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전시/이벤트
이벤트

“다름이 장벽이 아니라 아름다움이 되는 순간… 예술로 함께 빛을 향해 갑니다”

임만택 전문 기자
입력
에코 드 라 코레 이미아 회장에게 듣는다 시각장애인 무용단·재즈 그룹과 테너 임형주 특별 무대
  • 프랑스존 수정 2026.10.09 08:46
한국의 룩스빛 아트컴퍼니(Lux-Bit Art Company) (C) Échos de la Corée
한국의 룩스빛 아트컴퍼니(Lux-Bit Art Company) (C) Échos de la Corée

세상에는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것들이 수없이 많지만, 음악만큼 언어와 국경, 세대와 문화의 장벽을 단숨에 허무는 존재는 드물다. 파리의 가을빛이 짙어지는 10월이면 언제나 한인사회의 마음을 따뜻하게 밝혀온 무대가 있다.

 

2008년 첫걸음을 뗀 이래 단 한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져 온 ‘한불친선과 평화콘서트’가 어느덧 성년을 앞둔 18회를 맞이했다. 이 무대는 단순한 정기 연주회를 넘어, 한국과 프랑스는 물론 세계 각국의 관객이 예술을 매개로 진정한 우정을 나누는 독보적인 민간 문화외교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긴 여정을 한결같이 이끌어 온 중심에는 에코 드 라 코레(Échos de la Corée, 한국의 메아리)의 이미아 회장이 있다. 2003년 프랑스 비영리단체로 설립된 에코 드 라 코레는 한류가 현지에 온전히 자리잡기 훨씬 전부터 클래식 음악을 중심으로 양국 예술가들을 잇고 한국의 품격을 알려왔다.

 

한불 수교 140주년을 맞은 올해, 이미아 회장은 오는 10월 23일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함께 빛을 향하여(Ensemble vers la Lumière)’라는 뜻깊은 주제로 또 하나의 감동적인 무대를 올린다. 이번 무대에는 한불 양국의 예술가뿐 아니라 시각장애인 무용수와 연주자들, 그리고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팝페라 테너 임형주가 함께한다.

 

개막을 앞두고 분주한 이미아 회장을 만나 18년의 발자취와 이번 공연에 담긴 의미를 들어보았다. 

Échos de la Corée 이미아 회장 (C) Échos de la Corée
Échos de la Corée 이미아 회장 (C) Échos de la Corée

Q. 어느덧 18회를 맞았습니다. 매년 수준 높은 대규모 공연을 준비하고, 1천 명이 넘는 관객을 전석 무료로 초청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을 텐데요?

 

정말 18년의 세월이 어떻게 흘렀는지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가을 무렵이 되면 ‘올해도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며 따뜻한 인사를 건네오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 진심 어린 기대들을 마주하면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처음 시작할 당시만 해도 프랑스 현지에서 한국문화에 대한 인지도가 지금처럼 높지 않았기에, 제가 가장 아끼던 클래식 음악을 바탕으로 무대를 꾸렸습니다. 고맙게도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저명한 예술가들이 뜻을 모아주셨고, 덕분에 회를 거듭할수록 내실을 더해올 수 있었습니다.

 

돌아보면 수많은 난관도 있었지만, 그 모든 순간보다 보람과 벅찬 감동이 훨씬 컸습니다. 이제는 매년 이 무대를 빚어내는 일이 기분 좋은 ‘거룩한 부담’처럼 다가오기도 합니다. 특히 이 자리를 통해 새로운 장르와 예술가들이 무대에 오르고, 젊은 예술인들이 성장해 나가는 결실을 볼 때마다 ‘내가 왜 이 길을 계속 걸어야 하는가’에 대한 확신을 얻습니다. 그 긍정적인 에너지가 지난 18년을 지탱해 준 가장 큰 원동력이었습니다.

