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291] 임봉주의 "조르다노 브루노"
조르다노 브루노
임봉주
1600년 2월 17일 로마에서
군중들 앞 공개적 화형이 집행되었다
무한 우주론과 지동설의 신봉자였던 그는
밤하늘에 별들은 다 항성이며
우리 태양도 그 가운데 하나라고 주장했다
교황청은 이를 신성 모독이라고 단정했다
철학자, 수학자, 시인, 우주론자였던 그는
삼위일체와 그리스도의 신성을
부정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어
8년 동안 감금과 재판받으면서도 그는 끝내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로마교황청은 그에게 사형 판결 내리고
공개 화형에 처해 불태워졌다
아! 브루노
진리에 대한 신념과 사상을 지키기 위해
끝내 목숨을 바친 시대의 개척자
조르다노 브루노 최후 진술
‘사형을 선고받은 나보다 선고한 저들이
더 두려움에 떨게 되리라’
—『바닷가 언덕에서 길 묻다』(도서출판 미소, 2025)

[해설]
진리가 죽음의 길로 이끌다
이 시를 접하기 전에 지동설을 주장한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알고 있었지만 조르다노 브루노(Giordano Bruno)는 몰랐었다. 브루노는 1548년 나폴리 왕국에서 직업군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리스 고전문학, 논리학, 변증법 등을 공부했으며 가톨릭의 도미니코회의 수사로 활동했으나 후에 개신교인 칼뱅파로 개종했다. 가톨릭교회로부터 이단 판정받을 것을 우려하여 1576년에 나폴리를 떠나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지구 자전설을 말하거나 학문을 가르쳤다. 브루노는 라틴어와 희랍어에 능통했고 다방면에 박식했으며 마법이나 점성술에도 관심을 가졌다.
소문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1591년 베네치아 공화국(현재의 이탈리아의 일부)에서 잡혀 8년 동안 엄혹한 감옥 생활을 했다. 종교재판소의 재판관들은 브루노에게 자신의 모든 천문학 이론을 무조건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브루노는 자신의 견해가 신과 창조에 관한 그리스도교의 견해와 양립할 수 있음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은 하되 천문학 이론은 철회할 것이 전혀 없다는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그래서 로마교황청 이단심문소로부터 유죄를 선고받아 로마에서 공개적으로 화형을 당했다. 1600년 2월 17일이었다.
사형을 당할 때 “선고받는 나보다 선고한 저들이/ 더 두려움에 떨게 되리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시인이 이 인물을 다룬 이유는 분명하다. 나 자신이 그런 심판대에 섰을 때 브루노의 뒤를 따르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일 것이다. ‘빅뱅이론’을 모르면서도 책자 『무한 우주와 세계에 관하여 De l'infinito universo et mondi』에서 무한 우주론을 주장했고 자신의 주장을 끝내 철회하지 않아 교황청에 의해 화형을 당해 죽었지만 그가 주장한 것은 ‘진리’였다.
빅토르 위고를 비롯한 당대의 유럽 지식인들은 브루노를 기리며 1899년에 그가 화형당했던 로마 캄포데 피오레 광장에 브루노의 동상을 건립했고 거기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다. “브루노, 그가 예견한 그 세기에, 화형의 불길이 타올랐던 여기 이 자리에 세운다.” 그날 교황 레오 13세는 89세의 나이에 노구를 이끌고 성 베드로 광장에서 몸소 단식기도를 바치면서 교황청의 지난날의 오판을 비판했다.
조르다노 브루노의 명예가 완전히 회복된 것은 20세기에 들어서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브루노에 대한 재판 과정을 다시 조사하도록 명령했다. 그 결과 “사형 선고는 부당”이라는 재심 판결이 내려졌다. 이로써 1979년 공식적으로 사형 판결이 취소되었다. 브루노가 처형된 지 무려 379년 만이었다. 2000년에는 브루노 처형 400주년을 맞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직접 폭력적인 사형 선고와 집행에 대하여 사과하였다. (이상의 글은 대부분 나무위키에서 가져온 것임.)
[임봉주 시인]
땅끝 해남에서 출생했으며 지금 인천문인협회 회장으로 있다. 2005년 《자유문학》으로 등단했고 『지상에서 꿈꾸는 천상』『꽃화살 바람의 춤』『풀잎은 나부끼고』『비탈에 선 꽃에게』『푸른 행성의 편지』『들꽃에 화엄의 길』『꽃은 그리움에 피고』 등이 있음.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윤동주-청춘의 별을 헤다』『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