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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의 수필향기] 내 사랑 목련화 - 김영희

수필가 김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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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사랑 목련화

 

 김영희

 

    며칠째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2층 창 건너편 목련나무가 꽃을 피워 내게 인사를 한다. 일 년을 잘 살았느냐고 묻는 것 같다. 목련을 마주 보며 함께한 세월이 13년째이다. 쌀쌀한 2월의 바람 속에 얼굴을 내밀던 꽃봉오리가 움찔하더니 어느새 봉오리를 터뜨려 그 보드랍고 예쁜 유백색의 꽃잎을 펼쳐서 그윽한 향기를 선사하는 것이다. 

    
   목련화! 내가 대학 다닐 때 즐겨 듣던 가곡도 '목련화'였다. '수선화'도 좋아했지만 목련화를 이길 수는 없었다.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라고 시작하는 나의 목련꽃 사랑은 삼십 년을 넘어 사십 년 가까이 되어간다.   

   거의 늦은 밤, 매일 도서관을 나서 버스 정류장까지 걸으며 카세트테이프로 들었던 '목련화'는, 나의 고단한 하루를 달래주는 유일한 벗이었고, 또한 젊은 날 긴 터널을 무사히 지나오는데 한 줄기 가로등 같은 빛이기도 하였다. 그때부터 아름답고 우아한 목련꽃은 내 안에 둥지를 틀었나 보다. 아니, 그 전부터였다. 

 

    고등학교 2학년 가정 시간이었다. 자수 시간에 반 친구들은 작은 도자기 문양의 자수를 택했고, 나는 욕심을 내어 완성했을 때의 동양화 한 폭을 꿈꾸며 커다란 목련꽃 자수를 골랐었다. 십 대의 평범하고 싶지 않은 작은 소망이었을까? 

  

  검은 공단 바탕에 그려진 목련 그림에 솜을 놓고 고정시킨 후 색실로 백목련꽃과 자목련꽃을 정성스럽게 한 땀 한 땀 수를 놓았다. 가정 수업이 있는 날은 버스를 타고 집에서 학교로, 학교에서 집으로 길이가 1미터 쯤 되는 큰 사각 나무틀을 갖고 다니면서 수를 놓았는데, 한 학기가 다 걸렸다. 성가시거나 창피하다는 생각도 없이 조금씩 완성되어 가는 목련꽃의 모습이 내 가슴속에서 개화를 꿈꾸고 있었다. 

 

    내 손으로 피워낸 목련화는 내 몸의 정기를 흡수한 듯 나만의 꽃이기도 했다. 완성하여 큰 액자에 끼우니 감동으로 마음이 벅차올랐다. 그 후 내 애장품이 되었고, 그때 뜨개질한 초록과 검정 줄이 있는 조끼도 아직 서랍에 간직하고 있다. 목련꽃은 이렇게 풋풋한 나의 10대와 함께한 꽃이기도 하다.

 

    일찍 핀 목련꽃은 개나리 꽃보다 서둘러 봄을 전하고 싶은지 추위를 무릅쓰고 큰 꽃잎을 펼쳐 온몸에 따스한 햇살을 받고 있다. 추위를 이겨내려는 듯 바람에 몸을 맡겨 살랑살랑 춤을 추곤 한다. 내가 매일 지나는 길목에는 자목련과 백목련 한 쌍이 나란히 서 있다. 남쪽을 향해 서있는 목련나무들은 제일 먼저 꽃을 피웠지만, 이 두 그루는 서쪽을 향해 있어서 이제야 꽃망울을 터뜨렸다. 

    

    일찍 피우는 꽃은 설렘을 주니 좋고, 늦게 피우는 꽃은 기다림이 있어 좋다. 강아지풀처럼 털이 보송보송한 꽃봉오리가 뾰족하게 입을 내밀고, 따스한 햇볕을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작은 새처럼 여간 귀여운 게 아니다. 

 

    활짝 핀 목련꽃은 한번 내린 비에 그 아름답던 꽃잎이 뚝!뚝! 떨어져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나는 비 오는 날을 좋아한다. 그러나 목련이 한창 피어있을 동안 빗 님은 아름다운 목련꽃을 위해 한 달 쯤 다른 곳에 숨었다가 목련꽃이 질 때 왔으면 좋겠다. '그러니 빗 님! 목련꽃을 온전히 만날 수 있도록 한 달만 유보해 주셨으면!' 하고 마음속으로 빌어본다. 

 

    오늘도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목련 꽃봉오리가 그새 얼마나 더 탐스러워졌는지, 언제쯤 꽃이 만개할는지 행여 그 짧은 시간을 놓칠 새라, 눈으로 가슴으로 바쁘게 사진을 찍는다. 