 

Q. 전석 무료 관람 원칙을 18년간 고수해 오신 특별한 이유는?

 

처음 시작할 당시, 한인사회 내에서 경제적 부담 때문에 훌륭한 문화예술 공연을 접하지 못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적어도 우리가 여는 무대만큼은 누구라도 편안히 발걸음해 예술을 온전히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울러 행사의 본령 때문이기도 합니다. ‘친선과 평화’를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관객에게 입장료를 받는 것은 행사의 본뜻과 맞지 않는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18년 동안 오직 공연의 격조와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데만 온 힘을 쏟다 보니, 정작 협회의 수익 구조를 다지는 작업은 뒤로 미뤄두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적어도 20주년까지는 이처럼 변함없이 전석 무료로 정성을 다해 한인 동포들과 프랑스의 친한파 인사들에게 선물을 건네고 싶습니다. 그 이후의 지속 가능한 발전 방향은 그때 차분히 고민해 나갈 계획입니다.

 

Q. 프랑스 주재 각국 외교사절단의 참석률이 매우 높다고 들었습니다.

 

감사하게도 파리 주재 외교가에서도 우리 공연이 지닌 품격과 의미를 깊이 인정해 주고 계십니다. 매년 30개국에서 많게는 80개국에 달하는 각국 대사님들과 외교관들이 자리를 빛내주셨습니다. 한꺼번에 수많은 귀빈이 참석 의사를 밝혀오실 때는 좌석 배정에 애를 먹기도 하지만, 신청 순서에 따라 정성을 다해 모시고 있습니다.

 

올해도 이미 30여 개국 이상의 대사 및 외교단이 참석을 확정지었습니다. 우리들만의 잔치를 넘어, 세계 각국의 외교사절들이 한자리에 모여 평화와 문화적 교감을 나누는 국제적 화합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에서 깊은 긍지를 느낍니다.

프랑스 국립시각장애청소년학교(INJA) 소속의 재즈 그룹 INJAZZ (C) Échos de la Corée
프랑스 국립시각장애청소년학교(INJA) 소속의 재즈 그룹 INJAZZ (C) Échos de la Corée

Q. 시각장애인 예술인들과의 협업으로 이번 프로그램이 더욱 특별해졌습니다.

 

이번 무대는 한마디로 ‘시각장애인 무용수들과 시각장애인 음악가들이 하나 되어 완성하는 평화의 제전’입니다. 한국의 룩스빛 아트컴퍼니(Lux-Bit Art Company)와 프랑스 국립시각장애청소년학교(INJA) 소속의 재즈 그룹 INJAZZ가 호흡을 맞춥니다. 김자형 단장님이 이끄는 룩스빛 아트컴퍼니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무용수가 함께 무대를 일구는 단체로, 지난 2023년 유네스코 무대에서도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습니다.

 

당시 그들의 무대를 보며 공연이 끝날 때까지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완성도와 예술성이 뛰어나 경이로움을 느꼈습니다. 그 유려한 춤사위를 바라보고 있으면 ‘장애’라는 꼬리표가 무색해지고, 우리가 지닌 편견의 벽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 절감하게 됩니다. 이번에도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독창적인 몸짓으로 가슴 뭉클한 울림을 선사할 것입니다.

 

Q. 프랑스 청소년들로 이루어진 ‘Open’ INJAZZ’의 무대 역시 큰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Open’ INJAZZ는 프랑스 국립시각장애청소년학교(INJA)의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결성한 재즈 그룹입니다. 이들이 선보이는 음악적 수준도 훌륭하지만, 저는 시각적 제약을 딛고 예술을 향해 뻗어나가는 그들의 태도 자체가 무엇보다 숭고하다고 봅니다.

 

어린 학생들이 음악을 통로 삼아 세상과 교감하고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는 모습은 우리에게 많은 울림을 전합니다. 그 선율을 듣다 보면 일상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고난 역시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됩니다. 결국 위로를 받는 쪽은 우리 관객인 셈입니다. 관객 여러분께서 단순히 시각장애인의 공연을 관람한다는 시선을 넘어, 한 명의 고유한 예술가가 자신의 삶을 어떻게 눈부시게 가꾸어 나가는지 그 벅찬 여정을 함께 느껴주시길 바랍니다.

