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작가’ 윤병락 개인전 《The Season of Time》, 청담 보자르갤러리서 개최
탐스럽고 생생한 사과 그림으로 널리 알려진 윤병락 작가의 개인전 《The Season of Time》이 오는 8월 25일부터 9월 30일까지 서울 청담동 보자르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윤병락이 오랜 시간 탐구해 온 사과의 세계를 통해 시간과 계절, 기억과 풍요의 의미를 조명한다. 정형화된 사각형 캔버스에서 벗어난 변형 화판과 한지 위 유화 작업을 통해 회화와 공간의 관계를 확장해 온 작가의 작품 세계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사과 작가’로 불리는 윤병락은 탐스럽게 익은 사과를 실물보다 더욱 생생한 색채와 독창적인 화면 구성으로 표현하며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구축해 왔다. 작품 속 사과는 금세라도 화면 밖으로 굴러 떨어질 듯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표면에 맺힌 물방울과 미세한 반점, 햇빛을 머금은 껍질의 광택, 붉고 노란 색채의 섬세한 변화는 사과가 지닌 생명력과 감각을 극대화한다.
그러나 윤병락의 작업은 대상을 사진처럼 재현하는 극사실주의에만 머물지 않는다. 작가에게 사과는 고향과 어린 시절의 기억을 불러오는 친숙한 대상인 동시에 계절의 순환과 결실의 풍요를 상징한다. 또한 평면 회화의 틀과 전시 공간의 경계를 탐구하고 확장하기 위한 중요한 조형적 매개체이기도 하다.
전시 제목 《The Season of Time》은 한 알의 사과가 무르익기까지 축적되는 시간과 계절에 주목한다.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힌 뒤 햇빛과 바람, 비를 견디며 사과가 붉게 익어가는 과정에는 자연의 수많은 순간이 켜켜이 쌓여 있다. 윤병락의 사과에도 작가가 고향의 사과밭에서 경험한 기억과 향수, 수확의 기쁨과 풍요, 오랜 시간 이어온 회화적 탐구가 함께 담겨 있다.
1968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난 윤병락은 구상회화의 전통이 강한 대구에서 사실적인 묘사와 표현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대학 재학 중 대한민국미술전람회 특선과 제18회 대구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하며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냈으며, 이후 사과라는 일상적인 소재를 자신만의 독창적인 조형 언어로 발전시키며 한국 사실주의 회화를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윤병락 작품의 특징은 사과를 묘사하는 정교한 기법뿐 아니라 회화의 형식을 과감하게 변형한다는 데 있다. 작가는 일반적인 사각형 캔버스 대신 사과와 상자의 형태에 맞춰 직접 제작한 변형 화판을 사용한다. 사과가 담긴 상자나 과일의 윤곽을 따라 화면의 가장자리가 달라지고,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독특한 시점이 더해지면서 작품 속 사과는 평면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공간으로 돌출되는 듯한 효과를 만들어낸다.
캔버스 내부와 외부의 구분이 사라진 화면도 주목된다. 일부 작품에서는 사과가 상자 밖으로 삐져나오고 가지와 잎이 화면의 경계를 가로지른다. 바탕을 최소화하거나 흰 벽면과 직접 맞닿게 한 구성은 전시장 벽을 작품의 여백으로 끌어들이며, 관람객에게 실제 사과가 눈앞에 놓인 듯한 착시와 생동감을 선사한다.
한지를 바탕으로 사용한다는 점도 윤병락 회화의 중요한 특징이다. 작가는 한지 위에 유채 물감을 여러 차례 쌓아 올리며 사과의 부피와 껍질의 질감, 빛에 따른 색의 변화를 세밀하게 구현한다. 한지의 섬유질과 유화 물감의 깊은 색채가 결합하면서 작품은 매끄러운 사진적 재현과는 다른 따뜻하고 밀도 높은 표면을 갖게 된다.
이번 전시에는 2024년부터 2026년까지 제작된 ‘가을향기’ 연작을 비롯해 다양한 색과 구성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소개된다.

대작 《녹색 위의 붉은 사과 RAG 202447》은 242.7×111cm 크기의 화면에 풋사과와 붉게 익은 사과를 함께 배치했다. 싱그러운 녹색과 따뜻한 붉은색의 대비, 화면을 가로지르는 가지와 잎의 움직임이 계절의 변화와 결실의 시간을 압축해 보여준다.

가변 크기 342×170cm의 《가을향기-공간 RA 202428》은 여러 개의 붉은 사과를 독립된 형상처럼 배치해 기존 정물화의 틀을 해체한다. 사과들은 일정한 화면 안에 갇히지 않고 벽면을 따라 흩어지고 모이면서 전시 공간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회화로 변화시킨다.

2025년작 《가을향기 RA 2534》에서는 커다란 붉은 사과와 가지, 시든 꽃이 함께 등장한다. 풍성한 결실의 이미지에 꽃이 지고 열매가 익어가는 자연의 순환을 더해, 아름다움과 소멸이 공존하는 시간의 감각을 전한다.


2026년작 《가을향기 RA 2618》과 《가을향기 RA 2645》는 상자 안에 가득 담긴 붉은 사과를 통해 수확의 풍요로움을 극대화한다. 화면을 빼곡하게 채운 사과의 부피와 색채, 상자 밖으로 이어지는 가지와 잎은 작품이 실제 공간으로 확장되는 듯한 생생한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노란 사과가 화면을 가득 채운 《가을향기 YA 202449》은 붉은 사과 중심의 기존 이미지와 또 다른 정서를 보여준다. 밝은 노란색 사과와 짙은 녹색 잎의 대비는 햇빛을 머금은 가을의 풍경과 수확 직후의 생명력을 환기한다.

윤병락은 변형 화판을 넘어 FRP로 제작한 사과 입체 작업으로도 표현 영역을 넓혀왔다. 평면과 입체, 작품과 벽면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사과는 더 이상 캔버스 안의 정물에 머무르지 않고 관람객이 서 있는 현실의 공간으로 확장된다. 이는 회화를 단순한 재현의 평면이 아닌 독립적인 조형물로 바라보려는 작가의 지속적인 탐구와 맞닿아 있다.
전시 기간 보자르갤러리는 키아프·프리즈 서울 기간에 진행되는 네이버후드 나잇 프로그램 가운데 ‘청담 나잇(Cheongdam Night)’에도 참여한다. 전시 관람과 함께 현장 이벤트와 드링크, 푸드 등 청담의 밤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될 예정이다.
보자르갤러리 관계자는 “한 알의 사과가 여러 계절을 지나 비로소 무르익듯 윤병락의 작품도 오랜 관찰과 반복된 조형 실험을 거쳐 독자적인 회화 언어로 완성됐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시간과 계절을 품은 사과가 화면의 경계를 넘어 현실 공간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시는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관한다.
전시 개요
전시명: 윤병락 개인전 《The Season of Time》
전시 기간: 2026년 8월 25일(화)~9월 30일(수)
참여 작가: 윤병락
전시 장소: 청담 보자르갤러리
주소: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99길 50-2, 1층
운영 시간: 화~토요일 오전 10시 30분~오후 6시 30분
휴관일: 일·월요일
작품 문의: 010-4337-1022
갤러리 문의: 02-543-5662
이메일: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