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헌, 색면으로 되살린 지베르니의 기억…제36회 개인전 ‘컬러의 들판’ 개최
추억 속 풍경을 강렬한 색채와 대담한 색면으로 재구성해온 송인헌 작가가 오는 9월 2일부터 13일까지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대양AI센터 B212에 위치한 세종뮤지엄갤러리에서 제36회 개인전 ‘컬러의 들판(COLORED FIELD)’을 개최한다. 개막 행사는 9월 2일 오후 4시에 열린다.

이번 전시는 프랑스 노르망디의 작은 마을 지베르니에서 받은 인상과 기억을 바탕으로 제작한 신작들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지베르니는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가 생전에 집과 정원을 가꾸며 수많은 작품의 영감을 얻었던 장소다.
송인헌은 이곳에서 마주한 꽃과 연못, 집과 들판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여행지의 냄새와 색, 온도, 빛의 감촉처럼 기억 속에 남은 감각을 평면 위에서 다시 조립한다. 실제 풍경의 외형은 단순화되고, 그 자리는 파랑과 초록, 노랑, 분홍, 주황 등 선명한 색채와 기하학적으로 분할된 면들이 채운다.
화면에 펼쳐진 들판은 전통 조각보의 구성처럼 여러 색면으로 나뉘지만, 각각의 면은 단절되지 않고 서로 밀고 당기며 하나의 리듬을 형성한다. 수평으로 길게 펼쳐진 하늘과 들판, 화면 안쪽으로 이어지는 사선의 구도는 원근감을 만들어내는 동시에 회화를 평면적 질서로 되돌려 놓는다. 이를 통해 구체적인 장소의 기억과 순수한 색채의 감각, 구상과 추상이 한 화면 안에서 공존한다.
풍경이 아닌 ‘기억의 구조’를 그리다

송인헌은 작가노트를 통해 “나의 작품은 추억과 기억이 담겨 있는 풍경을 색면추상으로 표현한 작업”이라고 밝힌다. 작가에게 추억은 유유히 흘러가는 시간이 남긴 흔적이자 기억이며 향수다.
이번 작품에서 지베르니는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시간과 감각이 축적된 내면의 장소로 전환된다. 모네가 가꾼 일본식 정원의 꽃과 연못, 집과 들판은 대담하게 분할된 색면 속에서 다시 태어난다. 화면은 현실의 풍경을 옮긴 장소가 아니라, 경험이 의식 속에서 재구성되는 사유의 공간으로 기능한다.
작가는 “여행지에서 느낀 그곳의 냄새와 색, 온도 등을 화면에 담으려 했다”며 “평화로운 순간의 행복감이 마음 깊은 곳에 찾아들면서 그것을 색과 이미지로 구성하고자 했다”고 설명한다.
그에게 작업실에서 음악을 들으며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고독하면서도 온전한 자유의 순간이다. 현실의 지베르니에서 출발한 기억은 음악과 상상을 통과하며 작가만의 세계와 우주로 확장된다. 이에 따라 작품 속 풍경은 특정 장소에 대한 기록을 넘어 누구나 간직하고 있는 행복한 순간과 그리움, 지나간 시간에 대한 보편적인 정서를 불러낸다.
색채의 대비와 조화가 만든 ‘회화의 교향곡’
김종근 미술평론가는 송인헌의 작품에 대해 집과 바다, 들판이 등장하지만 단순한 풍경이라기보다 “대담하게 분할된 색면의 공간 안에 펼쳐진 한 편의 교향곡처럼 장중하다”고 평가한다.

송인헌의 초기 작품에서는 꽃과 집 등 구체적인 대상이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났지만, 작업이 전개될수록 색면이 화면을 지배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구상과 추상이 공존하던 정물 중심의 시기를 지나 풍경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작가 고유의 색면회화로 정착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프랑스 체류 이후 제작된 작품에서는 색채와 색면의 결합이 한층 깊어졌다. 일상의 풍경을 다루면서도 강렬한 보색 대비를 활용하고, 기하학적 구성과 원근법적 구도를 함께 도입해 화면에 균형과 긴장을 부여한다. 각각의 색면은 독립된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주변 색과 호응해 조화와 리듬을 만들어낸다.
김 평론가는 송인헌 회화의 매력으로 풍경과 색채가 이루는 하모니를 꼽으며, 절제된 색채와 단순미의 조화가 몬드리앙의 기하학적 구성이나 유영국의 산 그림처럼 매혹적이라고 평했다. 또한 파리와 프랑스에서 축적한 경험을 계기로 초기의 구상과 추상의 조화에서 더욱 견고하고 기하학적인 조형세계로 나아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출품작에서는 화면을 넓게 차지하는 푸른 면과 초록 들판, 노랑과 분홍의 띠가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색면을 나누는 경계에는 물감의 물성과 손의 흔적이 남아 있어, 엄격한 기하학적 구성 속에서도 따뜻하고 인간적인 감각을 전한다. 평면의 단순성 뒤에는 여행의 기억과 시간의 층위, 작가의 감정이 포개져 있다.
베니스에서 서울까지 이어지는 작품 여정

송인헌은 최근 베니스비엔날레 기간 이탈리아 베니스의 아트 데포 AI 비리 갤러리(Art depot ai Biri Gallery)에서 열린 기획초대전 ‘You + Me = We “Together”’를 마치고 귀국했다. 이어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 석주미술상 수상작가전과 남송미술관 K-Art 기획초대전 등에 참여하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작가는 하인두미술상 수상을 계기로 프랑스에 3개월간 체류했고, 현지에서 접한 풍경과 빛, 색채의 경험을 자신의 조형언어로 발전시켰다. 이번 세종뮤지엄갤러리 전시는 국내외 활동을 통해 더욱 깊어진 색채와 구성의 성과를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자리이자, 송인헌이 구축해온 색면풍경의 현재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다.

송인헌의 작품에서 색은 사물의 겉모습을 설명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파랑은 하늘이나 물을 가리키면서도 기억의 깊이와 평안을 드러내고, 노랑과 주황은 햇빛과 들판의 생명력을 환기한다. 분홍과 붉은색은 현실에서는 쉽게 만나기 어려운 풍경을 만들어내지만, 바로 그 비현실성으로 인해 기억 속 감정은 더욱 선명해진다.
제36회 개인전 ‘컬러의 들판’은 지베르니에서 시작된 한 작가의 기억이 어떻게 색채의 질서와 회화적 리듬으로 바뀌는지를 보여준다. 관람객은 작품 앞에서 실제 풍경의 정답을 찾기보다 저마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바다와 들판, 집과 길을 떠올리게 된다. 송인헌의 색면은 그렇게 작가 개인의 여행을 넘어 관람자의 추억과 만나는 열린 풍경이 된다.
전시 개요
- 전시명: 제36회 송인헌 기획초대전 ‘컬러의 들판(COLORED FIELD)’
- 기간: 2026년 9월 2일~9월 13일
- 개막: 2026년 9월 2일 오후 4시
- 장소: 세종대학교 세종뮤지엄갤러리
- 주소: 서울 광진구 능동로 209 세종대학교 대양AI센터 B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