팝페라 테너 임형주 (C) Échos de la Corée
팝페라 테너 임형주 (C) Échos de la Corée

Q. 세계적인 팝페라 테너 임형주 씨의 특별 출연 소식도 화제입니다.

 

임형주 씨는 한국에서 방송과 라디오 진행은 물론, 숙명여대 석좌교수와 용산문화재단 이사장직까지 도맡으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평화콘서트의 깊은 뜻을 전해 듣고 주저 없이 동참을 결정해 주셨습니다. 주최자로서 더없이 감사한 마음입니다. 바쁜 일정을 쪼개어 정성껏 무대를 준비해 주신 만큼, 파리의 관객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감동을 안겨주리라 확신합니다.

 

Q. 한불 수교 140주년이라는 역사적 분기점에서 이번 공연이 지니는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140년은 단순한 물리적 시간의 축적이 아닙니다. 양국이 전혀 다른 역사와 문화적 배경 속에서도 끊임없이 서로의 손을 맞잡으며 두터운 신뢰를 쌓아온 결실입니다. 이번 무대에서는 지나온 140년의 우정을 기리는 동시에, 앞으로 열어갈 새로운 140년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예술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주제를 ‘함께 빛을 향하여(Ensemble vers la Lumière)’로 정했습니다. 진정한 빛은 혼자의 힘으로 피어날 수 없습니다. 서로 다른 이들이 손을 뻗고, 서로의 음성에 귀 기울이며, 다름을 인정할 때 비로소 하나의 찬란한 빛이 탄생합니다. 이번 무대에 서는 시각장애인 예술가들에게 빛이란 눈으로 보는 광선에 그치지 않고, 음악으로 감각하고 춤으로 그려내며 서로의 마음을 비추는 영혼의 빛입니다. 객석에 계신 모든 분이 그 따스한 온기를 품어가셨으면 합니다.

 

예술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보이지 않는 장벽을 허무는 마법 같은 힘이 있습니다. 관객들께서 연민의 시선이 아닌 온전한 예술가의 모습으로 그들을 마주해 주시길 바랍니다. 서로 다른 존재들이 호흡을 맞춰 아름다운 하모니를 빚어내는 광경을 통해 ‘우리도 하나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제18회 한불친선과 평화콘서트는 단순히 18년의 연륜을 자축하는 자리가 아니다. 2003년부터 한불 문화교류의 외길을 묵묵히 걸어온 민간단체의 치열한 기록이자, 프랑스 땅에 한국문화의 씨앗을 뿌려온 한 예술 기획자의 헌신이 맺은 소중한 결실이다.

평화와 화합, 문화적 연대의 상징인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한국과 프랑스의 예술가들이 하나의 무대에 선다.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고,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넘어 예술로 하나 되는 무대. 그곳에 세계 각국의 외교사절들이 함께하며 문화가 어떻게 사람과 사람, 나라와 나라를 잇는 평화의 언어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오는 10월 23일 오후 7시 45분, 파리 유네스코 본부 홀. 18년 전 시작된 작은 약속이 이제 세계를 향한 평화의 메시지로 울려 퍼진다. 서로 다른 몸짓이 하나의 춤이 되고, 각기 다른 음색이 하나의 노래로 어우러지는 가을밤. 문화로 경계를 허물고 예술로 평화를 잇는 그 특별한 여정에 함께 동행해 보는 것은 어떨까.

 

공연 상세 안내

공연명 : 제18회 한불친선과 평화콘서트
주   제 : 함께 빛을 향하여 (Ensemble vers la Lumière)
일   시 : 2026년 10월 23일(금) 오후 7시 45분
장   소 : 파리 유네스코 본부
             7 place de Fontenoy, 75007 Paris
            125 avenue de Suffren, 75007 Paris
주최·기획 : 에코 드 라 코레(Échos de la Corée)
주요 출연 : 룩스빛 아트컴퍼니(Lux-Bit Art Company),
           프랑스 국립시각장애청소년학교(INJA) Open’ INJAZZ, 한불 정상급 예술가
특별 초청 : 팝페라 테너 임형주

관람 신청 : 전석 무료
사전 등록 링크 : https://forms.gle/zZ9cNBWNF4V4twiB6

(C) Échos de la Corée
(C) Échos de la Corée

출처: 파트너미디어 '프랑스존'
 

임만택 전문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