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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과 숨 사이에서 길어 올린 자연의 생명력...임종엽 작가, 여백과 흰색의 미학으로 펼치는 철학적 회화 세계

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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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미술 작가 임종엽(林鐘燁)이 자연의 생명력과 존재의 본질을 탐구한 작품 세계로 관람객들과 만난다. 오랜 시간 ‘여백’과 ‘흰색’을 중심으로 한 독창적인 회화 세계를 구축해 온 임종엽 작가는 자연의 순환과 생명의 근원을 깊이 있는 사유로 화면에 담아내며 한국 현대회화의 독자적인 지평을 확장해 왔다.

임종엽 작가의 작품은 단순한 시각적 표현을 넘어 자연의 근원적인 질서와 존재의 본성을 탐구하는 철학적 회화로 평가된다. 그의 화면은 화려한 색채 대신 깊이 가라앉은 색과 여백을 중심으로 구성되며, 그 안에서 형상들은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이러한 장면은 마치 자연이 호흡하듯 반복되는 순환의 흐름을 연상시키며 관람자에게 고요하면서도 강렬한 긴장감을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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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작가는 작품을 통해 들이쉬는 숨과 내쉬는 숨 사이의 순간, 즉 존재가 드러났다 사라지는 찰나의 경계를 포착한다. 이는 동양 철학에서 말하는 음(陰)과 양(陽)의 관계와도 맞닿아 있다. 자연은 끊임없이 순환하며 균형을 찾고, 그 경계에서 생명의 역동성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사유를 화면 위에서 여백과 형상의 관계로 풀어낸다. 어둠 속에서 떠오르는 형상, 균열처럼 드러나는 빛, 그리고 침묵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생명의 흔적들은 자연이 지닌 근원적 에너지와 존재의 깊이를 동시에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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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엽 작가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의 작품들은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그 사이의 찰나에서 포착된다. 그리고 사라지려 하는 것들을 잠시 일으켜 세운 것이다.”

 

작가에게 있어 ‘여백’은 단순한 비어 있음이 아니다. 오히려 그 안에는 물이 흐르고 꽃이 피는 생명의 움직임이 잠재되어 있다. 여백은 아무것도 없는 공간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자연의 에너지와 시간의 흐름이 스며 있으며 작품의 본질적인 의미를 만들어낸다.

또한 임종엽 작가의 작업에서 중요한 요소는 ‘흰색’이다. 작가는 흰색을 단순한 색채가 아니라 존재의 본질을 드러내는 색으로 바라본다. 흰색은 공(空)이자 모든 색의 근원이 되는 본질이며, 수없이 반복되는 색의 축적과 침잠 속에서 오히려 가장 순수한 상태로 드러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철학적 사유는 그의 작품 속에서 깊은 고요와 강렬한 에너지라는 상반된 감각으로 나타난다. 화면 속 형상들은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은 채 여백 속에 잠시 머물며, 관람자에게 각자의 해석과 감정을 이끌어내는 열린 구조를 형성한다.

임종엽 작가

임종엽 작가는 1999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30여 회 이상의 개인전과 200여 회의 단체전 및 국제 교류전에 참여하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의 작품은 청와대, 뉴욕 코네티컷대학교(UCONN), SBS, KUVA ART CENTER, CULPPY MUSEUM, 우리옛돌박물관 등 다양한 기관과 컬렉션에 소장되어 있다.

 

또한 그는 KAN 한국문화예술 작가대상, 한국예술평론가협회 주목할 예술가상, 중국 국제미술제 대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임종엽 작가의 작품 세계는 자연과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깊은 철학적 사유에서 출발한다. 형상과 색채를 절제한 화면 속에서 관람자는 고요한 여백 속에 숨겨진 생명의 움직임을 발견하게 된다.

 

자연의 호흡과 존재의 경계를 포착한 그의 작품들은 우리에게 묻는다.
보이지 않는 것과 보이는 것, 존재와 비존재 사이의 경계에서 예술은 무엇을 드러낼 수 있는가.

 

임종엽 작가의 회화는 바로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응답이며, 동시에 자연과 인간, 그리고 예술의 본질을 향한 깊은 사유의 여정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3월 16일부터 31일까지 서울 강서구 마곡 중앙2로 75-5에 있는 KH GALLERY에서 열린다.

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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