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해설] 심효숙의 "웃음 선물"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100]
웃음 선물
심효숙
큰 화상으로
웃음 잃어버린 하은이
이식 수술을 받았습니다.
교통사고 뇌사자의
피부를 받았습니다.
불그죽죽했던 피부에
곰실곰실 새살이 돋아나기 시작합니다.
입과 코 눈가에
곰실곰실 웃음 싹도 돋아납니다.
하은이는
웃음을 선물받은 것입니다.
—『지구 사용 설명서』(푸른사상, 2019)

[해설]
하은이가 웃음을 되찾았다고 해요
3월 1일부터 시작한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코너가 오늘로 100회를 맞게 되었습니다. 응원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과연 365회를 맞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예전에 인터넷신문 <뉴스페이퍼>에도 2년 동안 730편의 시에 대한 평을 써 제게 시집을 보내주신 분들에게 보답하려고 애를 썼는데 이번에도 완주하면 좋겠습니다. 토요일은 시조, 일요일은 동시여서 오늘은 동시를 평하는 날입니다.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아이가 큰 화상을 입으면 더욱 불쌍합니다. 집에 불이 났을 때, 또 펄펄 끓는 물을 엎질렀을 때 여린 피부가 그만…. 그런데 피부 이식 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교통사고를 당한 뇌사자는 장기는 물론 피부까지도 다른 이에게 이식할 수가 있습니다. 그분은 뜻밖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되었지만 이식수술을 통해 여러 사람을 구할 수 있으므로 살신성인(殺身成仁)을 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아이의 죽은 피부에 새살이 돋아나게 되었으니 정말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곰실곰실’은 ‘작은 벌레 따위가 한데 어우러져 조금씩 자꾸 굼뜨게 움직이는 모양’인데 ‘조금씩’의 뜻으로 쓴 것이 아닌가 합니다. 입과 코 눈가에 곰실곰실 웃음 싹도 돋아난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하은이란 아이가 웃음을 선물받았다고 하니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일이 분명히 있었을 것입니다. 특히 얼굴에 큰 화상을 입게 되면 거울도 보고 싶지 않을 테지요. 현대의학이 그래도 피부 이식 수술을 가능케 하여 하은이는 친구들과 웃으면서 얘기 나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불에 데어 큰 고생을 했던 분들이라면 이 동시를 읽고 가슴을 쓸어내릴 것입니다. 자나 깨나 불조심! 특히 외출할 때 가스 불을 켜놓고 나가면 절대로 안 됩니다.
[심효숙 시인]
전라남도 광주의 변두리 산골마을 과수원집에서 태어나 온갖 나무와 꽃과 어우러져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집 뒤 과수원을 거쳐 이어진 산과 집 앞으로 펼쳐진 들판이 놀이터였지요. 앞마당에서 내려다보이는 기찻길과 강줄기를 바라보며 상상에 잠기기를 좋아했으며,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를 즐겨하였어요. 단국대학교 일반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고요. 1999년 신사임당 전국 주부백일장에서 장원을 하고 2001년에 아동문예문학상을 받았어요. 2003년 문예 진흥원 창작지원금을 받았고요. 동시집으로 『강아지풀 마을』 등이 있습니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청춘의 별을 헤다-윤동주』『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