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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들판에 희망을 심는 화가, 이소영 작가...삶의 멈춤을 치유와 위로의 풍경으로 바꾸다

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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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어느 날 갑자기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오래 달려오던 일상에서 잠시 멈춰 서게 되었을 때, 어떤 이는 허무를 만나고, 어떤 이는 새로운 자신을 발견한다. 이소영 작가는 후자에 가까운 사람이다. 바쁘게 살아오던 시간의 흐름 속에서 큰 수술과 회복의 시간을 지나며, 그는 이전보다 더 깊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었고, 그 조용한 내면의 변화는 결국 그림이라는 언어로 피어나기 시작했다.

 

작가노트에서 이소영 작가는 제주를 여행하던 중 푸른 하늘 아래 단단한 잎을 올리고 붉은 꽃을 피워내는 동백을 보며 강한 인상을 받았다. 또 바람이 스치는 정원의 핑크빛 풍경과 계절의 색채를 마주하며, 멈춤의 시간 속에서도 새로운 희망을 발견했다고 적고 있다. 그에게 자연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다시 살아갈 용기와 감각을 되찾게 하는 치유의 언어였다. 그런 체험은 곧 화폭 위에서 자신만의 따뜻한 서사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제주 풍경을 중심으로 유화를 작업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의 화면은 더 넓고 더 깊은 이야기를 품게 됐다. 최근 작품들에는 유기견, 길고양이, 북극곰, 펭귄 등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동물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 존재들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작가의 마음속을 함께 걸어가는 동행자들이다. 꽃길을 지나가는 작은 생명, 나무 아래 머무는 사람과 동물, 들판 사이에 숨어 있는 존재들은 그림 전체에 서정성과 다정한 온기를 불어넣는다.

댑싸리공원에서 가을을 즐겨요 65.1x90.9cm Oil on canvas 2025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댑싸리공원에서 가을을 즐겨요」는 붉게 물든 들판이 화면 가득 펼쳐지며 압도적인 생명력을 전한다. 화면 속 풍경은 단순한 가을 정경을 넘어, 상처 이후에도 다시 피어날 수 있는 삶의 에너지를 상징하는 듯하다. 

동행_반려견 후추 50x65.2cm Oil on canvas 2025

또 다른 작품「동행」은 분홍빛 꽃나무 아래 사람이 앉아 있고 곁에는 동물이 함께 머물며, 쉼과 위로, 그리고 함께 살아간다는 감각을 맑고 평화로운 색채로 보여준다. 이소영 작가의 그림은 밝고 선명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오히려 긴 회복의 시간을 통과한 뒤에야 얻을 수 있는 색이기에 더욱 진솔하고 따뜻하다.

이소영 작가 제8회 히즈아트페어 컬렉터 선정상

이 같은 작품 세계는 최근 수상 경력을 통해서도 주목받고 있다. 이소영 작가는 2025년 대한민국 현대 조형미술대전 특선을 받았고, 2026년 제8회 히즈아트페어에서 ‘컬렉터 선정상’을 수상했다. 특히 히즈아트페어 수상은 단순한 전시 참여를 넘어 관람객과 컬렉터의 관심, 공감, 작품성을 함께 확인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이소영 작가의 작품이 단지 아름다운 풍경화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보는 이의 감정과 기억에 오래 남는 힘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소영 작가

약력 또한 그의 성실한 성장의 흐름을 말해준다. 이소영 작가는 2025년 덕양구청 갤러리꿈 단체전 ‘그리고 우리는’, 조형갤러리 단체전, 서울디지털대학교 회화과 졸업전 ‘평면 위의 시선’에 참여했고, 2026년 갤러리 디 아르테 청담 단체전 ‘심수지견’에도 이름을 올렸다. 늦은 출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단단하고 진정성 있는 행보다.

 

이소영 작가의 그림은 결국 말하고 있다. 늦었다고 생각한 순간에도 새로운 계절은 다시 올 수 있고, 상처를 안고 있는 삶에도 꽃은 다시 피어날 수 있다고. 붉은 들판과 분홍빛 나무, 그리고 그 안을 함께 걷는 작은 생명들은 결국 작가 자신이 발견한 희망의 다른 이름이다. 그래서 그의 회화는 풍경화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다시 살아가고, 다시 사랑하기로 한 마음의 기록이며,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조용하지만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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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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