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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호의 時부렁調부렁 19】 별들의 피난살이
문학/출판/인문
[김선호의 時부렁調부렁]

【김선호의 時부렁調부렁 19】 별들의 피난살이

시인 김선호 기자
입력
[사설시조]

 

별들의 피난살이


김선호
 

  별이라 해서 우찌 하늘에만 산다드나

 

  돈이 상전인 시상에서 공장은 신이니라 조폐창 화폐 찍듯 재화를 만들어내니 제발 좀 납셔달라고 애걸복걸 안 하드나 논밭전지 갈아엎고 반듯하게 터를 잡아 도로 용수 전기 인력 갖은 아양 버무려야 그나마 괜찮은 분이 뒷짐 지고 드신다데 그런 인사 모아놓니 안하무인 아니드나 밤중이나 새벽이나 큰소리로 소란 떨고 줄담배 뿜는 연기가 굴뚝 가득 넘친데이

 

  소음이든 매연이든 하늘로만 치솟는디 토박이 별이라고 견딜 재간 있다드나 살아낼 방도를 찾아 노심초사 안달인 기라 훈련소 가스실처럼 시시각각 죄는 숨을 참다 참다 뛰쳐나와 아래를 내려다보니 산마다 봉우리마다 송전탑이 빽빽한 기라 밑바닥은 아니니 체면도 구길 일 없고 멧새도 가끔 드니 낭만도 제법 있고 궁하면 통한다더니 피난처를 찾은 기라

 

  밤마다 번쩍번쩍하니 별천지가 따로 없다드만

 

송전탑 풍경(출처-Adove stock)
송전탑 풍경(출처-Adove stock)

폭염은 기어코 정전을 불렀다. 과부하를 이기지 못한 공급장치가 탈 난 것이다. ‘에어컨 사용을 자제해달라는 관리사무소 방송이 끝나자마자 냉장고도 멈춘다. 화끈한 열대야 소동은 아침이 돼서야 끝났다. 정전을 당해보니 전기의 중요성을 알겠다.

 

전기를 발견하고 발명하기까지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기원전 6세기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가 호박을 문지르다가 발견했다는 설이 있고, 본격적인 연구는 17세기 윌리엄 길버트, 18세기 벤자민 프랭클린 같은 물리학자 이름이 오르내린다. 19세기 들어 알렉산드로 볼타는 볼타 전지를, 토머스 에디슨은 백열전구를 발명했다.

 

지역마다 공장 유치하려고 산업단지를 만드는데, 핵심 인프라는 전력과 용수다. 대용량 전기를 끌어오자니 선로가 필요하다. 산과 산을 이어 송전탑을 세우고 고압선으로 수백 리를 잇는다. 마을을 지나면서는 유해성 논란을 빚는다. 송전탑 설치 반대 시위가 곳곳에 낭자하다.

 

뺨 맞을 소리지만, 산봉우리 송전탑 야경은 장관(?)이다. 비행체가 주의하게끔 깜빡이는 점멸등이 별처럼 아름답다. 아니 어쩌면 자욱한 매연을 견디다 못해 뛰쳐나온 별일 수도 있겠다. 도망 나온 데가 하필 원흉의 소굴이라니! 호롱불 켜던 시절이 뜬금없이 꿈틀댄다.
 

김선호  시인,  코리아아트뉴스 문학전문기자  
 

김선호 시인

조선일보 신춘문예(1996)에 당선하여 시조를 쓰고 있다시조를 알면서 우리 문화의 매력에 빠져 판소리도 공부하는 중이다직장에서 <우리 문화 사랑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으밀아밀』등 네 권의 시조집을 냈다. 코리아아트뉴스 문학전문기자로 활동하며, 충청북도 지역 문화예술 분야를 맡고 있다. 

시인 김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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