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분석] APEC 2025, 경주에서 다시 태어난 K-컬처 - 외신이 바라본 한국 문화의 전략적 확장과 문화 외교의 진화
2025년 10월,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단순한 경제 협력의 장을 넘어, 한국 문화의 외교적 자산화와 산업적 확장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었다. BTS 리더 RM의 기조연설, 프리미엄 막걸리 ‘은하수를 세는 밤’의 공식 만찬 채택, 그리고 경주라는 도시의 역사적 상징성은 외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중국, 일본, 미국, 싱가포르,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APEC 회원국 주요 매체들은 각기 다른 시각으로 한국 문화의 위상과 파급력을 분석했다.

중국: 경주를 ‘시안’에 비유하며 문화 외교의 상징성 강조
중국 관영 매체 인민일보는 경주를 “한국의 시안(Xi’an)”이라 표현하며, “벽 없는 박물관”이라는 도시 정체성을 강조했다. 신라 왕국의 고도이자 문명 간 상호 학습의 장으로서 경주의 상징성을 부각하며, 시진핑 주석의 방문은 “다자주의와 아시아태평양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로 평가했다.
차이나데일리는 “한국은 문화와 기술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으며, 경주는 그 상징적 공간”이라며, APEC에서 논의된 AI, 인구 구조 변화 등 미래 의제 속에서도 문화 콘텐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K-컬처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아시아의 정체성을 재정의하는 문화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콩의 대표 매체 South China Morning Post(SCMP)는 시진핑 주석의 경주 방문을 “한중 관계의 상징적 재설정”으로 해석하며, “경주는 한국의 역사적 정체성을 상징하는 도시이며, 이번 방문은 문화 외교의 새로운 장을 여는 신호탄”이라고 보도했다. SCMP는 특히 경주의 천년 고도 이미지가 중국과의 문화적 연대를 상징한다고 분석하며, “문화는 외교의 새로운 언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APEC을 계기로 중국 내 한국 콘텐츠 소비가 다시 증가하고 있으며, “K-뷰티, K-푸드, K-드라마가 중국 소비자와 재연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문화 외교에 대한 시각의 분화
일본 유력 일간지 마이니치신문은 APEC 회의 직후 보도에서 “경주는 단순한 개최지가 아니라, 한국의 문화 정체성을 세계에 전달하는 무대였다”고 평가했다. 신라의 고도이자 아시아 문명의 교차점으로서 경주의 상징성을 강조하며, “문화는 이제 외교의 보조 수단이 아니라, 주도적 언어로 기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RM의 연설에 대해서는 “정치 지도자들이 말하지 못하는 감정과 공감의 언어를 전달했다”며, K-컬처가 젊은 세대와의 연결을 통해 외교의 새로운 층위를 열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이니치신문은 또한 APEC 공식 만찬에서 제공된 막걸리를 “전통과 현대가 조화된 문화 외교의 상징”으로 평가하며, 한국이 음식과 음악, 도시의 역사까지 총체적 문화 자산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Japan Times는 APEC 관련 보도에서 문화보다는 무역·통상 이슈에 집중했다. 한일 정상 간 회담에서 문화 교류 확대가 언급되었지만, 보도 비중은 낮았다. “한일 간 협력은 경제적 이해관계가 중심이며, 문화는 여전히 보조적 역할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를 통해 일본 내에서 APEC을 경제 협력의 장으로 보는 시각이 강함을 보여준다. 다만 일부 문화 전문가들은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일본 내 젊은 세대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없다”고 언급하며, 향후 문화 외교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싱가포르: RM의 연설을 통한 문화 외교의 재정의
The Straits Times는 BTS 리더 RM의 APEC CEO 서밋 기조연설을 집중 보도하며, “RM의 연설은 K-컬처가 외교적 언어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RM은 연설에서 “문화와 창의 산업은 국경을 넘어 사람들을 연결하는 힘이 있다”며,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매체는 특히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콘텐츠 확산이 젊은 세대와의 연결성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미국: 문화는 보조적이지만 전략적 자산으로 기능
New York Times는 APEC 회의에서 미국 무역대표부와의 협상에 집중하며, 한국 문화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브루킹스연구소의 아시아 전략 담당자 제니퍼 리는 “한국은 문화적 소프트파워를 통해 외교적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과의 협상에서도 긍정적 자산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NYT는 “문화는 여전히 보조적 요소로 간주되지만, 한국은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필리핀: “한국은 신뢰할 수 있는 문화 파트너”
Philippine Daily Inquirer는 APEC을 통해 경주가 보여준 문화와 기술의 융합을 “신라의 미소에서 AI까지(From Silla’s Smile to AI)”라는 제목으로 조명했다. 기사에서는 경주가 고대 문명의 중심지이자, 디지털 시대의 문화 허브로 재탄생한 도시로 소개되었다.
특히 BTS RM의 CEO 서밋 기조연설은 “문화가 외교의 언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되었다. RM은 연설에서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하며, 문화가 국경을 넘어 사람들을 연결하는 힘이 있음을 강조했다. Inquirer는 이를 두고 “정치적 담론을 넘어선 감성적 외교”라고 분석했다.
필리핀 문화부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한국의 콘텐츠는 필리핀 젊은 세대에게 깊은 영향을 주고 있으며, 이는 양국 간 협력의 기반이 된다”고 언급했다. 이는 K-컬처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세대 간 공감과 외교적 신뢰를 구축하는 자산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Philstar는 필리핀 마르코스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해 “한국은 APEC 내에서 신뢰할 수
있는 문화·경제 파트너”라고 평가했다. 기사에서는 “필리핀은 K-드라마와 K-pop 소비가 활발한 국가이며, APEC을 통해 문화 교류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보도했다. 필리핀 문화부 관계자는 “한국의 문화 콘텐츠는 필리핀 젊은 세대에게 깊은 영향을 주고 있으며, 이는 양국 간 협력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말레이시아: 막걸리를 통한 문화 외교의 상징화
말레이시아의 The Star는 APEC 공식 만찬에서 제공된 프리미엄 막걸리 ‘은하수를 세는 밤’을 집중 조명했다. “막걸리는 한국 전통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사례로, 문화 외교의 상징으로서 음식의 역할을 보여준다”고 평가하며, “한국은 전통을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능력을 통해 문화적 감동을 전달하고 있으며, 이는 외교적 메시지로도 기능한다”고 분석했다. 말레이시아 내에서도 K-푸드와 K-뷰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APEC을 계기로 문화 교류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는 전략이다
2025년 APEC은 한국 문화가 단순한 ‘소프트파워’의 도구를 넘어, 정책과 산업, 그리고 글로벌 협력의 중심축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외신들은 이를 통해 한국이 문화 강국을 넘어 문화 전략국으로 도약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경주에서 시작된 이 흐름은 향후 한국 문화정책의 방향성과 국제 문화 협력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