할 때 발은 단순히 신체적 기능이 아니라 방향성곧 미래로 향하는 존재론적 움직임의 상징이 된다.


특히 발자국이나 길 등의 이미지는 과거의 흔적이자 미래의 약속이 되는 시간적 연속성을 보여줌으로 '발'을 통해 미완의 삶아직 다다르지 못한 곳을 끝없이 그리워하는 상상의 세계를 향해 질주하고 싶었던 것이다침묵하는 나의 '발'이 할 수 있는 무한한 상상력을 끌어 당겨 보면서 오늘도 발에게 감사한다.

 

다음 주 월요일에는 '옴니버스'로 찾아온다.


김강호 시인 

김강호 시인 

 

1960년 전북 진안 생 

19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조집 『당신 생각 소나기로 쏟아지는 날』외 다수

2024년 44회 가람문학상 수상 

고등학교 1학년 교과서 「초생달」 수록

코리아아트뉴스 전문기자
 

시인 김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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