 

    목련나무는 추운 겨울을 조용히 보내며 차가운 바람에도 꺾이지 않고 꽃을 피울 준비를 부지런히 하고 있었던 것이다. 목련 꽃봉오리가 하늘을 바라보며 '언제 필까요?'하고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무척 앙증맞다. 내일 지구가 사라진다 해도 꼭 이 봄날에 꽃을 피우겠다는 꿋꿋한 목련의 모습이 갸륵하다. 사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목련꽃의 모습은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이 우아한 자태를 간직하고 있다. 

 

    자연은 인간보다 더 의연한 모습으로 모든 상황을 받아들인다. 내가 부끄러워지는 이유다. 

 

    어느 시인은, '목련꽃은 잠시 왔다가 가는 짧은 인연의 꽃! 정갈함에 욕심 없는 꽃!'이라고 읊었다.   그렇다. 목련꽃은 내게 잠시 왔다 가서 더욱 애달픈 꽃! 정갈함에 푹! 빠지게 하는 꽃이다. 

    그러나 목련꽃이 길게 한 달 이상 피어있을 때가 있다. 비가 오지 않으면 말이다. 

  

     '오! 내 사랑 목련화~야~!'를 흥얼거리는데 40년 전 한 소녀가 내 곁을 따라 걷는다. 

    [심향 단상]

    

    젊은 날 자주 듣고 좋아했던 가곡 '목련화'에 얽힌 일을 회상하며 쓴 글입니다. 

    

    제 경우는 젊었을 때 좋아했던 노래나 나이 들어 좋아하는 노래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노래는 여러 번 듣는 것도 바뀌지 않았고요. 물론 그 후에 좋아하는 노래가 새로 생기기도 하지만 젊은 날의 추억을 되새기느라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봄이나 가을이 되면 '가곡 음악회'를 비롯해 여러 음악회와 전시회가 이곳저곳에서 열립니다. 

그때마다 마음은 또 두근거리곤 합니다. 

   

   그 당시에는 작은 카세트 플레이어 하나씩 손에 들고 다니며 음악도 듣고 회화 공부도 많이 했습니다. 테이프를 여러 개 바꿔 끼우며 이 노래에서 저 노래로 바꿔 듣기도 했지요. 그때 가장 많이 쓰인 것은 영어 회화 테이프였던 것 같습니다. 듣는 용도였던 카세트테이프는 녹음할 수 있게 되면서 또 인기를 끌었습니다. 

 

    요즘 스마트폰은 많은 기능들을 탑재하고 우리는 거기에 푹! 빠져있습니다.    손에 들고 다니던 '핸드폰'에서 얼마나 똑똑해졌으면 '스마트폰'이라고 이름이 붙여졌을까요? 스마트폰의 기능은 휴대전화와 전자우편, 인터넷 검색과 카메라,게임 및 라디오와 텔레비전 시청, 녹음과 계산기, 지도와 달력, 알람 시계까지 우리 생활에 필요한 많은 것들을 손 안에 쏙 들어오는 작은 기기 안에 다 넣어서, 우리 손은 늘 스마트폰을 들고 있을 정도입니다.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는데, 1~2년 이면 기기들은 최첨단으로 바뀌고 빨리 따라오라고 저 앞에서 손짓을 합니다. 변신하는 기기를 따라가기가 숨이 찰 정도입니다. 잘 몰라서 사용하지 못하는 기능도 많이 있습니다. 

 

    이번 겨울의 한파는 아침 기온이 일주일 내내 영하 십 도를 밑도는 날씨를 나타내 그동안 우리가 알던 겨울철 '삼한사온'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합니다. 
 

    이 추운 겨울을 생각하면 과연 꽃이 필 수 있을까? 땅 속에서 나무 뿌리들이 잘 살아있을까? 걱정이 되지만, 집 베란다에서는 여름에 씨를 심은 방울 토마토가 싹이 나서 자란 토마토 줄기에 방울 토마토가 몇 알씩 매달려 익어가고 있고, 겨울 날씨에 연약했던 베고니아는 작은 분홍 꽃잎을 연달아 피우며 방울방울 달려있고, 작년에 꽃을 피우고 졌던 히아신스는 마른 흙을 뚫고 싹을 밀어 올리고 있습니다. 다행히 베란다에 있어서 얼지 않고 살아서 쉼 없이 번식하고 있지요. 

 

    이 추운 겨울에도 깊은 땅 속에서는 뿌리를 내리고 있는 식물이며 곤충들이 바깥 공기가 풀리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이제 1월은 다 가고 2월을 맞으면 다들 바쁘게 봄맞이 준비를 하겠지요.   매서운 이 한파를 잘 이겨내고 화려하게 복귀할 봄을 맞이하기 위해서, 건강을 잘 챙기고 반갑게 봄맞이 하시기 바랍니다. 곧 꽃 잔치가 기다리고 있어요.  또 목련꽃도 필 테니까요. 

 김영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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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인협회 회원, 수필과비평 작가회의회원                                     

코리안드림문학 편집위원

코리아아트뉴스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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